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해가 떴습니다
장경혜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보는 순간 대개 노래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워낙 익숙한 구절이라 보자마자 바로 그 노래가 생각났지만 설마 했다. 아마 그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어떤 이야기를 전개하겠지 했는데 진짜 그 노래다. 지금도 어린 아이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많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 들은 건지 내 아이가 어렸을 때 들은 건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원래 이 노래는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과정을 노래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경쾌하고 밝다. 어린 아이가 아침에 얼마나 일어나기 싫을까. 그러니 이런 노래로라도 흥겹게 일어나서 준비하고 학교에 가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가 뭔가 이상하다. 속지에 엄마가 아주 마른 아이의 손을 잡고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테두리를 진하게 그리고 다른 색은 쓰지 않아 좀 투박해보이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보던 그림과 다른 독특한 맛이 느껴진다. 어쩌면 서울동화일러스트레이션 대상 수상작이라니까 더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좀 난해한 감도 없지 않았다. 

'등근 해가 떴습니다.'하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림에서 그림이 헷갈린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제야 알겠다. 사실 그냥 봤을 때는 가족이 여러 명인가 보다 했다. 엄마도 있고 누나도 있나보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엄마가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하품을 하며 세수하러 가는 모습이 한 면에 모두 그려져있다. 이런 식의 그림이 뒷부분에도 나온다.(그런데 뒤에 있는 그림에서 엄마가 가방을 들고 나가는 그림과 책을 읽어주는 부분은 어느 것이 먼저인지 잘 모르겠다. 다음 장에서 엄마가 계속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보아 다 읽어준 후에 나가는 것을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아이 옆에서 책을 읽어주고픈 마음을 표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노래 가사가 바뀔 때마다 누워 있는 아이가 그에 맞춰 움직인다. 또한 텔레비전에서도 똑같이 움직인다. 다만 텔레비전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재미있게 먹고 준비하는 대신 책 속의 아이는 혼자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모두 엄마가 해준다. 이 이야기는 근육에 힘이 없어지는 병에 걸린 일곱 살 소년의 이야기다. 그래서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 뒤에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싸함이 있다. 그래도 마지막에 해바라기가 만발한 곳에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니 조금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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