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는 쌍둥이가 되고 싶어요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4
파울 마어 지음, 문성원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대부분의 형제관계를 다룬 책들은 큰 아이의 입장에서 입장에서 첫째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고, 동생에게 엄마 아빠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상실감을 느끼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동생의 입장에서 동생이 얼마나 많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지를 이야기한다.

열 편의 에피소드들이 하나같이 재미있고 웃기다. 혼자서 낄낄거리며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딸 아이에게 읽으라고 했더니 역시나 아이도 깔깔거리며 읽는다.

한네스 정도의 오빠면 더없이 좋은 오빠일 텐데... 안네가 아직 다른 오빠들의 실체를 모르나보다. 특히 안네가 잠이 안 온다고 하자 이야기 들려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외국책을 읽다 보면 밤늦게 부부만 영화 보러 외출하는 장면이 종종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지금은 심야영화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아이들끼리 두고 나가는 것이 어쩐지 찜찜해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리고 아이와 부모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아이의 의견을 굉장히 존중해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안네가 기니피그를 너무 기르고 싶어한 나머지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얼마나 기르고 싶으면 저럴까 싶은 마음에 들어준다. 우리도 여기까지는 가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하자 결국은 아빠가 최후의 조처로 안네와 똑같이 다른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안네를 괴롭힌다. 만약 우리의 아빠라면... 아마도 당장 그런 유치한 놀이 그만하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지 않았을까. 참으로 대조되는 부분이다. 왜 외국의 책을 읽으면 우리의 좋은 점은 잘 안 보이고 나쁜 점만 보이는지 원...

이야기 하나하나가 이렇듯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 '맹추이야기'에서도 엄마가 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같이 이야기를 만들며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때론 아이들이 어른들의 부당함에 조리있게 따지기도 하고, 잘못을 지적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하루 아침에 교육을 받는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권위를 내세우는 우리 대부분의 부모들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존댓말을 하는 범위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의 깜찍함을 넘어 앙큼함을 느끼게 한다. 어떤 때는 안네 하는 짓이 얄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예쁜 아이다. 물론 한네스도 너그럽고 동생을 진짜 사랑하는 멋진 오빠다. 정말이지 오누이의 정답고 사랑스러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들어 있는 만화도 처음에는 내용과 상관이 없어서 어리둥절 했는데 몇 번 넘기다 보니 그것도 하나의 이야기로 존재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이 만화를 많이 보기 때문에 만화를 넣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그래도 만화가 수준이 떨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므로 괜찮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이자 안네 최대의 고민인 '안네는 쌍둥이가 되고 싶어요'는 정말이지 아이가 둘 있는 집에서 한 번씩은 겪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특히 아직도 어리다고 취급받는 둘째라면 더욱 더...

여하튼 모든 이야기들이 둘째의 시선에서 그들의 고민과 애환(?)을 유쾌하고 상큼하게 버무린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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