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제국사 미래의 고전 2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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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고양이를 키웠다. 여러 마리 키웠었는데 그 중 특히 정이 많이 든 고양이가 있었다. 어른들 말에 의하면 고양이는 쌀쌀맞은 동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하면 떠난다지. 또 쉽게 사람과 친해지지도 않는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처음에 새끼 고양이를 데려왔을 때 사람에게 오지도 않더니 우리가 강아지를 예뻐하자 슬그머니 와서 몸을 비비며 애교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물론 거의 한 식구처럼 지냈다. 나보다 특히 막내 동생이 그 고양이와 정이 많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양이가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인지 그다지 무섭지 않다. 

아이들 책이든 어른 책이든 고양이가 나오는 책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읽은 책은 거의 없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니 다른 책들은 고양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갈지 궁금해졌다. 어떤 동물을 등장시키건 결국은 인간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축소하거나 변형시켜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읽으면서 혹시나 정말 그런 것은 아닐까 내지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며 그럴 듯하게 여겨지는 것일 게다. 

이 작가의 전작인 <주몽의 알을 찾아라>를 읽으며 공간을 넘나드는 구성 때문에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스케일이 좀 더 커졌다. 이제는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넘나들고 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대에 여러 곳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게다가 공간이 다양하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또 한 가지 <고양이 제국사>라는 제목 답게 다양한 고양이 종류가 등장한다. 사실 처음엔 아는 것이 없어서 무척 헷갈렸다. 

마우 고양이가 인간과 계약을 맺으면 둘이 함께 느끼고 같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정말 고양이가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구성 때문에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나중에는 모든 이야기가 서로 연결된다. 특히 마지막에 마우 아랑이 오래 전에 계약자였던 파로(비록 한때 배신을 했지만)에게 돌아가는 부분이라던가 소미가 자신의 소원을 아랑을 위해 쓴 것이나 언니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받아들이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그런데 지나치게 꼬이는 상황들 때문에 자칫 산만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얼기 설기 엉켰던 그물들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맛을 느끼기에는 아주아주 약간 약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점점 이 작가의 팬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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