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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 발전사전 -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가지 개념
볼프강 작스 외 지음, 이희재 옮김 / 아카이브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발전'이라는 것은 어느 논쟁에도 비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전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이며, 이뤄내야 할 것이다. '김예슬 선언'에서 비슷한 표현을 가져와 본다면, 보수가 발전을 원한다면, 진보는 의식있는 발전을 원한다. 자본주의자가 자본주의식 발전을 원한다면, 사회주의자는 사회주의식 발전을 원한다. 부자가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발전을 원한다면, 빈자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을 원한다. 북반구의 여러 나라들이 초일류대국을 위해 발전을 원한다면, 남반구의 여러 나라들은 북반구의 나라들의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 발전을 원한다. 그러나 이 책 <反 자본발전사전>은 그러한 발전의 레이스에서 벗어날 것을, 이제 발전에 대한 헛된 희망을 버릴 것을 우리에게 권한다. 아니, 권한다기 보다는 강력하게 경고한다.

책임 집필자인 볼프강 작스를 비롯한 이 책의 저자들이 이러한 발전 본위 사회에 경고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문제이다. 하나는, 문화적인 식민화, 상상력의 식민화의 문제이다. 정치적 의미의 탈식민화는 상당수의 국가들에서 이루어졌고, 경제적 의미의 탈식민화 역시 일부 국가들에서 이루어졌지만, 발전 담론이 세계를 휩쓸면서 문화적인 식민화, 상상력의 식민화는 오히려 강력해졌다. 발전 담론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인 세계 어느 곳의 사람들이나 공통적으로, 서구 유럽인, 혹은 미국인처럼 사는 것을 꿈꾼다. 그 여파로 세계 곳곳의 고유한 생활 양식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즉, 문화적인 다양함은 사라지고, 오로지 소비 중심인 서구인들의 생활 양식이 하나의 규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생태학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소비 중심의 북반구식(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활 방식은 지구의 자연을 절대적으로 소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두들 잘 알고 있듯이, 지구의 자원들은 한정되어 있고, 동시에 이러한 생활 방식은 지구 전체의 기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이러한 발전 중심 모델은 지구와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경제 중심 세계관이 강화되는 문제이다. 이러한 발전 중심의 세계관은 오로지 경제만을 중심에 놓고, 전 세계의 모든 국가를 1등에서 꼴찌까지 줄을 세운다. 그래서 아무도 원치 않았고, 아무도 의식하지 않았는데,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1949년 1월 20일의 취임 연설로, 세계의 일부 지역은 '저발전 지역'이 되었으며,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낙후되고, 좋지 않은 것'으로 규정되어 버렸다. 이는 한 나라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경제력만이 규준이 될 때 나라안의 일부 지역은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이 되어버리며, 그 곳 사람들의 인간적인, 문화적인 가치는 완전히 무시된 채, 그저 '가난한 사람들'로 인식되어 버린다. 동시에 이러한 경제 중심 세계관이 가지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경제력만이 중심이 되다보니 경제력이 낮은 사람들의 기본권은 여러 가지 이유로 무시되고,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왜곡된다는 것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예를 들어 지난 용산 철거 문제에서 오로지 경제적인 문제로, 그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돌이켜보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탈발전 운동을 끌어올릴 것을 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탈발전 운동은 크게 두 가지 주제를 포괄하는데, 첫째는 화석 연료 자원에 기반을 둔 경제에서 생물다양성에 기반을 둔 경제로 탈바꿈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구의 자원을 소모하는 경제 체제가 아니라, 지역 생태계의 에너지 흐름을 중시하는 미국와 유렵의 '녹색 경제', 타이의 '자급 경제', 인도의 '지구 민주주의' 요청, 페루의 '안데스 세계관' 같은 것들이다. 또한 동시에 이러한 경제 체제는 현지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운영된다는 강점도 있다. 둘째는, 위에서도 말한 경제 위주의 세계관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이는 발전 위주의 경제 체제에 매몰된, 공동체의 고유한 생활방식과 문화, 민주주의, 정의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복구함으로써, 물질에 덜 기반한 번영을 모색하면서, 인간의 정신적인 차원에서의 복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인간의 행복이란 경제에 달려 있지 않다는 믿음에 기반을 둔 시도이다.

이 책 <反 자본발전사전>은 이러한 주제를 조금은 특이한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것은 발전의 여러 키워드들을 하나하나 끄집어올려 논파해 가는 방식이다. 즉 발전에 뒤따르는, 혹은 발전이라는 전체를 구성하는 여러 키워드들을 각 장에서 한 가지씩 제시하며, 그 키워드들의 역사적인 기원과 현재적 의미, 그리고 그 이면에 담겨 있는 뜻들을 새롭게 살펴보며, 그 키워드들을 다시 재정의하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이 책에서는 총 19개의 키워드를 17명의 저자가 각각 논파하고 있는데, 이 키워드에는 우리가 예상 가능한 '시장'이나 '생산', '자원', '국가' 등만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여기에는 의외의 키워드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평등'이나 '사회주의', 혹은 '도움'과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평등'은 범세계적인 평등이라는 줄세우기적 사고에 기반한 것으로, 실현 불가능하며, 동시에 실현되어도 (지구적인 관점으로 볼 때는) 재앙에 가까운 것이며, 결국은 현실의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는 이유로 '발전이 약속하는 먼 미래'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받는다. '사회주의'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도 결국 사회주의식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발전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레닌과 스탈린의 러시아는 결국 무엇을 만들었는가. 그것은 어쩌면 '국가 자본주의' 혹은 그것이 너무 앞서나간 표현이라면, '권위주의 국가' 혹은 '관료주의적 집단주의'가 아니었는지를 이 책은 묻는다. 그리고 결국 '사회주의'란 '오해와 오류의 역사'의 다른 이름이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누군가는 이러한 이 책의 논의들에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이러한 물음. 이 책에서는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지구 자원의 한계를 말하며, 지금의 소비적인 생활 양식을 버리자고 말한다. 그러나 전지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주장은 어떤 불평등을 내포한 것이 아닌가. 즉 발전이 이미 상당수 이루어진 서구 사회가 발전 과정에 놓인 국가들을 '저발전' 상태에 묶어두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이다. 이 책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중국인도 얼음처럼 차가운 콜라를 바로 냉장고에서 꺼내 마실 권리가 있지 않은가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물음에 대한 답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타당하지 못한데, 하나는 그 질문은 이미 전체적인 발전 레이스에 기반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즉 '전지구 수탈'이라는 발전 레이스에 뛰어들어서 끝이 뻔히 보이는 파멸로 같이 달려가는 선수가 될 필요는 절대 없다는 점. 다른 하나는, 이미 그러한 생활 방식은 인간의 삶의 질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것으로 증명되었다는 점이다. 즉 다른 말로 하면, 그 콜라 꺼내 먹어 본다고 해서, 우리 삶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다른 예상되는 질문은 조금 더 생각해볼 만한 질문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우리가 발전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서는, 어떤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책을 읽다보면 그런 의문이 들기는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들이 원하는 것은 어떤 농업 위주의 경제체제, 혹은 예전의 삶으로 회귀하는 것인가. 지금보다 평균 수명도 훨씬 낮고, 지금의 관점으로 보자면, 우리가 쾌적하게 누리는 많은 것들을 거의 포기해야 하는 삶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물론 이러한 질문 자체가 지금의 발전 위주의 체제에 매몰된 시각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말하는 공유지에 대한 강조, 생물과 밀착된 경제 체제, 특수한 개별의 공동체적 가치를 되살리는 삶이 어렴풋하고 흐리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어쩌면 이미 우리 모두가 발전에 너무 길들여져 있다는 뜻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즉 이러한 생활 양식 이외의 다른 삶을 우리가 상상해 본 적이 없는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상상해야 한다. 새로운 삶을. 그 대안이 미심쩍더라도 거의 가까이에 다가온 파국을 우리 모두는 알기 때문이다. 지구가 몇 백만년 동안에 차곡차곡 쌓은 자원을 우리는 거의 수십년 만에 다 썼다. 이 책에서 말하듯이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거짓말에 가깝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없다. 오로지 '지속 불가능한 수탈'만이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읽으면서 무릎을 쳤던 구절(이 책에는 이밖에도 새롭게 깨닫게 되는 써먹고 싶은 구절들이 많다).


   
  경제학자들의 경제는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규칙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사람과 사회는 경제적 본성을 가진 제도와 접촉 형식을 만들어낸 다음에도, 경제를 들여앉힌 다음에도 경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경제 규칙은 현대 사회에서 만성이 된 희소성에서 비롯된다. 희소성은 모든 인간 사회를 관류하는 철의 법칙이기는커녕 역사적 우연일 뿐이다. 그것은 시작이 있었기에 끝도 있을 수 있다. 희소성이 막을 내릴 때가 왔다. 지금은 주변부와 보통 사람이 나설 때다. (p.68)

 
   

 

그리고 이것은, 다른 책에서 본, 우리 대통령 혹은 우리 시장님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 
 

 
라틴아메리카의 한 대통령이 "우리는 제1세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거짓말입니다. 우리가 제1세계로 진입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제1세계가 되자면 범죄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그 대통령은 투옥시켜야 마땅합니다. 요컨대 당신이 "나는 몬테비데오가 로스엔젤레스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다면 몬테비데오가 파괴되기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말, <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 중에서,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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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2-2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훨씬 폭넓게,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셧네요. 꼼꼼이 새겨 읽으면 재미가 쏠쏠할텐데 주말에 지방을 가야해서 마감에 마구쫓겨 읽었습니다. 모자란 점을 맥거핀님의 리뷰로 보충합니다. 고맙습니다.

맥거핀 2011-02-26 13:43   좋아요 0 | URL
저도 항상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내용 면에서도 그렇고, 글을 쓰는 방식에 있어서도요. 간만에 왠지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책이었는데, 아무튼 다 읽으니 괜스레 뿌듯하네요.

꽃도둑 2011-02-2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결국 로긴하게 만드는군요..
글 참 좋아요, 진지하고 깊이가 있어요. 일목요연하게 한 줄에 꿴 것을 보니 맥거핀님이 책을 지대로! 소화했다고 생각돼요. 이런 리뷰들은 미처 몰랐던, 또 놓쳤던 부분들을 보충해주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끔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 건필~~ ^^

맥거핀 2011-02-26 18:17   좋아요 0 | URL
아이고..민망스럽습니다. 이번 책은 어렵기는 했는데, 중간중간에 참 좋은 이야기들, 많이 곱씹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계속 나와서, 책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운 책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제가 특정의 시각에 얼마나 길들여졌는지를 곱씹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구요. 꽃도둑 님의 리뷰도 기다리고 있을께요.^^

네오 2011-03-0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개념들이 차곡차곡 책에 나열되어있다는 생각이 드네여..탈발전, 생태계보전(?), 녹색 성장(?), 평등, 사회주의, 도움, 공유지(2009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중 오스트롬의 학문적 내용도 공유지의 비극을 어떻게하면 잘 해결할까였는데)의 강조등등, 지속 가능한 발전은 없다. 오로지 '지속 불가능한 수탈'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구절, 이 문구는 거의 산업화된 나라로부터 식민지를 경험한 제3세계 국가에서 사용하던 개념이 아니던가여? 아~ 잘은 모르지만 윌리스틴의 세계근대체계(?)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에서 본 기억도~ 수탈이라고 하면 그냥 즉각적으로 남미가 떠올라서요,, 이 책은 겉표지만 봐는데, 상당히 중요한 책이군여..그냥 전 제목만보고 패스할려고 했어요,,반자본 발전사전..이미 뭔가 백과사전같은 뉘앙스가 풍기잖아여^^ 그래서 그냥 단어설명만 하는 줄 알았어여,,경제학자와 정치가를 예를 들어서 그러는데..이미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미성장주의자들에게 학문적 근원의 영혼을 내비친것 같아여..지금 서울대를 비롯해서 각대학교의 칼리큘럼을 뒤져보면 미국의 아이비리그에서 철저하게 트레이닝을 배운 분들이신데 그런 분들이 좌파적 상상력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겠어여..국회의원들도 그렀구여,,약력보면 미국대학나온분들만 수두룩 하시니..으흠~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맥거핀 2011-02-28 21:11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 말하는 수탈이란 북반부가 남반구에 행하는 수탈이라기 보다는(물론 그것도 포함되기는 하지만), 전지구에 대한 전체적인 수탈에 가깝습니다. 이 책이 백과사전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고 하셨는데, 한편으로는 틀린 말은 아닙니다. 백과사전이라고 보아도 괜찮은 면도 있구요. 제가 리뷰에 적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을 보고 나서 단어의 사용, 용어의 사용이란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인가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모든 용어에는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고 막 썼다가는 무식을 넘어서, 심각한 왜곡을 저도 모르게 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그러한 역사적인 의미를 체득하려면 더욱 많은 다른 글들을 읽는 수밖에는 없겠지만요.
우리나라 경제학의 미국 종속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어디 경제학 뿐이겠습니까. 거의 모든 학문분야가 미국의 종속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림은 없겠지요. 그것이 또 미국의 무서운 점일테구요. 아무튼 저도 이 책을 읽고 미국적 생활, 미국적 사고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네오 2011-02-28 22:25   좋아요 0 | URL
단어의 사용과 용어의 사용을 흐음, 저도 남발하는 경향이 엄청나게 있는데여~ 오~ 단어사용의 신중해야 겠네여,,미국적 생활과 사고방식 으음,,어떠한 것을 가리키는지 (귀찮으시겠지만) 소개좀 부탁합니다. 꾸벅(사실 많이 궁금해여~~)

맥거핀 2011-02-28 23:18   좋아요 0 | URL
미국적 사고나 미국적 생활방식은 뭐 다른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구요. 그저 우리 삶이 지금 미국적인 것을 추종하고 있다는 뭐 그런 얘기죠. 소비, 소비, 소비하는 삶 말이예요. 단어의 사용에 대해서는 정말 제 스스로도 경계하여야 합니다..;
 

 

사실 이 '127시간'이라는 제목은 결말을 어느 정도 담지하고 있다. (물론, 그 결말의 설명을 원치 않으시는 분도 계실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분은 미리 읽지 않으실 것을 부탁드린다.) 그 제목은 어찌되었건 127시간 후에 그가 살아서 다시 귀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도 그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극히 제한된 자원들만을 가지고, 그는 어떻게 살아돌아올 것인가. 그는 물론 요행으로 살아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이를 영화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자신의 처절한 노력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노력이란 그렇게 예상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이런 영화이고 보면, 화면 구성이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야기의 흐름이 직선적이고, 결말이 거의 예상가능한 영화라면, 그 안의 이야기들을,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 것인가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대니 보일은 그런 부분에서 그의 장기를 적절히 구사한다. 그가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사용하곤 했던 화면분할이나 급속한 줌인, 줌아웃, 플래시백으로 연결 등의 잔재주들이 영화에서 적절히 스피디있게 구사됨으로써 영화의 이런 약점들을 적절히 커버한다. 다만, 나는 대니 보일의 이런 감각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은 독이 되지 않았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한편으로 이 영화에서 아론(제임스 프랭코)의 고통이 더욱 처절히 묘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잔재주들이 너무 많이 구사되기 때문에 때때로 아론에게 연결된 감정의 선들을 끊어버리기도 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상상을 해본다. 잔재주에도 능하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것을 배제하고, 조금 더 정공법을 택하는 감독 - 예를 들어, 대런 아로노프스키 - 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그가 연출을 맡았더라면, 관객을 조금 더 미치게 만들었겠지만, 감정은 극한으로 끌어올려졌을 것이다. 예전에 나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던 <레퀴엠>의 어떤 장면들을 돌이켜보면, 몸의 고통을 표현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그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아론의 변화는 흥미롭다. 영화의 초반부, 아론은 오로지 자신만을 믿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외친다. 나만을 믿고 따라오라고. 그리고 그는 계속 자신만을 찍는다. 그가 캠코더로 촬영하는 것은 주위의 풍경이 아니다. 그 풍경 안에 있는 '자신'이다. 그러나 그는 그 틈바구니에 갇혀서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을 두 개로 나뉘어 모의 방송을 연출하며 찍고(물론 이 때까지도 그는 자신을 완전히는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이 때부터 캠코더 안의 다른 사람들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며, 다른 이들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헤어진 여자친구(그는 여자친구가 농구장에서 자신을 버리고 갈 때 결코 그녀를 돌아보지 않는다), 피아노를 치는 동생, 가족,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 절정은 그가 거의 환각상태에서 결단하며 일을 실행할 때, 그를 계속 바라보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다. 오로지 주위의 도움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존재, 어린아이. 그는 그 어린아이가 되어 그 자신을 본다. 그래서 그는 아마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캠코더 식으로 말하자면, 그 캠코더에 담겨 있는 화면에 가치가 부여되는 것은 누군가가 그것을 볼 때 뿐이라는 것. '찍는 것'으로만은 어떠한 의미도 담기지 못한다는 것.

이를 보여주는 대니 보일의 시작과 끝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은 거의 비슷해 보인다. 시작 부분에 도시의 많은 사람들, 어딘가에 운집한 사람들, 길거리를 가득 메운 차들을 보여주는 것은 처음의 아론에게는, 그리고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짜증나고, 거추장스러운 것이며, 지겨운 것이며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대니 보일은 아론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127시간의 무간지옥을 압축하여 선사한 후에, 처음의 장면들을 거의 비슷하게 다시 마지막에 갖다 붙인다. 그러나 그 때의 그 장면이란 이제는 다른 것이다. 사람들의 물결, 경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그것은 처음과는 아주 다른 느낌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축복이다. 나 혼자만이 아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한다는 것.

누군가의 평대로 이것은 확실히 미국적인, 서양적인 인간관일 수 있다. 사실 나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제 그가 더 이상 위험한 모험은 즐기지 않기를 바랬다. 행선지를 남기건, 남기지 않건 말이다. 아니, 그런 일을 겪고 난 후에도,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지 않고, 계속 자연을 정복하러, 혹은 괴롭히러 갈 이유가 있는가. 이 모든 일은 아마도 자연이 그에게 어떤 교훈을 주기 위해 계획한 것일텐데 말이다. 나는 철저히 동양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영화를 본 후 다른 교훈을 얻었다. 위험한 데는 가지 말자, 자연은 멀리서 볼 때가 가장 아름답다. 無爲自然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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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2-1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 영화는 알라딘에 없는지? 어쩔 수 없이 페이퍼로.

네오 2011-02-1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필요없는 영화져 쵝오~ :) 정말 좋았습니다

맥거핀 2011-02-20 14:04   좋아요 0 | URL
저는 엔딩의 감동이 오기는 하는데, 그 엔딩의 감동이란 것이 약간 의심스럽기도 한 영화였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영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대니 보일은 예술가라기 보다는 장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네오 2011-02-25 19:04   좋아요 0 | URL
약간 의심스럽다라는 말씀 흐음~ 그러고 보면 그런거같기도 하네여,,장인이라는 말씀도,,이렇게 의심이 들때는 영화를 한번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좋아하는 친구들이랑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내기를 했는데 만장일치로 데이핀쳐와 소셜네트워크를 뽑더군여,,저도 그 둘의 수상작의 한편던져습니다..머 그다지 실질적으로는 영향력은 없지만요ㅠㅠ 맥거핀님의 선택이 돋보이는 순간이군여~ ㅎㅎ

맥거핀 2011-02-25 17:48   좋아요 0 | URL
아..저는 아직 아카데미상 후보도 모르고 있었네요. 생각난김에 좀 찾아봐야 겠어요. 누가 상탈지 점치는 것도 참 재미있는데요. 한편으로는 그런 시상식을 보면, 못 본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 아쉽기도 해요. 그리고 이 영화 <127시간> 아직 안 보셨으면, 한 번 보세요. 충분히 추천할만 합니다.

네오 2011-02-27 21:03   좋아요 0 | URL
영화 봤습니다..얼릉 챙겨봤져~

herenow 2011-02-2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영화를 못보는 대신에 맥거핀님의 영화이야기로 위안을 삼고 있답니다. ^ ^

맥거핀 2011-02-20 14:06   좋아요 0 | URL
요즘 관심이 생기는 영화들이 몇 편 개봉했네요. <블랙스완>, <아이들...>, <만추>. 혹시 영화를 보실 계획이 있다면 이 중에 한편은 어떠실런지요? 추천해봅니다.^^
 
몬티 파이튼의 성배 -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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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왕의 성배를 향한 숭고한 여정, 감동! - 이 40자평을 쓴 아이디는 차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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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2-11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이러한 풍자의 아이러니는,그 풍자를 즐길 수 있는 자들은 동시에 그 풍자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풍자의 한계가 여기에서 발생한다. 풍자는 기본적으로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는 한계.

네오 2011-02-11 08:20   좋아요 0 | URL
아트시네마에서의 이준익 감독님 추천작이져?? 테리 길리엄작품이죠?? 풍자에 대한 애증에 대한 현상학인가요?? 재미있겠다^^

맥거핀 2011-02-11 17:30   좋아요 0 | URL
풍자의 애정에 대한 현상학이라고 말하면 이 영화에 대한 조금 더 고차원적인 농담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제 취향은 솔직히 아니었어요. 저도 그냥 즐기고 싶었는데, 왜 나는 즐기지 못하고, 다른 생각만 하고 있을까라는 절대적으로 쓸데없는 생각만 하다가 왔네요.

2011-02-12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2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겟터웨이 - The Get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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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10분간의 장면은 왜 이 영화가 걸작인지를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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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1-02-11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세가 감독님이 샘 페킨파를 좋아하는줄은 전혀 몰랐어여,,

맥거핀 2011-02-11 17:31   좋아요 0 | URL
이명세 감독에게 페킨파가 접목되면 아주 괜찮을 것 같아요.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이렇게 의무적으로 몇 권의 책을 추천하다보면, 때때로 선택의 순간에 마주한다. 이 책이 좋을까, 아니면 저 책이 좋을까. 이것은 물론 책들의 줄 세우기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이다. 단지, 그 과정은 그저 나의 취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신간평가단으로서의 책 고르기는 일종의 정치적 과정이므로 단순히 '취향의 문제'만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때때로 돌아보곤 가끔은 살짝 갸우뚱 거리기도 한다. 내가 저 책을 좋아했던가. 왜 그런데 저 책은 보관함에 들어있는 것일까. 내가 언제 저런 책을 넣어두었던 말인가.

이런 기억력 모자라고, 갸우뚱 거리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재미있는 테스트가 있어서 오늘 해보았다. 독서 취향 테스트. 나의 테스트 결과는 "현실적인 품격, "사바나" 독서 취향". 이른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과 같은 심정으로다가 절제와 품격을 가지고, 잘 정돈된 책들을 선호하는 취향 되시겠다. 이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다가도, 뭐 하여간, 계획없이 이것저것 들쑤시는 자들은 사바나에서 말라죽기 딱 좋을지도 모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라도 테스트 해보고 싶은 분이 있으시다면, 다음의 사이트로. 물론 사이트 홍보는 아니다.
http://book.idsolution.co.kr/)

책 추천하려다 별 쓸데없는 이야기나 한 기분인데, 뭐 하여간, 이번 달에도 의무감으로 쓰는 2011년 1월 출간된 내가 읽고 싶은 인문/사회/혹은 과학 신간들. 



대칭 - 자연의 패턴 속으로 떠나는 여행 / 마커스 드 사토이 / 승산

얼마 전에 블로그에도 잠깐 끄적거리긴 했지만, <바흐 이전의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어떤 소리들의 조합은 우리가 듣기 좋은 음악이 되고, 어떤 소리들의 조합은 듣기 싫은 소음이 되는 걸까. 왜 어떤 특정의 구도나, 특정의 색의 조합은 우리가 보기에 좋은가. (물론 특정의 얼굴도 그렇고.) 영화에도 강조되어 있지만, 아마도 그 핵심의 하나로서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은 '균형과 대칭'이 될 것이다. 이 균형과 대칭이 사실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는 것은 자연과 수학의 세계이다. 인간들이 만들고자 하는 거의 모든 것은 사실 이 균형과 대칭을 어설프게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 자연과 수학, 특히 그 중에서도 수학의 세계에 담긴 대칭을 탐구하려는 시도가 담긴 책. 그곳에서 수학 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또다른 美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이전 / 안토니오 그람시 / 갈무리

안토니오 그람시는 아직 유효한가? 맑스의 유령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계속 죽임을 당하지만, 아직도 어디선가 다시 살아나, 새로운 언어들로 말해진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어쩌면, 맑스야말로 누군가 그를 죽이려고 시도한다는 것이 그가 다시 살아나야할 이유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야말로 이 안토니오 그람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1926년 이탈리아 파시스트 당국에 의해 체포되기 이전에, 그가 쓴 글들의 모음집. 지난 2001년에 同 출판사에서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욕망의 아내 - 진화를 넘어서는 섹스의 심리학 / 데이비드 레이 / 황소걸음

도발적인 제목과 도발적인 표지와 도발적인 내용의 삼위일체. 본격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비(非)일부일처 관계를 탐구한 책. 핫와이프와 쿠콜드, 스윙잉과 폴리아모리라는, 사실 그렇게 크게 알고 싶지는 않으나, 뭐 그리 알아도 나쁠 것 같지않은..쿨럭쿨럭 사실은 매우 알고 싶은 단어들이 출몰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의 소개를 보면, 생각보다는 꽤 무거운 내용인 것 같다. 김어준 씨는 이 책을 "매우 지적인 소수의. 그 외 절대다수, 촉수 엄금"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도 본격 어른들을 위한 책. 



퀀텀 브레인 / 제프리 새티노버 / 시스테마

생물학적 측면이 아니라, 양자물리학의 측면에서 뇌를 탐구한 책. 이렇게만 써놓고 보니 꽤나 무시무시한 책인 것 같지만, 서점에서 잠깐 살펴본 바로는 책의 설명이 상당히 세세하여, 나같은 문외한들도 읽어보려는 시도를 해도 괜찮은 책이라 생각된다. 누군가가 한 말처럼, 19세기가 뉴턴물리학의 시대라면, 20세기는 양자물리학의 시대다. (그러니 20세기가 다 지나간 지금에 양자물리학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알아두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곧 다른 물리학의 시대가 올테니까.) 뇌에 대해서 알게 될 뿐만이 아니라, 곁다리로 양자에 대해서도 살짝 알게된다면 좋지 않을까. 물론 이 책으로만은 턱 없겠지만. 



8시간 VS 6시간 /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 이후

8시간 노동은 언제부터 정해진 것일까? 물론 이 질문은 오만한 것일 수 있다. 8시간만 노동하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그러나 그 8시간 노동제가 채 자리잡기도 전에, 6시간 노동제를 외친 이단아, 혹은 선구자 격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6시간 노동제는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형선고를 언도받았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 패배의 기록들. 그 패배의 기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8시간 노동제가 죽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은 혹시 아닐까. 미래에 혹시 오게 될 <10시간 VS 8시간>, 혹은 <12시간 VS 10시간>의 출간을 막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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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분야에 워낙에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써 그런지 이번 달은 어떤 책이 선정될지
감을 못 잡겠네요. 그리고 뭘 소개해야될지 고민되네요. ^^;;

맥거핀 2011-02-08 16:00   좋아요 0 | URL
음..저도 지금까지 신간평가단분 서재를 휘 둘러보며 뭘 추천하셨나 봤는데, 이번달은 겹치는 책이 상당히 적네요. cyrus님 말대로 좋은 책이 그만큼 많이 나왔다는 뜻도 될테구요. 뭐 고민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맘 가는대로 고르면 되지요.^^ (모든 것은 운에 맡기구요.;;)

네오 2011-02-0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정말로 책선정하시는데 탁월하신데여~ 욕망의 아내 급 읽고 싶어지는군여 ㅎㅎ, 니알 퍼거슨의 증오의 세기 책의 두께가 후덜덜하더군여,,책값도 만만치 않구요~ 그런데 소개한책들중 교보문고 강남점에서는 못본것 같아여~ 주말마다 가는데 무슨신간나왔나 살펴보면 그대로 있는것 같구여,,종로 교보나, 영풍,반디앤루이스는 책들이 참 잘정리가 되있는데,,강남은 책찾을때마다 조금은 헤매는 경향이 있어여,,그러니깐 철학이나 사회학책을 살펴볼려면여,,그러니깐 맥거핀님이 소개해주신책 좀 오프라인에서 뒤젹거릴려면 시간이 흐른뒤예여~ 신간평가단의 책들은 도대체 어떻게 고르나여? 서점이용, 출판사 블로그, 조금 궁금하네여 헤헷

맥거핀 2011-02-09 22:17   좋아요 0 | URL
특별한 방법이 있지는 않구요. 제가 틈나면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해서, 서점의 신간판매대를 열심히 기웃대고는 합니다. 서평단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쪽은 더 열심히 보구요. 그래서 좀 괜찮다 싶은 책은 제목을 적어두고, 집에 왔을 때, 보관함에 넣어둡니다. 그리고 알라딘 같은 경우에는 RSS피드로 최신간들을 보내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편리하기도 하구요.
예전에 강남 교보는 몇 번 갔었는데, 요즘에는 강남이라는 동네를 거의 통 안가게 되서요. 집근처에 잠실 교보가 있어서 종종 가고, 종로 영풍은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가끔 갑니다.^^

세실 2011-02-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인문학 책읽기를 하기로 맘은 먹었지만 아직도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 아직 욕망의 아내 이런 책은 읽지 못하겠어요.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다고 해도요. 전 넘 보수적인가 보아요.
8시간보단 6시간 근무가 훨씬 집중력을 요할수도 있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어차피 내일은 내가 해야하니까요. 앞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ㅎ

맥거핀 2011-02-12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 서재를 들락날락 하면서 늘 느끼는 건데, 여기 계신 여러분들을 보면, 저 역시도 인문학에 관해서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정규교육을 받은 게 도대체 몇 년인데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또 뻔뻔스럽게도 책 추천을 하고 있으니..^^;
자극을 받는다는 것은 그래도 좋은 일이지요. 또 책을 읽어야할 의지를 끄집어올려 주니까요.

herenow 2011-02-1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망의 아내는 좀 쌘 것 같습니다. ㅋㅋ
대칭이랑 퀀텀브레인은 표지부터도 멋지죠.. 내용이야 뭐 호기심 팍팍~
이번달에는 다른 분들이 어떤 책을 골라놓으셨나 미리 둘러보고 있는데
역시 다양하시군요. 저도 <대칭>을 골라두었으니 어떻게 될지 한번 볼까요? ㅎㅎ

맥거핀 2011-02-12 23:19   좋아요 0 | URL
하하. 좀 쌘가요? 근데, 위에도 잠깐 썼지만, 상당히 어렵고, 학문적인 책인듯..그래서 선정되어도 도리어 약간 걱정이네요.
이번달 신간평가단 분들 추천서는 거의 모두 흥미로워요. herenow님의 추천서들도 기대가 됩니다. (왠지 <대칭>에 힘이 모아지는듯..? 그러나 힘이 모아진다고 그 책이 되라는 법은 없으니...)

암향부동 2011-02-1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대칭>은 추천해 놓았습니다. 이번 만큼은 자연과학 서적이 선정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그리고 <안토니오 그람쉬의 옥중 수고>는 읽고는 싶은데 제 짧은 능력으로는 맥거핀님보다 잘 소개할 자신이 없어서 제외했구요^^ <욕망의 아내>는… 읽고는 싶은데 이렇게 제목과 책 소개가 자극적인 책 치고 좋은 책을 별로 만나지 못해서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격언에 따라 저는 제외했지만 선정된다면 정말 즐겁게(몰래) 읽을 것 같습니다^^. 퀀텀 브레인은… 흠… 요새 뇌과학 서적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기존 뇌과학 서적과 좀 다른 것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간 평가단에서 신간 선정은 확실히 <정치적>인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맥거핀 2011-02-14 00:04   좋아요 0 | URL
오~이로써 <대칭>에 한 표 더 추가네요. 비공식 집계 현재 단독선두입니다.ㅎㅎ (물론 1위한다고 선정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암향부동님도 친 과학파(?) 중에 한 분이시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는 과학서적을 한 번 받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물론 과학책이 꼭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양성 확보의 차원이죠.;) 뇌과학책이 조금 식상한 감도 있는데, 뇌과학이 요즘 과학책들 중에서도 유달리 많은 편이라, 한 권씩 넣게 되네요.

암향부동 2011-02-14 00:24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이 자연과학이라…. 신간평가단 중에 저라도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칭>은 사실 추천하면서도 겁이 좀 나는 책입니다. 책 설명엔 쉽게 쓰였다고 했는데 과연 그럴지ㅎㅎ

뇌과학 분야는 제가 한동안 빠져서 시중에 있는 뇌과학 책을 거의 전부(대략 20권 정도 읽었을까요?) 읽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한 10권 넘어가니 그 내용이 그 내용이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좀 방면에서 뇌과학을 살펴본 책이 나온 것을 보니 반갑습니다.

그리고 뇌과학 서적이 많은 것은 요새 뇌과학이 속된 말로 '뜨는 과학'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동안 자연 과학의 영역 밖이라고 여겨졌던 감정이나 의식이란 부분을 뇌과학을 통해 자연 과학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거든요.

herenow 2011-02-15 11:06   좋아요 0 | URL
정치적이라는 말씀에 깊이 동감~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분히 '정치적'이죠. ㅎㅎ


꽃도둑 2011-02-1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 님의 안목을 믿어요...추천하신 책들이 다 흥미로워요. 특히 옥중수고, 대칭이 조금 더 땡겨여 캬~~ 안토니오 그람시 머리모양 죽이는데요?..ㅎㅎ

맥거핀 2011-02-17 14:44   좋아요 0 | URL
저래뵈도, 당시 최신 이태리 스따일입니다.^^ 워낙 좋은 책들이 많아서, 이번달은 여러모로 선정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