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옐러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5
프레드 깁슨 지음, 칼 버거 그림, 김민석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사고체계는 참으로 묘하다. 내가 어느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그것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극과 극을 달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례로 동물의 생존을 다룬 다큐드라마에서 얼룩말을 잡아 먹는 사자가 있을 때 주인공을 사자로 하면 잡아먹는 게 당연하게 보인다. 만약 사자가 사냥을 못해서 굶고 있으면 어서 나가 아무 동물이라도 잡길 바란다. 그러나 만약 주인공이 얼룩말이라면 잡아먹는 사자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이처럼 어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하나의 행동이 전혀 다른 각도로 보이는 것이다.

한 때는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많이 있었다. 광활한 대지를 말타고 다니며 사냥하고, 원주민과 싸우고,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하게 보내는 그런 영화를 보고 감동을 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것을 보여주는 주체가 미국인이 아닌 원주민이었다면 내 느낌은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황망하게 잃어버리고 쫓겨나야 했던 그들의 입장에서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야만적인 백인의 행동에 분노했겠지. 이 책에서도 인디언들이 트래비스의 집으로 쳐들어오기도 했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그들의 행동이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것이 주가 아니므로 잠시 잊기로 하자.

서부 개척 시대. 황무지 땅에 정착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자연환경과 싸워야 하고, 사나운 짐승들과 싸워야 하고, 가난과 싸워야 했다. 대부분의 것을 자급자족해야 했으며 온 식구들이 오로지 생존을 위해 애써야 할 그런 때였다. 오죽하면 아버지는 돈 벌러 떠나고 열 두 살인 트래비스가 가장 노릇을 하며, 지금의 열 두 살 아이가 할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일을 척척 해 냈을까. 대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도 트래비스가 감당해야 하는 일들을 보면서 그냥 자연과 떨어져서 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온갖 영화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오래되어서 제목도 내용도 기억이 잘 안나지만 그냥 그 느낌과 어떤 장면들이 오버랩되곤 했다. 거기에 등장인물인 옐러라는 개가 추가되었고... 소년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옐러에게 총을 겨누었을 때의 심정이 어땠을까. 또 그 후유증은 얼마나 컸을까. 내 가슴이 다 아프다. 그래도 다행이 정말 다행이 옐러의 분신이 남아 있어서 책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덮을 수 있었다. 그렇게 트래비스는 어른이 되어 가고 다시 점박이 강아지에게 정을 느끼며 아픔을 딛고 성숙해질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리 옐러의 분신인 점박이 강아지라도 옐러를 대신하진 못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시간이 약이다. 더 시간이 지나면 아팠던 기억이 흉터로 조금 남겠지. 그 흉터 위로는 새로운 추억이 쌓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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