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시민 불복종 세계를 뒤흔든 선언 3
앤드류 커크 지음, 유강은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학부모 영어 교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문학에 그다지 조예가 깊지 않은 관계로 딱히 떠오르는 작가가 없었다. 특별히 작가를 염두에 두고 읽지 않은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어린이 책이라면 훤히 꿰고 있어서 대답하기 쉬울 텐데). 그러다가 문득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떠올랐다. 예전에 그에게 영향을 받았거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 책을 조사하면서 덩달아 소로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 그리고 <월든>을 읽었고 많은 것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지식이 협소해서인지 <월든>에서 인용하는 수많은 책을 알지 못하기에 내겐 좀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대신 소로의 그런 삶을 동경했고 그의 자연주의적이며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사실 소로가 에머슨과 절친하게 지냈다는 것만 알았지 그 이상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에머슨에 대한 책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읽었다. 물론 여기서는 소로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기에 에머슨에 대해 많이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원래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소로와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였기에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당초의 제목은 그렇지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시민 불복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는 그 원문과 그것이 나오게 된 배경, 그리고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지금 수많은 미국인들이 소로라는 인물을 추앙하고 있지만 한동안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니 놀랍다. 고집스럽게 살다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소로. 그러나 지금은 전세계에서 그를 인용하고 서로 자신의 주장에 끼워맞추려고 한다. 일각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비판하기도 하는데 소로가 원인제공을 한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단다. 명확한 길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후대 사람들이 자신의 구미에 맞게 인용한다는 이야기다. 워낙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고, 또 다방면에 지식이 풍부했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조금씩 알고 있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 약간은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월든> 때문인지 자연주의자라는 생각이 더 강했는데 이제 비로소 소로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것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그것 마저도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간디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마틴 루터 킹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는 것만 보아도 소로가 단순히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푸념하듯 꺼내 놓은 것이 아니며,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주의적인 상념에만 사로잡혀 살았던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정 그는 수많은 지식을 흡수하며 그것을 서로 연결시켜 자신의 생각을 마무리했던 것은 아닐런지. 그러기에 세태에 대충 안주하며 살았던 당시 사람들에게는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의 우리는 어떤가. 마지막 부분에서 개인이 아무리 애를 써봐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자조하는 요즘의 내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뜨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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