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꼬마섬! 보림 창작 그림책
유애로 글.그림 / 보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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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가의 책을 참 오랜만에 만났다. 어린이 책을 보기 시작하던 초창기에 많이 보았던 작가였다. 우리나라 그림책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가였다. 물론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좋고 신선한 책이었다. 그 후로 워낙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림책들이 많이 나와서 이 작가의 책은 만날 기회가 적었더랬다. 간혹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쓴 것 같았으나 아무래도 영유아 책은 잘 안 보게 되므로 기억에 없었다. 그러다 만났으니 더 오래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살다보면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의 유용성에 혀를 내두를 때가 종종 있다. 인간이라는 종족 자체가 그래서인지 아니면 내가 욕심이 많아서인지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곤 한다. 그러다 막상 내가 그것을 갖거나 그 상황이 되어서야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꼬마섬도 그렇다. 움직이지 못하는 섬의 특성 상 떠돌아다니는 갈매기나 물고기를 보며 저 너머의 세상이 궁금하고, 돌아다니는 동물이 부럽기만 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꼬마섬처럼 다른 것을 궁금해하고 부러워하는 그 점 때문에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기도 하다. 만약 꼬마섬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부러워하지도 않았다면 다른 세상을 겪어보지 못했을 테니까.

 

  결국 여러 물고기들의 도움으로 육지까지 오게 된 꼬마섬은 새로운 동물도 만나고 특별한 경험도 한다. 그런데 꼬마섬이 와보니 육지 동물들이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격이다. 마침 꼬마섬도 서서히 바다가 그리워지는 참이었기에 동물들을 태우고 다시 바다로 나가서 새로운 식물도 키워내며 동물들과 재미있게 지낸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의아한 생각이 든다. 꼬마섬은 자기가 살던 바다를 떠나 육지로 와서 며칠 지내니 바다가 그리워졌는데, 그렇다면 육지를 떠난 동물들은 섬에 사는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언젠가는 그들도 육지를 그리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린 독자야 꼬마섬에 자신을 대입하니까 동물들에게까지 신경쓰진 않겠지만 어쩐지 내 입장에서만 사물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 또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방식이 마음에 걸렸다. 마치 맛있게 음식을 거의 다 먹었는데 막판에 무언가가 목에 걸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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