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술을 좋아한다는 건 내 서재에 들려본 분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종종 술을 마시는 사진이나 술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지금도 다르지 않고 집에도 와인이 대충 따져봐도 스무 병 정도는 있고 회사에도 나중에 마시려고 숨겨 놓은 와인이 열 병 정도는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요즘은 술값이 싼 편이지만 와인, 그것도 뉴월드 와인의 경우에는 특히 참 좋은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접할 수 있는데 보르도 와인을 이긴 바 있는 나파 밸리, 소노마, 칼리스토가 일대가 자동차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고 남쪽으로 조금 더 멀리 내려가면 산타바바라 와이너리가 펼쳐진다. 거기에 가성비 최고를 자랑하는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와인 산지가 어쨌든 연결된 대륙에 위치해 있으니 '신의 물방울'이나 후속편 '마리아주'에서 다뤄지는 수준의 중급에서 최고급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늘 부담 없는 가격에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  맥주나 스피릿의 경우도 정말 많은 종류를 좋은 가격에 구할 수 있는데, 내가 아는 한에서는 아무리 요즘 한국도 가격이 많이 안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이곳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  소주나 막걸리도 비교적 다양한 종류가 여러 경로로 한인마트를 통해 들어오는데 한국보다는 비싸지만 이곳에 물가로 볼 때 그리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니 좀더 양질의 로컬 막걸리를 마실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시는 등 내 패턴이 엉망이 되었다는 불평을 많이 했었다. 우습게도 그 후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술을 조금만 마셔도 금방 배가 부르는 걸 느낀다. 갑자기 양이 확 줄어든 수준은 아니고 그저 예전보다는 양이 줄어든 느낌인데 아무래도 나이 탓이 아닌가 싶다. 마치 엘러지라도 생긴 듯, 어느 정도 마시다 보면 딱 더 마시고 싶지 않은 지점이 오는데 안주발도 좀 있는 편이라서 그 지점에 이르면 진짜 한 잔도 더 마시고 싶지 않게 된다.  열심히 하루를 보낸 오늘 잠깐 시원한 맥주의 유혹이 있었으나 이 같은 이유로 샐러드를 한 바가지 만들고 엊그제 먹다 남은 Costco 닭을 좀 먹었더니 술생각이 싹 달아나 버렸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간식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술을 덜 먹으면 그 만큼 안주로 먹는 음식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내 다이어트는 결국 술과의 싸움이다.  


몇 명의 작가를 전작했는데 그 시작이 무라카미 하루키였던 바, 지금도 그의 작품은 모두 구해서 본다. 거기에 중간 중간 생각이 나면 이런 저런 단편이나 에세이를 읽을 정도로 여전히 그의 작품은 많은 상상과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수영을 하는 것처럼 나도 열심히 근육운동에 달리기와 스핀을 병행한다. 그가 말해온 바, 건강한 생활과 좋은 작품을 쓰는 상관관계를 믿기에 나 역시 건강한 생활이 좋은 업무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날씨 등등의 이유로 다소 게을리 한 달리기를 다시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  달리기가 싫은 날엔 근육단련 후 최소한 스핀을 30분 정도 더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다만 달리기와는 많이 다른 몸쓰기라서 달리기를 꾸준히 할 때처럼 다리가 가벼워지지는 않기 때문에 역시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언젠가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이가 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여전히 열심히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스무 편이 넘는 단편을 싣고 나온 책. '코끼리 공장의...' '중국행 슬로보트...' '태엽 감는 새' 그 외에도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지만 다양한 중편과 장편의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들로 넘치는 이 책도 구한 지 4년 만에 내 손에 들어왔다.  사무실을 차리던 2012년, 우연히 손에 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는 것으로 시작된 그의 전작시절이 떠오르며 간만에 즐겁게 그의 글을 읽었다. 


에세이나 한 두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이 단편으로, 거기서 좀더 다듬어진 중편으로, 다시 구성이 정리된 장편으로 바뀌는 과정은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예전에 조정래 선생의 단편 모음에서도 그런 과정을 엿보기는 했지만 습작 이상의 독립성을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기억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경우 단편이나 중편으로 옮겨지는 과정의 이야기들은 그 나름대로 작품으로서의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점이 어쩌면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은 2002년에 나왔는데 모은 글들은 그 보다 더 오래 전에 쓰인 것들인데 2002년도 이미 17년 전의 일인 2019년의 지금에 보면 그저 모든 것이 엄청나게 오래 전의 일로 느껴진다.  역설적으로 늙은 지금의 내 몸이 아마 그 때의 내 몸보다 여러 모로 더 강건할 것이다.

사람은 그래서 꾸준히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이에 비해서 젊고 건강한 생활을 하려면 말이다.


참 이상하다. 광주, 도쿄엔 가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리즈에서 이 두 도시를 다룬 책은 읽는 내내 공감하며 가본 적 없는 거리 곳곳을 걸어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꼈었다. 그 다음, 세 번째로 읽은 '받아쓰기'에서는 거듭되는 작가의 두통과 축축한 기숙사의 침대와 공기에 지쳐 피곤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이번의 용산. 서울내기가 아니라서 속속들이 서울의 곳곳을 알기는 커녕 강남역 일대, 압구정동, 청담동, 대학로가 있는 혜화동의 옛날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용산의 거리가 이다지도 낯설 줄이야.  순수하게 나의 느낌이니 오해는 없기를 바라지만 정말이지 읽는 동안 끝없이 이어지는 묵직함이 감동을 주기보다는 작위적이랄까, 뭔가 학습된 복잡한 사유 같았다. 읽는 책이 늘 즐거움을 줄 수는 없고 불편함도, 괴로움도 그 외의 모든 것도 책을 읽으면서 얻는 소중한 경험이지만 뭔가 강제된 듯한, 아니면 특정한 세대에서 보여지는 이유 없는 무거움은 좀 버겁다. 내용이 그런 것도 아니고 글을 만드는 작법인지 무언지 모를 곳에서 그런 요소를 느낀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와 작법과 구성으로 글을 쓰고 그들 중 극히 일부의 일부가 되기에도 모자란 양이 내 눈길을 끌어 언젠가 내 서재에 모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만난 인연들 중 이런 것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나에게 복잡하고 무거운 사유를 권하려면 그 이유는 좀 알고 싶다.


정확한 통계를 찾아본 적은 없으나 세계 곳곳엔 남의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살이를 하거나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면의 기사를 보면 법치가 비교적 잘 이루어진 것으로 포장된, 즉 법치국가의 facade가 완벽한 이곳에서도 종종 지난하고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수십 년간의 옥살이 끝에 무죄가 입증되어 풀려나는 사람들이 종종 나온다. 이 소설은 그런 일을 하는 변호사의 활약을 통해 풀려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늘 일정한 수준이 넘는 재미를 주는 John Grisham의 작품이라서 좋은 가격에 하드커더로 구입해서 잘 읽었다. 


최근 정치적인 이유로 검찰과 사회, 정권의 공격을 받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아이들을 잃고도 죄인 취급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자국에서조차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관변단체와 정치인으로부터 모욕을 당한 할머니들이 있었으며, 바른 삶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밥그릇을 지키려는 검찰과 이들과 합세한 언론, 그리고 극우정치인들에게 가족과 사돈의 팔촌까지 탍탈 털린 사람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당하는 상처는 상상을 초월할진데 하물며 감옥까지 간다면 보통 멘탈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오랜 옥살이 끝에 무죄로 풀려나면 보통은 징벌적 피해보상이 포함된 수십 억에서 수백 억 단위의 소송이 제기되고 합의로 처리된 후 변호사가 통상의 관행에 따라 40% 정도를 가져가더라도 평생 부유하게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의 거액이 피해자에게 주어진다. 돈으로 그 억울한 세월을 보상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의 도리는 하는 것이라 여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정치인, 재벌 같은 소위 사회의 '지도층', 혹은 관계상 갑에게 책임을 물을 땐 징벌적 피해보상이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뭘 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 21세기 대한민국엔 말이다.  '징집'되어 '의무'로 군대생활을 하다 다쳐도, 아니 평생 고칠 수 없는 불구나 장애를 얻어도, 심지어 죽어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책임자가 처벌되는 경우도 거의 없는 대한민국엔 말이다.  


노는 일 말고 로또를 맞으면 하고 싶은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장학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집단과의 비밀스러운 싸움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당연히 없지만 그런 맘이 든다.  내 기질에 맞게 한 놈만 패더라도 아주 징하게 패는 그런 covert한 싸움을 꿈꿔본다. 


격렬한 운동을 한 다음에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한다. 혹사당한 몸을 간이 회복시켜야 하는데 그 힘이 오롯히 몸으로 가지 못하고 술을 해독하는데 쓰이기 때문이다. 별 생각 없이 들었던 말인데 은근히 신빙성이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 고로 운동을 하고 온 오늘도 술을 마시지는 못할 것 같다.  뭔가 심심한 지금을 Monday Night Football을 보면서 풀고 있다. 그렇게 12월 둘째 주의 첫 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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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9-12-10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존 그리샴 책 올리신 거 궁금해요. 덧붙이신 이야기도 역시 미국이다 그런 생각 하게 만들고. 아 페이퍼 읽으니까 미세먼지 오늘도 한가득인데 내일은 더 심해진다고 하고 다른 나라로 휙 날아가고싶어지네요. 현실 불가능하지만. 로또 이야기 멋져요. 크크크 하고 웃었습니다.

transient-guest 2019-12-11 07:25   좋아요 0 | URL
따로 구하지 않고 그냥 빌려 읽으셔도 무방합니다만 도서관에 구비해놨을지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어요.ㅎ 확실히 이곳 공기가 좋긴 한가봐요. 지난 7-8년간 인구가 너무 늘어서 엄청 나빠졌어도 중국 옆에 있는 한국보다는 낫다고 하네요.ㅎ
 

그간 책읽기를 게을리한 건 아니다. 그저 어쩌다 보니 페이퍼를 쓸 시간이나 개인의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사실 글이 밀린 것보다 더 나쁜 건 미루면 미룰수록 더 안 하게 된다는 점인데, 운동이나 독서나 무엇이나 이렇게 조금씩 미루다 보면 더 안 하게 된다.  늘 알면서도 그렇게 되는 것이 문제.


간만에 글을 쓰자니 원래도 못 쓰는 걸 정말 쓰기 어렵게 느낀다. 재미있는 걸 쓰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생각한 걸 남기자고 시작한 것이 이만큼 지나고 나니 참 쉽지가 않다.  다들 어떻게 그리 잘들 쓰시는 건지. 


어제와 오늘 열심히 일한 끝에 남은 오후는 금요일의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그냥 혼자 있는 것이 이상해서 사방에 뭘 틀어놓고, 이렇게 끼적거려 본다. 


추미애의원이 법무장관으로 윤씨의 검찰과 일전을 벌일 모양이다. 지금 하는 꼴을 보니 자기들 밥그릇을 지키려고 온갖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이 김에 싹 잘라버렸으면 좋겠다. 지들 하는대로 뒤지면 온갖 특혜와 비위사실이 다 나올 것이니 아예 특수감찰 같은 걸 동원해서라도 변호사짓도 해먹지 못하게 박살을 내버렸으면 한다. 당장 윤씨만 해도 마누라를 정경심교수를 뒤진 만큼 파면 장담하건데 구린내 나는 것들이 잔뜩 있을 것이다.  검찰이 정치와 경제, 사회의 모든 걸 좌지우지 하는 꼴이라니.  일전에 뒤를 봐주는 댓가로 삥을 뜯고 이를 내부자거래에 사용해 수십억을 챙긴 검사가 '친구'사이로써 '댓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로 나온 걸로 기억한다.  그런 수준인게다.  


구해놓고서 순서에 구애 받지 않고 심심할 때 하나씩 읽는 잔잔한 에세이 시리즈. 김유진 작가란 분이 아이오와 대학에 2.5개월 동안 머물면서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 김영하 작가도 비슷한 걸 한 적도 있는 걸로 보아서 아이오와 대학의 이 프로그램은 나름 유명한 듯. 무슨 국제창작프로그램 (IWP)라고 하는데 난 아예 모르는 학교, 모르는 지역이지만 문학, 수사학, 자연과학 등이 유명한 학교이고, 이 대학이 위치한 아이오와씨티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학의 도시라고 한다.  다만 중서부는 내가 원래 큰 관심이 없고 그저 4년에 한번 대통령을 뽑을 때 swing state들 중 하나로 알고 있는 낙후된 지역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좋은 매력도 가득할 것이지만 최근 트럼프에게 3년간 시달리고 나니 red state보다 (공화당) 더 싫은 것이 swing state이라서...


외국생활이 한국생활의 두 배가 다 되어가는 나는 작가가 겪고 느낀 많은 것들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다. 처음 가는 곳이라면 여러 모로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고 여행시간이 긴 만큼 고생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어쩌면 이리도 두 달 반, 비용지원을 받고 본인이 선택한 생활이 읽는 사람마저도 피곤하게 느껴질만큼 머리가 아픈 날이 많았을까. 워낙 작가의 글을 모르는 터라 뭐라 말할 수는 없으나 이 잔잔한 시리즈를 읽는 것이 세 권째인데 무척 고단했던 걸 보면, 일단 작가의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형성된 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다.  원래 관심이 별로 없는 지역인데 더욱 관심이 가지 않는다. 


군국주의 일제시절을 넘어온 사람의 글이라서 그런지 나이가 많은 사람의 글이라서 그런지 무척이나 긍정적이고 좋은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하지 못하고 읽었다. 이런 저런 뭔가를 해라, 또는 이것이 좋다는 식의 글엔 이제 특히나 공감하지 못하는데 분명히 fundamentally 중요한 것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방법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서를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저자가 말하는 여러 가지는 그저 참고하면 좋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구한지 4년 만에 내 손에 들어왔다. 받은 첫 날과 다음 날 모두 읽었다. '임사체험' 하권은 상권에서 이어지는 사례와 연구를 분석하고 나아가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직접 시도하면서 느낀 것들을 다뤘는데 임사체험과 유체이탈, 그리고 뇌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박이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과학적인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증명할 수는 없으나 모든 사례를 두뇌의 이상작용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특이한 사례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는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가 된다. 뇌를 스캔해서 디지털로 업로드하고 이를 보관해서 다른 육체에 다운로드하는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 설사 과학기술이 그 정도로 발전한다고 해도 여전히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 임사체험과 유체이탈이 될 것 같다.  '에게 - 영원회귀의 바다'는 그 옛날 82년 무렵 저자가 사진작가와 함께 에게 해 일대의 유적지를 종횡무진했던 기록이다.  책은 훨씬 이후에 나왔기 때문에 많은 여건이 바뀌었고 지금은 그렇게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기엔 2001년 이래 19년째 겁이 나는 면이 많은 세상이다.  그저 에게 해 라는 말에서 오는 고대의 고대와도 같은 아련하 향수와 동경을 느낄 뿐.  예전에 밤배로 넘어가던 아드리아 해, 그때 느낀 역사와의 조우와도 같은 그런 느낌.


노년이 되어도 젊은이처럼 모험을 하게 되는 운명의 우트레드. 이젠 회복한 자신의 영지 베벤버그에서 늙어가도 좋을텐데. 과거의 oath가 무언지 과거의 맹세에 따라 위험천만의 길을 떠나야 한다. 어떤 식으로 왕관의 향방이 바뀌든 베벤버그엔 특별히 좋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12권이 나온 이 시리즈도 슬슬 끝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더는 젊지 않은 늙은 우트레드가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사실 이번에 읽는 내내 그가 죽을 것만 같아서 가슴을 졸였지만 그와 충직한 친구인 피낸은 살아남았다. 


드라마의 시즌 4가 기다려지면서도 책보다는 훨씬 작은 스케일임을 알기에 맘이 급하진 않다.


아마 지난 주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읽은 것 같은데 'S.T.E.P.'은 아주 즐겁게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떠올리며 읽었고 '책이여, 안녕!'은 뭔소린지 계속 이해하려고 머리를 쓰면서 읽었다. 오에 겐자부로의 사소설성은 익히 알고 있으나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이런 독서는 종종 많이 불만스럽다.  







여전히 즐겁다. 애니메이션도 책도 언제 꺼내봐도 즐겁게 16비트 게임기시대를 추억하게 만든다. 도스게임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오락실을 얼마나 충실하게 따라잡느냐가 관건이었던, 소프트가 귀했기 때문에 하나를 사면 뽕을 빼던 그 시절, 어린 내가 그립다.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그런 옛날 게임들을 다시 꺼내서 돌려보고 싶어진다.  





어쩌해서 일단 밀린 정리를 끝냈다. 당분간은 이렇게 되는대로 끼적거리는 한이 있어도 밀리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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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12-07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영하가 미국에 체류한 적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이었군요.
작가로선 굉장히 좋은 경험이겠어요.
그런데 아이오와가 낙후된 지역이군요. 미국에 대해선 그다지 아는 바가 없어서..ㅋ

트럼프는 정말 질리겠더군요.ㅠ

transient-guest 2019-12-08 03:17   좋아요 0 | URL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체류하고 글을 쓰면서 다른 나라의 작가들과 교류했다고 하니 맞을 것 같습니다. 일단 연안도시들을 그리고 내륙의 거점도시 그 다음이 이런 주 들의 대도시 순서로 봅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오와는 아무래도 요즘의 기준으로는 시골이죠

트럼프가 빨리 없어지고 벌도 좀 많이 받았으면 합니다 정말 나쁜 놈이에요 그야말로 이명박과 박근혜를 합친 듯한..
 

무공감, 무감각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


사는 것이 참 어려운 세상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어서. 아파서, 늙어서, 어려서, 여자라서, 남자라서, 동성을 사랑하기 때문에 등등. 수 많은 이유로 사람은 사람을 나누고 재단하고 평가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고 뭐고 그저 조용하고 평화롭게 일상을 영위하다 조용히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에서 위안을 얻고 매일 스스로의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고 영혼을 가라앉히는 생활을 그려 본다.


찬호께이의 명성은 표현 그대로 명불허전이 아닌가 싶다. 정통의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형사소설에 가깝다고 생각되는데 단편도 잘 쓰지만 장편도 수준급이다.


'망내인'에서 그려진 web세계의 협사가 그 무엇보다도 절실한 세상이다.   세상이 어찌 되려는지, 앞으로 십 년이 지난 2030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런지.  문명의 이기로 없으면 안되는 온라인과 스마트폰의 세계는 사실 복마전도 그런 복마전이 없다고 생각될 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정글이다.  자유와 질서의 조화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 어느 방향으로 가든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억나지 않음, 형사'도 무척 기발한 발상이 아주 참신했으나 '망내인'의 촘촘한 구성이 기억에 남는다.


주말엔 쇼핑도 하고 이것 저것 사무실을 업그레이드할 것들도 미리 보느라 그냥 지나가버렸다. 책은 늘 읽고 있으나 여전히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주말을 보냈다. 내일부터는 한 동안 나 자신에게 쓸 시간이 좀 더 생길 것 같다.  12월의 push를 기대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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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활자를 읽어야 하는 사람이라서 책을 거르는 날은 없다. 하지만 어떤 책을 잡는지에 따라 하루의 독서량이나 권수가 정해지게 마련이라서 어떤 주에는 갑자가 많은 책을 끝낸 것으로 집계가 되고, 어떤 때에는 한 권도 못 읽은 것처럼 생각되는 결과가 나온다. 이번 주가 약간 그런 느낌으로 목요일까지 지나가버렸다. 


지난 번 구매 때 찬호께이의 작품을 여럿 받은 덕분에 한 개씩 즐겁게 읽고 있다. 갓 시작해서 어떤 내용인지는 짐작도 못하고 있다. 주말까지 다 읽어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요즘 홍콩을 생각하면 어찌나 우울하던지...










10월에 나온 John Grisham의 신작. 워낙 다작에 오래 재밌게 책을 써온 사람이고 주로 법정/법조 스릴러 장르라서 늘 구해 읽는다. 지난 번의 작품 몇 개는 너무 답답해서 진도가 어려웠으나 이번의 작품은 매우 즐겁게 읽고 있다.  누군가의 잘못이나 음모로 죄를 덮어썼다고 주장하는 죄수들을 세밀한 심사를 거쳐 선별하고 무료로 무죄로 만들어 주는 아주 작은 비영리단체의 변호사들 이야기.  그야말로 법조무협에 가깝다.








몇 페이지 못 읽고 다른 책들을 건드리는 중이다.  제목과 작가를 보고 언젠가 구했는데 몇 주 전에 시작했으나 진도가 매우 더디다.













대망의 마무리를 앞두고 진도가 더디게 나가고 있는 책.













운동을 하면서 천천히 읽고 있는 딜비쉬 연대기 두 번째. Elder Gods란 말이 나오는 걸 보니 확실히 러브크래프트를 오마주 한 것으로 보인다.  전편에서 이어지는 듯 아닌 듯.












책읽기는 언제나 즐겁다. 먹고 사는 일은 조금만 하고 매일 아침에 운동을 하고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저녁 땐 영화를 보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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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일년 간의 구매량과 독서현황을 본 기억이 있는데 벌써 일년이 지나버렸고 2019년의 현황자료가 나왔다. 폰으로 사진을 캡쳐해서 노트북으로 옮긴 후 다시 올리는 작업이 번거롭지만 한번 남겨 보았다.


작년엔 확실히 책을 많이 구했던 것 같다. 미국에서 구한 책을 합치면 2019년에는 대략 500권 정도의 새로운 책이 내 서재에 더해진 것 같다.  연간 독서량이 대략 250권 안팎이라서 구한 책의 반은 읽지 못하고 쌓이는 것으로 수치가 나온다.  반성할 점이고, 어쩌면 늙어서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을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월 평균 600불 정도가 책값으로 나갔으니 대충 down pay를 좀 잘 하면 Lexus GS시리즈나 Benz E-Class 정도를 탈 수 있는 돈을 쓰고 있다.  차를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저축과 필요 등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의외로 책구매도 한 몫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급차종의 새차와 맞바꾼 책이라니...


너무도 당연하지만 전자책은 한 권도 없다. 알라딘 크레마에 관심이 조금 있는데 불편한 여행, 가령 산티아고 순례 같은 걸 갈 때 무척 요긴할 것 같아서.  그리고 언젠가 누구에게 받은 엄청난 양의 무협지를 좀 편하게 읽고 싶어서.  


미국에 있어서 굿즈를 받을 길이 없다. 꽤 맘에 드는 것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이 점은 무척 아쉽다.



시티헌터의 후속작이 있길래 한꺼번에 샀더니 그리 나온다.


나의 취향에서 보편적인 면이라고 하겠다.


덜 보편적인 면으로 볼 수 있겠다.


2019년도 많은 책들을 만나서 무척 즐거웠다. 내년에도 많은 책을 구하고 읽고 쓸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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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9-11-20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 0.1%, 옛 렉스턴 광고 생각나요. 멋지심!

transient-guest 2019-11-20 08:41   좋아요 1 | URL
ㅎㅎ 0.1%는 인생에서 처음입니다.ㅎㅎ

카알벨루치 2019-11-20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사진 한번 올려주세요 기대됩니다 쵝고!!!

transient-guest 2019-11-20 08:56   좋아요 1 | URL
사무실 정리가 거의 끝나서 드디어 의미있는 수준의 정리가 된 것 같아요. 조만간 집에 있는 책장, 사무실 곳곳에 나눠서 배치한 책장을 잘 찍어서 올려볼게요.ㅎ

2019-11-20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20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1-20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책장 사진 저도 기대하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9-11-21 02:44   좋아요 0 | URL
아니 제 사진이 뭐라고 또 이리들 기대하시는지요..ㅎㅎㅎ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