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프리카로 간 게 아니었다 시공 청소년 문학 1
마르야레나 렘브케 지음, 이은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어디서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제목을 너무 많이 봐서 읽었다고 착각한 책이다. 혹 책꽂이 어딘가에 꽂혀 있는 것 같기도 해서 한참을 찾기도 했다. 그 정도로 눈에 익지만 정작 읽지는 않았던 책이기도 하다. 그런 책을 이번 기회에 '드디어' 읽었다. 그러고 보니 <비밀의 시간>을 쓴 작가다. 그 책을 읽고 토론도 했는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다시 만나다니.  

이 작가의 책을 비록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그 두 권에서 공통된 느낌이 난다.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따로 절정이 있었나 싶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전개가 빠른 이야기 못지 않은 절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인물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각 인물의 특성이 그려진다. 자칫하면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워낙 얇아서 그럴 시간이 없다. 

처음부터 유하니가 아빠를 기다리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유하니가 여섯 살 때 오토바이를 타고 훌쩍 떠나버렸는데 현재 유하니 나이는 열세 살이다. 그렇다면 칠 년을 기다린 것이다. 아마 그 전에는 막연하게 아빠를 기다렸겠지만 유하니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빠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아빠와의 추억을 곱씹으면서도 이제 아빠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아빠가 왜 떠났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작가의 작품에서라면 아이가 아빠를 원망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게 바로 문화 차이겠지. 유하니 엄마도 아빠를 그다지 원망하는것 같지 않다. 다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만이 아들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곤 한다. 

아빠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유하니가 직접 아빠를 찾아다니다 듣게 된 이야기는 분명 실망할 만도 했다. 그러나 유하니는 그다지 실망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기억 속의 아빠를 완전히 바꾸지도 않는다. 그냥 현실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한다. 그런 모습은 마지막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토록 오랫동안 떠나 있다 돌아왔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잠깐 외출했다 돌아온 사람대하듯 그렇게 맞이할 수 있을까. 전혀 의외의 상황에 잠시 당황했다. 여기서 또 다시 문화 차이를 절감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끝나도 내 마음속에서는 계속 이야기를 짓는다. 과연 엄마의 반응은 어떨까. 아빠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할까 등등. 방학을 세 달씩 보내는 그러한 문화가 왜 이리 부럽던지. 핀란드라는 나라를 잘 몰라서 조금 모호한 것도 없지 않았다.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있는 사람을 찾아 시내로 가서 물어보고(우리 상식으로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짜 아빠를 알고 있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렘브케의 글맛은 그대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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