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바다 힘찬문고 49
김일광 지음, 이선주 그림 / 우리교육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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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첫째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건지 애교가 없다. 그래서일까. 딸 아이도 애교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 그런데 이번 겨울방학 때 3주간의 캠프를 갔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하면서 딸이 엄청 울었다. 뭐, 말로는 나중에는 집에 오기 싫어서 울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얘가 엄마인 나를 그리워하긴 하는 건가 의심하곤 했는데 이번에 그 의문이 싹 풀린 셈이다.

이처럼 표현을 별로 하지 않는 우리 딸도 엄마와 떨어져 있으면 그리워하는데 하물며 엄마가 돌아가신 아이들은 오죽할까. 사실 요즘은 건강에 약간의 의심만 생겨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아이들이다. 반대로 아직도 엄마가 살아계시다는 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도 엄마란 존재는 의지가 되고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더 하겠지.

내가 농촌에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읽으면 선뜻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그들의 생활을 잘 모르고 그와 연관된 추억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사실 그래서 더 궁금햇고 약간은 걱정하며 읽은 것이 이 책이다. 그러나 그럴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비록 해녀들의 생활을 전혀 모르고 바닷가 냄새를 음미할 줄 모르지만 안에 들어있는 감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새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다빈이가 할머니집에서 며칠 머무르면서 결국은 새엄마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밀려온다. 새엄마와의 갈등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다빈이 마음속에 있는 그리움과 미움의 싸움이다. 기존의 가정문제를 다룬 동화들이 둘 사이의 갈등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것은 한 아이의 내면을 조명한 성장동화인 셈이다. 물론 다빈이가 성장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은 역시나 새엄마였던 할머니였지만 말이다. 그럼으로써 다빈이는 이제 새로운 생활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읽으면서는 너무 밋밋하고 뻔한 결말일 것이라는 생각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다시 내용을 되새기니 참 잔잔한 맛이 느껴진다. 간혹 억지스러운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눈앞에 파도치는 바다가 펼쳐진 곳에서 자신을 가다듬는 다빈이를 만난 것 같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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