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다 한겨레 인물탐구 1
청년백범 지음, 박시백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를 이야기할 때 '만약'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만약 김구에게 초대 정부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그걸 막기 위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치밀하게 방해했으니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겠지만 말이다. 문득 김구가 해방 후 사회가 분열될 즈음에 통합을 위해 애쓰던 모습을 보니 조선의 유학자 이이가 떠오른다. 당쟁이 심할 때 비론 본인이 특정 당파에 소속되었다고 여겨지더라도 당파를 떠나 통합을 주장한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중재 역할에 애쓰던 이이가 죽자 극심한 당쟁으로 치달은 것과 김구가 죽고 결국 두 개의 나라로 갈라진 것이 비슷하다. 이래서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는가 보다. 또, 그래서 역사를 알아야 한다. 잘못된 길을 다시는 가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여전히 알면서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게 현실이라는 생각도 든다. 

백범일지가 어린이용으로 많이 나와 있어서 읽은 아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또 요즘엔 인물 이야기가 각 출판사에서 많이 나오므로 '김구'의 삶을 접한 어린이도 꽤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주로 전쟁영웅을 중심으로 모아졌던 인물이 점점 다양한 분야로 옮아가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그런 변화를 무척 환영한다. 물론 그렇더라도 어느 곳에서나 김구가 빠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김구는 우리 현대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이 책은 김구의 생애를 개략적으로 설명하면서 중간중간 참고해야 할 당시 사회생활이나 인물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그래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현대사의 흐름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개인의 안위나 이익보다는 대의를 위해 산 인물 김구. 자신의 아들이 폐병으로고생할 때 약을 먹이고 싶다는 며느리의 간청을 거절할 정도로 냉철했다. 어찌 아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나. 확실히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여기서는 김구의 생애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가끔은 문장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객관적인 사건을 서술하는 글의 특성 상 어쩔 수 없겠지만 글의 맛을 느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한겨레아이들' 출판사라서 이 시리즈에 관심이 간다. 

우리의 현재 역사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노력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이 나라가 있었을까.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우리가 이렇게 만든 것인 양 자만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다. 그래서 당장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당장 편하게 살 궁리만 하는 것은 아닐런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에 지금을 돌아볼 때 그래도 조금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불과 60여 년 전에 김구가 주장했던 일-특히 친일파 청산-들이 실현되지 않아 아직도 제 길로 들어서지 못한 우리의 역사가 안타깝다. 반세기가 지났으니 너무 거기에 연연하지 말고 이제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할 텐데 그 마저도 쉽지않아 보이니 더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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