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가 나를 보고 웃다 일공일삼 75
김리리 지음, 홍미현 그림 / 비룡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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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데도 이 책을 보는 순간 어떤 드라마가 떠올랐다. 남녀 주인공 배우 때문에 청소년들이 열광하며 보았던 드라마. 소복 입고 나와서 재주를 훌떡훌떡 넘어 사람이 되는 기존의 구미호가 아닌 예쁘고 천진하며 인간적(?)이기까지 한 구미호 이야기라서 딸이 꼬박꼬박 챙겨보던, 그래서 나까지 덩달아 가끔 옆에서 보았던 드라마였다.  

  이 이야기도 어딘지 모르게 그 때의 그 구미호가 생각난다. 비록 역할과 모습이 다르지만 구슬이라는 존재가 비슷하고 여우라는 설정이 동일하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지금까지는 모두 꿈이었습니다'로 끝나면서 꿈에서 벌어진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암시를 주어서 모두를 경악케 했던 어떤 드라마도 겹쳐진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내가 마치 드라마란 드라마는 모두 섭렵하는 사람이라 착각할 테지만 전혀 아니다. 아주 일부만 보거나 주변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꿰어 맞춘 것이다. 어쩌면 드라마를 전부 본 게 아니기 때문에 봤던 부분이 더 기억에 잘 남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전체적인 이야기는 드라마와 전혀 다르지만 일부와 마지막이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하긴 작가도 어린 시절 보았던 전설의 고향을 이야기하니 내가 너무 드라마와 연관시킨 것만은 아닐 게다. 

  머루가 영재에게 구슬을 하나씩 줄 때마다 머루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영재도 눈치챘을 텐데 영재는 왜 마지막까지 구슬을 달라고 했을까. 게다가 별다른 죄책감을 갖거나 욕심을 너무 부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달라고 할까 말까 망설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동안 머루에게 했던 행동에 비추어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미안해서였지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작가는 이것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바로 인간이니까. 하나만 더 얻으면 정말 행복하고 더 이상 스스로 잘 할 것처럼 생각되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좋은 것을 얻고 싶은 게 인간이다.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공부도 그저 그렇고 얼굴에 여드름이 많아서 위축되었던 영재가 일차로 여드름이 없어지자 자신감을 되찾을 때까지는 좋았다. 아무리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해도 스스로 위축된다면 무시할 수 없으니까. 서로 진실한 친구가 될 것 같았던 머루와 영재가 끝내 친구가 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영재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이 스스로 얻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없어질까봐, 혹은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은데 자신의 참모습은 감춘 채로 아이들에게 다가갔으니 주위의 시선에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머루에 대해 쑥덕거리자 자신도 그런 취급을 당할까봐 거리를 두고 결국 이용만 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리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머루와 다른 친구들도 믿지 못한 것이다. 영재와 머루의 우정은 사상누각이었던 셈이다. 

  이 작가의  책인 이슬비 시리즈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소소한 일상을 어쩜 그리 정확하면서도 재치있고 재미있게 담아내는지 감탄스러웠다. 그렇기에 김리리 작가가 쓴 장편동화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읽고 싶었다. 비록 소재와 구성 면에서 다른 것과 겹쳐져서 신비한 맛은 덜했지만 읽는 동안 인간의 욕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읽으면서 계속 영재가 무언가를 눈치채고 마지막에는 뉘우치거나 깨닫길 바랐으나 그 부분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그래도 꿈속의 머루가 그토록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으니 현실에서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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