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업무진행의 fundamental은 각개격파라고 할 수 있다. 전체의 그림을 파악하되, 진행은 가장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케이스를 떠맡은 내가 일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이다. 다만 혼자서 일을 해나가면서 점점 더 지겨울 때 나를 자극하거나 격려할 수 있는 계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단순한 진리를 실제로 행하는 것이 잘 안 되는 것이다. 6월 한달 간 이런 이유로 여전히 겨우 필요한 일을 해나가는 중이다. 그러다가 다시 한 주를 열심히 보내자는 각오로 몇 가지 일을 처리했는데, 양을 보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그저 종종 잊어버리는 fundamental에 충실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보여준 것 같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집중이 어려워도 한 가지는 끝내자는 건데, 일견 태평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면 매일 무엇인가를 마무리하고 밀어낼 수 있기 때문에 보기보다 꽤 좋은 방식이다. 그저 빈 하루가 없어야 하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하루. 이것만 잘 막으면 무엇이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처리할 수 있고, 이런 시간이 쌓이면 엄청난 강도로 3-4시간씩 하루에 두 번, 집중적으로 케이스들을 처리할 수 있다. 때로는 손가락이 글을 쓰는 건지, 내가 내 머리로 케이스를 주장하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zone에 빠지는 순간을 기다려본다.
어느새 읽은 책이 또다시 여섯 권이 지난 번의 정리 이후로 쌓여버렸다. 읽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고, 새로운 책은 늘 읽는 속도보다 빠르게 내 일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이것 저것 생각하고 걱정할 것이 많은 삶을 살면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보통은 일주일에 딱 한번, 저녁이나 늦은 밤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나마 운동은 꾸준히 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지만. 글도 자꾸 써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하는데, 소재나 무엇이나 무척 정체된 느낌이다. 이런 표현까지도 늘 입에 달고 사는 듯이 데자뷰도 아닌데, 다 늘어놓았던 푸념을 다시 버무린 것 같다.
이제 2017년도 반이 다 지나가버리고, 또 한 살을 더 먹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도 무섭다. 40이 되면 본격적으로 나이를 먹는 듯, 고작 몇 개월 전과 지금의 나 사이의 많은 것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고작 와인 한 병을 마시는 것으로 다음 날 아침까지 숙취가 이어지는 것도 맘에 들지 않고, 왠지 모르게 점점 운동도 힘이 드는 것 같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서 쩔쩔 매고, 아침에는 즐기던 새벽운동이 귀찮아지고. 본격적인 노화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이 페이퍼도 이번 주 처음으로 막간을 이용해서 서점에 나와서 야심차게 책정리를 위해 펼쳤던 것을 이렇게 주절거리는 것을 끝으로 책 이야기를 쓸 맘이 들지 않는다. 방학이 되어서인지 서점엔 아이들과 젊은이들, 그리고 필경은 기말고사를 보고 있을 quarter system의 대학생들이 공부에 한창이다. 나이를 먹고 돈을 버니 사고 싶은 책을 실컷 사보고 있어 좋긴 한데, 쥐푼도 없던 어린 시절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꿈으로 꽉 차있던 내 가슴까지. 어제였나 이젠 한 녀석만 남은, 가장 막내였던, 그러나 이젠 노년을 보내고 있는 강아지를 보면서, 한때 녀석들 넷이 모두 건강하던 2004-5년을 떠올리면서 고기를 굽고, 아직은 심플하던 삶의 한때로 돌아가서 그 풍경을 속에 담아보기도 했다.
평균연령에 따라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at least 인생의 절반까지는 왔을 것이고, 활동성이나 건강을 생각하면 확실히 이젠 늙어가는 걸 알겠다. 매 순간, 그저 소박하게 기쁘고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