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호동왕자 (반양장) 책읽는 가족 12
강숙인 글,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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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한 가지 사건이 있으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뒤에 숨은 뜻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또 매스컴에서 유명한 사람(주로 정치인이다.)이 어떤 말을 하면 과연 그 이면에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왜냐하면 그들이 하는 말이라는 것이 고도의 계산에 의한 것이지 나처럼 방금 떠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야 단순히 이야기 자체에 의미를 두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후로 여러 각도에서 보는 법을 서서히 터득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주몽이 부여 궁에서 도망칠 때 자라와 물고기들이 다리를 만들어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해석하면 안 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도 내가 순수하게 생각하고 발전시킨 것들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것이기에. 아마 그래서 난 낙랑 공주와 호동 왕자의 이야기를 아무 생각없이 그냥 그랬대라고 받아들였던 것일 게다. 그 이면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숙인이라는 작가는 달랐다. 역시... 그동안 워낙 많은 역사동화를 쓰긴 했지만 남들은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로 흘려 버릴 수 있는 것을 이렇게 멋진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다니 놀랍다. 단순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로 생각하는 것을 커다란 틀 안에 넣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로 다시 만들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믿음이란 무엇인가 등등. 작가는 중학교 역사 선생님으로부터 공주가 아버지로부터 죽임을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까지 알고 있던(지금까지 내가 느끼고 있던) 애절하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던 것이 흔들리는 사건이었다고. 당시 작가가 느꼈을 충격을 이해할 만하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그런 느낌이니까.

호동이 낙랑 국으로 가서 공주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결혼까지 하지만 자신의 권력을 위해 공주를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둘의 사랑은 끝나고 만다. 그러면서도 정작 호동 자신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호동의 마음 깊은 곳에는 사랑보다는 국가가 먼저라고, 남자의 큰 뜻을 위해서 즉 대의를 위해서 작은 것은 희생해도 된다는 당시의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원하던 것을 쥐고 있을 때 이야기다. 권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들어왔던 것이 아닐까. 만약 호동이 세자로 책봉되었다면 예희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을까. 뭐, 그랬다면 이런 이야기가 탄생하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올해 성인책은 역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 대세였다. 이런 동화가 계속 나온다면  어린이책도 역사동화가 대세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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