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 학교희망보고서 1
작은학교교육연대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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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현재의 공교육에 만족하는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는 학교가 바로 여기 소개된 학교들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에 남한산초등학교 사례가 방송된 후 그 학교는 문의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한다. 사실 나도 그 때 남한산초등학교를 처음 알았다. 아니, 그런 학교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보통 그런 류의 대안학교는 있지만 공교육에서 마치 대안학교처럼 꾸려가는 학교가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간혹 시골에 있지만 시설이 좋다느니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건 그냥 외양을 갖춘 것 뿐이라는 생각에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달랐다. 여기에 소개된 7개의 학교는 단순히 남에게 보여지는 것들에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인성에 초점을 맞춘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각 학교의 교사들이 학교를 일군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어려움과 보람을 함께 말한다. 그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아이들이 생각났다. 우리야말로 시내의 복닥대는 학교에 있다가 지금의 학교로 전학을 왔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찌어찌하다 보니 지금의 학교에 오게 된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서 버스를 운행하는 큰 학교로 옮길 기회가 있었지만 통학하기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금 학교에 남았다. 교실에서 40여 명이 공부하는 교실과 20명이 채 안되는 교실은 보기에도 차이가 많이 난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갖는 관심의 정도도 차이나는 건 당연하다.  

오죽하면 둘째는 40명씩 10개 학급이 있던 학교에 다니던 때와 지금을 종종 비교하며 마치 옛날을 이야기하듯 한다. 그 학교에서는 복도에서도 교실에서도 그냥 돌아다니는 게 허용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물론 지금 학교에서도 복도에서 뛰다가 선생님께 걸려서 혼났다고 말하지만 그것조차 재미있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어떤 선생님은 교실에서라도 뛰어놀라며 대신 복도에서는 뛰지 말라고 '조장'하기도 했다. 지금 아이는 아주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며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처음엔 괜히 변두리로 와서 학업에 지장을 준 건 아닌가 회의가 들었지만 지금은 만족한다. 비록 학업은 시내 아이들과 조금 차이가 나겠지만 소중한 유년기의 추억을 얻었다고 본다. 다만 학생이 자꾸 줄어서 이번 새학기에는 반이 하나로 준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래도 시내의 과밀학급 보다는 낫겠지 싶다. 

학교 교육은 단순히 선생님이 의욕이 많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행정관료인 교장과 학부모의 도움 없이는 정말 힘들다는 것을 7개의 학교 사례에서 보여준다. 거산초등학교나 삼우초등학교 등의 학교가 모두 남한산초등학교의 사례를 보고 힘을 얻어 시작했다고 하니 남한산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더 존경스럽다. 이후 생긴 학교에 남한산초등학교가 모범이 되었다니 말이다. 만약 남한산초등학교가 없었다면 이런 학교가 생기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렸을 것 아닌가. 누군가가 이미 시작한 일을 따라가는 것과 새로 만들어서 시작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참 신기하게도 각 학교를 만들 때 나타나는 어려움은 모두 비슷해 보인다. 일부 학부모들의 이기적인 생각, 교육청과의 마찰, 교사들끼리의 의견 대립 등.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런 것은 어느 학교나 있는 현상일 뿐 이 학교의 학부모들이 특이해서도 아니고 선생님들이 주장이 세서 그런 게 아니다. 이 모든 과정을 극복하고 이제 차츰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학교도 있고 2기를 맞이하는 학교도 있다지만 앞으로 순탄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을 게다. 그래도 처음 보다는 훨씬 덜 아프고 덜 힘들이며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를 이렇게 바꾸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라도 안다. 사실 이런 학교를 만든 교사의 가족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이 힘들어 보였다. 그러니 아예 불가능하다기 보다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학교가 점점 늘었으면 좋겠다. 이제 몇 년 있으면 내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해서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이런 학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니,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를 생각하는 학교, 아이가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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