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의 희망 노래 미래의 고전 16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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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어린이책을 숱하게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진작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이런 책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라도 읽고 알게 된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싶다. 

엄밀하게 말해서 역사동화라는 명칭은 없지만 편의상 그렇게 분류하곤 한다. 그래서 모임에서도 역사동화를 따로 읽기도 했다. 그런 역사동화를 통해 제암리를 알았고(다른 사람은 그 책을 읽기 전에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난 몰랐다.) 노근리를 알았다. 그리고 이번에 우토로를 알았다. 동화를 읽지 않았더라도 제암리는 마침 그 근처로 이사를 와서 알았고 노근리는 최근 영화로도 나와서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우토로는 아마 이 동화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보아하니 방송에도 나오고 다양한 방면에서 우토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애쓰고 있었나본데 난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 아이들은 오죽할까. 

일제감정기 때 일본 정부가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강제로, 아니 솔직히 강제로라기 보다 속여서 사람들을 데려가 일을 시키고 정당한 보수는 당연히 주지도 않고 그곳에서 잘 살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은 채 떠나버렸단다. 그러니 힘들지만 하나의 희망만 바라보고 살았던 사람들은 떠나지도 못하고 그곳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낯선 나라의 황무지에서 온갖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마을 대표가 주민들 몰래 땅을 일본의 회사에 팔아넘겼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 회사는 주민들에게 땅에서 나가라고 하고 주민들은 못 나가겠다고 버텼지만 결국 모두 패소했다. 법적으로 보자면 당연한 결론이다. 팔아먹고 도망간 사람을 원망할 수밖에. 그제야 한국에서 그 사실을 알고 도와주고자 사방팔방 애쓰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우토로에 정착할 때 어린이였던 보라가 겪은 일을 딸인 홍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심한 차별을 받으며 학교를 힘겹게 다니다 결국 스스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 일본인들에게 계속 당하고 살 것이라는 걸 깨달은 보라는 그 후 당당하게 생활한다. 마을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할머니와의 갈등도 많았지만 그것이 당신을 위한 게 아니라 후손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함께 동참하기도 한다.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그곳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우토로 이야기다. 기나긴 이야기(첫 장과 마지막 장만 현실이고 나머지는 모두 회상이다.)를 장례식장에서 들려준다는 설정이 조금 어색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러한 작품성보다 필요성에 가치를 두고 싶다. 그나저나 우토로 사람들이 정말 희망을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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