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랑물 (책 + CD) - 권태응이 쓰고 백창우가 만든 노래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 4
권태응 시, 백창우 곡, 조혜란 그림 / 보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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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라는 시인은 어린이를 위한 곡을 만들기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악기도 서양 악기와 동양 악기를 적절히 사용하고 때론 혼합하기도 하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굴렁쇠 아이들은 또 어떤가. 연령대가 다양하기에 서로 자기에게 맞는 노래를 어쩜 그리 딱 맞춰서 부르는지 그저 경탄스럽기만 하다. 맑고 꾸밈이 없는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내 마음까지 맑아진다. 기타 하나 들고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백창우 선생님을 보면 진정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권태응이라는 시인은 또 어떤가. 일제 시대에 경성제일고보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가지만 식민지라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독서회를 조직 운영하다가 결국은 감옥까지 간다. 거기서 폐결핵을 얻어 병보석으로 풀려나서 고향으로 돌아와 오로지 어린이를 위한 동시와 농민의 생활을 담은 단편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생전에 책으로 펴낸 것은 오로지 <감자꽃>이라는 동시집 뿐이다. 병이 너무 깊어 34세(만 33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시인 권태응.

아주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것을 노래한 권태응 시인의 시를 가지고 백창우가 곡을 붙인 노래를 굴렁쇠 아이들이 불러서 낸 보리 아이들 노래집인 <또랑물>은 위에서 열거한 수식어만 보더라도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는 책이다. 거기다가 예쁜 악보와 시가 같이 들어 있어서 노래를 듣다가 심심할 때 악보집을 펼쳐 보면 그게 바로 시가 되는 것이다. 노래는 또 얼마나 정감있고 순수하던지...

삼팔선이 생겨서 남과 북으로 갈라진 현실을 개탄하듯 노래한(그러나 개탄하는 듯한 뉘앙스는 전혀 없다.) '북쪽 동무들'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저 괜히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노래는 경쾌한 리듬보다는 약간 차분한 음으로 노래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노래 하나하나가 모두 가사와 아니 시와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린다. 경쾌하고 어렸을 때 놀던 시골을 연상시키는 표제작 '또랑물'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또랑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이런 건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읽어도 소용이 없다. 한 번 노래를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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