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경제학 이타적 경제학
데이비드 보일 & 앤드류 심스 지음, 조군현 옮김 / 사군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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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설 때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글쎄, 개인이 체감하기에 달라진 것도 별로 없는데 무엇이 발전했고 풍족해졌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과연 몇 년 전보다 지금이 발전했을까. GDP가 올라갔다고 해도,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내가 느끼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어찌된 것일까. 소득 상승율이 물가 상승율을 못 따라가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 그 와중에 누군가의 경제 사정은 훨씬 좋아졌으니 그런 통계가 나오는 것일 게다. 또 그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 바로 요즘의 문제이기도 하고.

 

  이 책의 초반부터 GDP의 허구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요즘은 행복지수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던데 이제는 단순히 재화에 초점을 맞춘 숫자 놀음보다는 가치에 초점을 두는 측정치가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 측정만 하고 끝나면 GDP에 집착할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겠지만, 적어도 후자의 것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조금이나마 어떤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금융자본주의가 얼마나 허약하고 말도 안되는 체제였는지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거기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듯하다. 그쪽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 수는 없지만 전통경제학자 혹은 주류경제학자들이 여전히 경제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으며(하긴 그러니까 주류경제학자들이지) 그들이 내놓는 정책들이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특히 웬만한 공공재에 속하는 것들조차 위탁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이지 말이 안 나온다. 그들이 기준으로 삼는 건 오직 하나, 경제성 뿐이다. 요즘은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모든 가치의 기준을 돈으로 잡던데, 어른들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아니, 어른들이 그러니까 어린이들이 배우는 것인가. 만약 진정으로 경제성을 따져서 민영화를 하려고 한다면 그나마 봐 줄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사람들이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통으로 추진하면 거센 저항에 부딪치니까 부분부분 쪼개서 추진하는 살라미 전술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이런 건 더 이상 얘기해 봤자 열만 받으니 책 이야기로 돌아와야겠다.

 

  저자는 전통경제학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경제학을 제시한다. 자국의 예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영국이라는 단어를 넣지 않는다면 그게 영국의 이야기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우리의 현실과 똑같다. 이미 자본주의의 부작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흐름은 미약하다. 언론이나 정치인 등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한 자본주의에서 이득을 보기 때문이 아닐런지. 이런 때일수록 그들의 프레임이 아닌 나만의 프레임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인 것은 이 책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지역화폐나 대안화폐를 만드는 경우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는데 모두가 수긍할 만한 것들이다. 다만, 보조금이 지급하며 보호하는 농업에 대해 보조금을 없애고 전면 개방하자고 하는 부분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나라라면 그렇게 해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타격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사실 무역에 대한 파트는 국가간에 얽히고 설킨 문제는 무시한 채 너무 단순화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현재의 경제학을 맹신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알겠는데, 대안이 없으니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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