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미래의 고전 15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쇠를 먹는다는 전설 속 동물인 불가사리에 대한 책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처음 접한 이야기는 대개 그림책으로 된 것으로 불가사리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책은 그런 불가사리를 매개로 사랑과 삶을 이야기한다. 옛이야기나 역사 속 하나의 작은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강숙인 작가의 책답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불가사리 이야기가 펼쳐진다. 

흔히 어지러운 시절에 나타나 무기를 만드는 쇠를 모두 먹어치운다는 불가사리 이야기의 기본 틀은 동일하다. 그러나 불가사리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왜 지금의 전설만 남게 되었는지를 들려준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그런 게 아닐까 생각된다. 불가사리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이유와 불가사리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어째서 전해지지 않았는지가 그럴 듯하게 나온다.  

비록 권력자들은 제 잇속을 챙기기 바쁘고 나라는 흉흉하지만 마음이 올곧은 부쇠가 길에서 만난 아이 장이를 데려다 키우면서 모든 사건은 시작된다. 부쇠와 친구인 덕삼이는 사이좋게 지내지만 덕쇠의 아들 검배는 됨됨이가 아버지에 못 미친다. 그래서 계략에 넘어가 결국 부쇠와 장이를 죽게 만든다. 게다가 사랑하는 연이를 위한답시고 한 일은 끝내 자신의 인생까지 파멸로 몰고갔다. 검배는 누가 뭐라고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족을 떠나 홀로 떠돌아 다닌다. 

부쇠가 장이가 어이없이 죽고 네 명의 얼키고 설킨 사랑이 통속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왜구가 쳐들어오자 분연히 들고 일어나 전쟁을 이끈 검배의 모습이 어딘지 어색해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검배가 악한 역으로 나오는데 잠깐 긍정적인 면을 보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오히려 검배는 입체적인 인물인데 말이다. 주인공은 장이와 연두인데 이상하게 검배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인간의 다양한 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달래가 아이들에게 불가사리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부분 때문에 불가사리 전설에 대한 그럴 듯한 이야기가 성립된 듯하다. 마치 드라마가 끝날 때 몇 년 후 모습을 정리하며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드라마의 경우 급하게 대충 수습하느라 앞뒤가 안 맞아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이 이야기는 반대로 뒷 이야기 때문에 정말 불가사리 전설이 나온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작가의 책은 무거운 듯하면서도 내용이 편안하다. 다만 딸이 과거를 다룬 이야기는 읽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재미있게 읽을 텐데 시작을 하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깝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