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편지
최향 지음, 심미아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시는 좀 알겠다 싶으면 어느 순간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다. 간신히 시에 맛을 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다시 처음 시를 읽었을 때 같다. 그래도 최대한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비가 온 뒤 유난히 많이 보이는 잠자리가 마치 생일 파티를 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엄마에게 생일을 물어보니 비 온 뒤 맑은 날이 생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날이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아닐 테니 잠자리 마을로 가고 싶다는 시 <잠자리 생일>. 정말 아이들은 생일이 일 년에 몇 번은 있었으면 한다. 선물은 그렇다쳐도 일단 그 날은 혼나지 않으니까. 

초록빛 바다(사실 시에는 색깔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림이 초록색이라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되었다.)에 발을 담그면 마치 발이 초록빛으로 물들 줄 알았는데 젖기만 해서 실망했다는 시는 문득 어떤 동요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건 사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글을 쓰는 이 순간 퍼뜩 떠올랐다. 

2부에서는 숫자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요즘 한자를 가지고 시를 쓰는 게 유행이던데 여기는 시를 가지고 썼다. 3과 8이 서로의 숫자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읽으니 정말 3이 8의 반이다. 그런데 시가 좀 모호하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엔 3이 8이 되려고 안아 주고 싶었다는데 3연에서는 추워서 하나 되고 싶었다고 하니 선뜻 연결이 안 된다. 아마도 3이 안아주었을 때는 이미 8로 생각을 해서 그런가 보다. 여하튼 마음에 확 와닿는 시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내가 시에 몰입해서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더 깊은 어떤 것을 원해서 그랬는지. 이래서 난 시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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