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두 동무 반달문고 26
임어진 지음, 김용철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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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색이나 그림이 참 친근하다. 게다가 제목에 '보리밭'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 웬지 구수한 느낌이 난다. 요즘은 일부러 찾아가야 볼 수 있는 것이 보리 아니던가. 그렇다면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 적어도 요즘 아이들이 옛날이라고 하는 그런 시대가아닐까. 하지만 제목을 보고 느꼈던 그런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게다가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각각 독특한 소재를 다룬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이 예쁘다. 봉지 빈. 이름에 '빈'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어딘지 무게감이 느껴졌던 평소의 생각이 반영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이름이 태어난 과정을 보면 참 어이없다. 아니,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빈 봉지를 가지고 이런 이름을 만들다니. 그리고 너무 흔해서 물건이라고 여겨지지도 않는 까만 봉지에 생명을 불어 넣어 이야기를 만드는 재치에 놀랐다. 작가의 목소리가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작가란 어느 것도 하찮게 바라보지 않는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있나 보다.  

그러고 보니 두 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도 따스한 이야기다. 과거와 현실을 교묘히 결합한 판타지를 차용하면서도 그 판타지가 제삿밥을 먹으러 온 혼백으로 설정함으로써 판타지로 느끼지 못하겠다. 마침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즈음에 이 이야기를 읽어서인지 다소 작위적이고 과장된 이야기인데도 거기에 신경쓰기 보다 전쟁을 겪었던 우리 현실에 더 마음이 갔다. 전쟁을 그저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현재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머지 한 이야기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이웃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소통하는지 보여준다. 솔직히 우리 아이들도 이웃의 개념이 없다. 아이들이 커서 이사를 와서 사귈 기회도 필요도 못 느꼈으니 그럴 수밖에. 알고 보면 주변에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텐데. 그들에게 거창한 도움을 주는 것보다 따스한 말 한 마디, 꽃 한 송이(용이와 석이처럼)를 건네는 것이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세상살이를 하는 아이들이 따스한 이야기 세 편을 만나 조금이라도 따스한 마음을 전달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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