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신 택리지 : 서울 경기도편 -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교과서 신정일의 신 택리지 4
신정일 지음 / 타임북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에 여행을 가다가 우연히 닭실마을을 지났다.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는데 기억이 나질 않아 곧바로 검색해 보니 한과로 유명한 마을이란다. 또한 택리지에서 길지로 꼽았던 충재 권벌의 집이 있는 곳이란다. 길지라. 명당이라는 얘기잖아. 결국 돌아오는 길에 닭실마을을 돌아보았다. 풍수지리는 전혀 모르기에 길지라니 그런가보다 했지만 아늑한 느낌이 들긴 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라니 더 반가웠다. 또 오랜시간 동안 나라의 중심지였던 서울이 들어있으니 지리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역사에 관한 지식도 얻을 수 있겠다는 욕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정도는 충족되었으나 내가 예상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글쎄,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탓도 있겠지만 여러 자료에서 인용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작가는 전국을 발로 돌아다니며 언제 이 많은 자료들을 읽었을까 싶어 감탄하며 읽긴 했다. 아마 작가의 이야기로 풀어낸 역사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같은 류의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시종일관 객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니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서울의 구석구석을 훑어가며 각 지역에 얽힌 전설이나 역사를 들려준다. 가끔 의미가 너무 커서 어디있을까 큰 기대를 하며 읽었는데 지금은 소실되고 표지석만 서 있다는 글을 읽을 때는 어찌나 안타깝던지. 물론 그러한 뒷이야기를 전혀 몰랐을 때는 안타깝다던가 원래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는데 이렇게 글을 읽고 나니 무척 안타깝다. 역시 알고 볼 때와 모르고 볼 때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이야기가 많았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내가 알고 있는 곳을 이야기할 때는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져서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는데 잘 모르는 곳에 대해서는 지식으로만 들어왔다. 고향 동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던데 솔직히 그곳은 그 집안 사람이 아니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을 못 봤다. 그렇다면 내가 다른 지역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하는 운치 있는 모습과 실제의 모습은 다를 수도 있겠다. 

자연은 스스로 조금씩 변하고 인간이 개입하면 훨씬 많이 변하는 게 당연한 이치건만 미처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에 적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금의 한강 모습을 그냥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근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져서 가장 많이 변한 곳이 바로 서울과 경기도건만 우리는 그냥 지금의 모습만 기억한다. 하긴 동탄 신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그곳(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다녔는데 지금의 번듯한 도로만 기억나는 걸 봐도 굳이 멀리서 예를 찾을 필요도 없다. 책을 읽으며 어디가 길지(여기서도 왜 길지인지 그런 얘기는 없었던 것 같다.)인지보다 어떻게 변했나에 더 눈길이 갔다. 다만 아쉬운 건 해당 지역에 대한 지도가 있었으면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야 발로 걸어다니며 직접 보았기에 눈에 선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가 훨씬 많을 테니까. 그리고 원각사지10층석탑이 13층석탑이라고 되어있다. 사진설명에서는 제대로 되어 있으나 글에서는 계속 13층이라고 썼다. 아마 오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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