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세뱃돈 뺏지 마세요!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34
최은순 지음, 김중석 그림 / 시공주니어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부분의 가정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이자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내 돈을 자꾸 가져가서 나중에는 크게 항의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엄마는 나를 자기 돈은 엄청 챙긴 딸로 기억하신다. 그러니까 나는 당연히 내 '권리'를 주장한 것이라 기억하는 반면 엄마는 세뱃돈 조금 썼기로써니 그걸 끝까지 달라고 하는 이기적인 딸로 기억하신다는 얘기다.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가 내 돈을 쓴 게 훨씬 많은데. 

이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뺏는(그렇다고 진짜 뺏지는 않는다) 엄마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옛날 일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럼 우리 아이들도 그러려나. 그러나 난 아이들 돈을 내가 쓰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모으고 있다. 헌데 아이들은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는데도 믿지 않는다. 나중에 직접 통장을 보여줬더니 그제야 아무 말 없이 맡긴다. 그래서 동철이 엄마가 아무리 구두쇠라지만 동철이에게 뺏은 세뱃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돈을 조금도 허투루 쓰는 사람이 아닌데 당연하지. 한편으로는 동철이 엄마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구두쇠라서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왜 꼭 그런 역은 엄마가 맡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구두쇠 아빠도 많던데) 이 부분 만큼은 전적으로 동철이 엄마 편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던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법한 세뱃돈 이야기. 작가가 글쓰기를 가르치는 아이들의 하소연을 듣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작가소개를 봐서인지 글에 나오는 이모가 자꾸 작가와 동일시되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동철이가 세뱃돈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한복에 딴주머니(말 그대로 진짜 딴주머니다)를 차는 모습은 마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애쓰는 모습 같다. 동철이가 그렇게 힘들게 세뱃돈 일부를 슬쩍하는데 성공해서 드디어 축구화를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엄마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서 사건이 터지고 만다. 그 사건은 동철이가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계기가 된다. 게다가 비록 다른 사건 때문이지만 축구화까지 얻게 되었으니 모두 잘 해결되었다. 

우리 명절 풍습에서('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싶지만 확신이 서질 않는다)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아이들도 많이 공감할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우리 동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재다. 하지만 엄마가 지나치게 구두쇠로 나온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어떤 아이는 이런 엄마를 창피해 하고 그것 때문에 삐딱하게 굴기도 하는데 동철이는 그러지 않아 착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현실을 좀 미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와 부모가 한 번씩은 겪었던 소재라 재미있으면서도 약간 밋밋한 감도 있다. 그건 아마도 사건의 절정이 약해서 그런 듯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얼른 집어들 것 같다. 그렇다고 진짜 동철이처럼 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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