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성, 반가워 사춘기 - 열흘간 떠나는 행복한 성교육 여행 Go Go 지식 박물관 32
정미금 지음, 황미선 그림 / 한솔수북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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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리기만 한 둘째는 틈만 나면 엄마 옆에서 자려고 한다. 그래서 쉬는 전 날은 함께 자기로 했다. 또 둘째는 아직도 샤워하고 나서는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채 거실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누나가 보거나 말거나.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그럴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불과 일 이 년이 아닐런지. 그러면 이제 옆에서 자겠다고 조르지도 않을 테고 샤워하고 옷을 다 입고 나오겠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사춘기가 다가오는 게 겁나기도 한다. 지금이야 별별 이야기를 나에게 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그러지 않겠지하는 생각을 하면 괜히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 때가 바로 내 품에서 떠나기 시작하는 시기일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자라야 하고 자라고 있다. 

아들과 딸을 골고루 키우다 보니 성 교육에 대한 고민이 두 배가 되는 것 같다. 딸은 딸대로 걱정이고 아들은 아들대로 걱정이다. 매스컴에서 성폭력이니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다음 날은 더 긴장한다.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걱정이 된다. 큰 아이는 이제 제법 컸다고 웬만한 것은 아는 눈치다. 어떤 때는 아이에게 주의를 주다가 나도 모르게 더 앞서 나가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아이가 왜 갑자기 성교육이냐며 반문한다. 아무래도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는 딸은 무엇을 걱정하는지 왜 걱정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저 자기와 상관없는 일로 여기는 듯하다. 사실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내가 특별히 성과 관련된 책을 접해주지 않았다. 한편으론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괜한 호기심만 불러일으킬까 걱정하는 마음이 반반인 사이 시간이 흘러간 이유도 있다. 그러다 이제 진짜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겠기에 이 책을 보았다. 

마침 또래도 우리 두 아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문제는 큰 아이에 비해 둘째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가끔은 정말 모르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리가 무엇인지 물어보기도 한다. 그럴 때 큰 아이와 난 난감해서 서로 얼굴만 마주 보다가 그냥 얼버무렸던 기억이 난다. 이제 이 책으로 차근차근 이야기 나눠 봐야겠다. 어떤 때는 누나의 속옷을 보고 다른 데다 치울 수 없느냐고 이야기한다. 누나가 있기 때문에 여자에 대한 환상이나 괜한 쑥스럼 내지는 호기심은 없어 보인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정작 사춘기가 되면 이런 예방주사는 효과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중학생 집단상담을 들어가서 한번은 사춘기가 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일제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때 든 생각은 아이들이 그 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어떤 행동을 해도 사춘기라서 이해가 된다고 생각하고 갑자기 화를 내도 이해받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주인공인 예민이는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화가 난다'고 하니 말이다.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되는 예민이와 강민이를 위해 열흘간 직접 나이가 한 살씩 늘어나는 체험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라 막연히 이럴 것이다가 아니라 직접 그 시기에 일어나는 현상을 현재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들이라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교육.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저 막연히 알겠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방어한다. 나도 그랬다. 이제 그런 소극적인 성교육이 아니라 적극적인 성교육을 해야 할 때다. 성은 무조건 감춘다고 될 일이 아니라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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