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버거 대왕 환경지킴이 4
이미애 글, 이주윤 그림 / 사파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햄버거를 무척 좋아하는 둘째가 이 책을 아주 열심히 읽는다. 아마 모르긴 해도 그림에 나오는 햄버거를 보는 재미가 훨씬 크지 않았을까 싶다. 침을 삼켜가며 봤이리라. 다 읽고 나더니 하는 말, 헨젤과 그레텔이랑 똑같네! 정확한 표현이다. 물론 여기서 똑같다는 말은 기본 구성이 같다는 얘기다.  

야채 반찬뿐인 밥상을 보고 집을 나가는 하나와 두리. 내가 보기에 진수성찬이지만 정작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은 없다. 우리도 친정 엄마는 아이들 반찬(특히 둘째)을 따로 챙기신다. 어렸을 때야 워낙 안 먹으니까 따로 했지만 지금은 신경쓰지 않는데도 그러신다. 그러면서 누구네 애는 나물도 잘 먹는다는 말씀을 빼 놓지 않고. 큰아이도 어렸을 때는 야채를 그토록 안 먹더니 어느 순간부터 무척 잘 먹는다. 몸에 좋다는 건 일단 먹고 보는 욕심도 있겠지만 그런 것이 맛있단다. 둘째도 그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어쨌든 그렇게 집을 나간 하나와 두리는 돌아다니다 길을 잃고 헤매다 맛있는 냄새를 따라간 곳이 바로 햄버거 집이다. 이 후로는 이야기가 예상한 대로다. 다만 하나는 햄버거 대왕이 하는 말을 듣고 음모가 숨어있다는 걸 눈치챈 후 햄버거를 먹지 않는다. 햄버거가 왜 나쁜지를 알려주기 위해 햄버거 대왕이 혼잣말을 하고 그것을 하나가 엿듣는 방식을 채택했다. 결론도 예상대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엄마가 차려 놓은 식탁이 여전히 있지만 이제 맛있는 냄새로 느껴진다. 뚱뚱해진 두리가 어떻게 될까 궁금했는데 두 장면에서 모두 처리했다. 달리고 뛰고 걷는 사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던 것. 

두리의 모습은 마치 어릿광대 같다. 그런데 아빠도 모습이 좀 독특하다. 하긴 엄마도 평범하진 않군. 온통 현란한 옷에 배경 그림까지 화사해서 어른인 나로서는 정신이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좋아하겠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가지각색의 햄버거도 눈길을 끈다. 아, 콜라컵에 그려진 걸 보니 두리의 모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그랬구나. 앞 장에는 다른 회사를 의미하는 컵이 있다. 아이가 제목을 보고 버거킹을 의미하느냐고 하던데,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난 다양한 의미로 해석했다. 

뒷부분에는 햄버거가 왜 안 좋은지 환경적인 면에서 접근한 설명이 들어 있다. 모두 맞는 이야기고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여전히 좋아한다. 아예 못 먹게 할 수는 없어서 최대한 먹는 횟수를 줄였다. 일단 그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의도는 좋으나 그것이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나서 가슴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다. 하긴 비교할 만한 책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걸 보면 이런 방식이 참 어려운 것인가 보다. 확실한 주제는 있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여서 '실천해야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도록 하는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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