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  오던 날 SF에서 2시간 delay 후 도착하는 공항까지 바뀌는 등 문제가 많았었는데, 돌아가는 오늘도 역시 기본 2시간 delay가 걸린 상태.  이곳 시간으로 오후 4시에는 떠나야하는 비행기가 일단 6시의 출발로 바뀌고, 사정에 따라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하니, 이쯤되면 Southwest나 Jetblue가 아닌 미국항공사는 이용하지 말아야하는 건 아닌지.  시간 제대로 못 맞추기로 notoriously 유명한 American과 최근에 유명세를 톡톡히 타게 된 United가 양대산맥인데, 둘 다 어쩜 그리 엉망이신지 모르겠다.  그런 사건을 겪고도 United가 특별히 친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오늘의 delay건도 최소한 사과하는 시늉도 없이 게이트에서 일방적인 통보로 끝.  이런 걸 보면 재벌오너와 가족의 문제가 있기는 해도, 아시아나나 대한항공이 얼마나 친절하고 열심한지 생각하게 된다.  


기실 IMF이후 취직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대다수의 업종에서 최저교육/경력에 있어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되었던 것 같은데, 그런 덕분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예전엔 상업고등학교만 나와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은행창구직원일을 대졸자들이 하고 있고, 어지간한 곳의 젊은 직원들은 거의 다 대학졸업은 기본인 것 같다.  대학졸업장이 친절함이나 실력을 완전히 보장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취직자리를 얻는 것이 힘들어진 지금 너무 심할 정도로 친절한 노동이 강요되는 시대의 탓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많은 경우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친절함이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는 얘기.


예정했던 일은 잘 처리됐고, 덕분에 앞으로의 경과에 따라 3-4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이곳에 오게 될 수도 있다.  친구가 이곳에 사는 한, 큰 스트레스 없이 다녀갈 것 같은데, 사실 따로 호텔을 잡고 check-in/out을 해야했더라면 더 피곤할 뻔 했다.  


내일부터 한 주간, 밀린 일처리 등, 무척 빠르게 지나가는 고된 시간이 될 것이다.  자영업 5년차. 이런 건 이제 안봐도 비디오다.  오전 11시에 미팅이 잡혀 있고, 가능하면 프로세스 해서 feedback줄 것 한 두개는 끝내야 조금 안심할 것 같다.  따라서 아무리 보상이 따르더라도 내일로 늦어지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정 안되면 친구네 집으로 돌아가서 하루 더 신세를 지고, 미팅은 다음 날로 미룰 생각이다.  


목요일 오후, 그리고 금요일 밤에 마신 술로, 어제부터 못해도 3-4일은 술 생각이 없을 것이다. 라운지에 들어와 앉은 지금 그래서 할 일이 별로 없다.  서류를 여기 저기 펼쳐놓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집중이 잘 될 것 같지도 않다.  책이나 볼까 하는데, 맘이 이리 저리 흩어져 있어, 그저 빨리 탑승하고 한숨 자고 싶을 뿐이다.  같은 이유로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한 3-5권 정도를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이래저래 DC의 오후가 지나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