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빛 속삭임 속삭임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케이블 드라마 <마녀보감>같을까? 마녀가 실제로 등장하나? 아야츠지 유키토의 소설 <진홍빛 속삭임>은 35년 만에 봉인되어 있던 마녀의 전설이 풀리는 학원물이라고하여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된 일본 소설이었다.

 

유명 여학교인 세이신에 전학 온 사에코는 교장 치요의 조카였다. 소위 아가씨들이 다니는 학교의 조카가 왜 이제껏 신분을 숨기며 다른 집 아이로 자라왔던 것일까. 출생의 비밀이 준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기도 전에 사에코는 낯선 환경에 던져졌고 여학생들이 가득한 이 곳은 이상하고도 요상한 나라였다.

 

작가가 신인시절에 발표한 작품이라는데 분위기는 참 묘했다. 이 소설. 마치 과거 경성의 어느 여학교에서도 일어났을 법한...우리 나라에서 일어났다고해도 '그런가?'하며 넘길 정도로 배경이 꼭 일본이 아니어도 괜찮을 법한 미스터리 호러 학원물은 <여고괴담>과도 그 분위기가 비슷하면서 잔인하다기보다는 미스터리한 쪽에 더 초점을 맞추어 써 진 소설이었다. 여자들이 가득한 공간, 10대 사춘기 소녀들만 가득 모아둔 폐쇄성, '마녀'라는 특별한 존재, 그리고 살인사건. 이 모든 조합이 호러의 분위기를 묘하게 몰아가면서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 듯 싶다.

 

이런 환경 속에 던져졌다면 나는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평범한 여학생 시절을 지나온 나에게 <진홍빛 속삭임>은 상상 속의 유혹이었으며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관망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연출에 따라 섬뜩한 느낌마저 줄 것 같은 이 매력적인 소재가 한국에서 영화화 된다면 얼마나 멋지게 각색될지....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그런 날이 올까? 호러영화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영상화 되는 상상을 해본다. 가상 캐스팅까지 머릿속으로 해가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묻지마 살인 - 하야카와家는 언제나 하나 하야카와가(家) 시리즈 3
아카가와 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리버스맵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수수께끼 같은 일이 일어나는 회사가 있다. 사장 하시구치의 회사 직원들이 몇 달동안 사고사, 묻지마 살인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 것. 한 명도 아니고 계속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니. 이 점이 이상한 가운데 거의 딸이 다니는 대학 축제에서 한 남자가 살해당했다. 그 역시 하시구치의 직원. 이제 죽음의 그림자는 그의 회사 뿐만이 아니라 딸의 주변까지 맴돌면서 연쇄살인사건으로 엮여갔다.

 

한 편, 이상한 가정이 있다. 일가족 다섯 명의 직업이 참으로 다채로운. 엄마는 유명한 도둑, 큰 아들은 살인청부업자, 둘째 아들은 변호사, 셋째는 형사, 그리고 외동딸은 사기꾼. 절반은 쫓는 직업이고 절반은 쫓기는 직업이고. 하야카와 일가가 이 미스터리한 연쇄살인사건과 얽혀 버렸다.

 

캐릭터만 보면 참으로 매력적인듯 싶지만 <묻지마 살인>에는 긴장감이 빠져 있다. 범상치 않은 한 가족 일가가 연쇄살인사건과 얽히는 스토리인데도 불구하고 궁금증이 등을 떠밀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 김이 새 버렸다. 시리즈물이라는데 다른 에피소드의 내용은 어떨까. 그것이 좀 궁금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3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유명 감독과 여배우의 스캔들로 시끄럽다. 상처가 생긴 가정과 모든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선택하겠다는 연인. 누군가의 손을 들어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시작이야 어쨌든 간에 모두에게 생채기를 남긴 사건이므로.

 

<고백>으로 충격을 던져 주었던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망향>도 다르지 않았다. 삼십 년 전 아버지는 내연녀와 함께 교통사로고 죽었지만 손가락질은 남겨진 가족의 몫이었다. 바람은 아버지가 피웠는데 그로 인해 상처받은 쪽도 가족인데 왜 아내와 두 딸이 모멸감과 왕따를 겪어야 하나? 싶었더랬다. 더군다가 지역은 '섬'이었다. 이쯤되면 딸의 소망을 받아들여 이사가도 좋으련만 무조건 미안하다며 허리를 숙이기만 했던 엄마는 딸에게도 미안하다며 섬에서 계속 살자고 했고 큰 딸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섬을 떠났다. 그리고 마흔 중반이 되어 돌아왔다. 유명작가의 신분으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섯 이야기들. 처음에는 섬에서 나고자란 여섯 남녀의 이야기가 하나로 얽혀 그 옛날의 사건을 시원하게 밝혀줄 줄 알았다. 무언가 다른 반전이 준비되어 있어 궁금한 독자를 무서운 속도로 몰고가길 바랬다. 하지만 이야기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잔잔했다.

 

발표작마다 <고백>과 비교되어 "고백이 내 대표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바람으로 쓴 작품이라고 해서 한껏 기대를 했었는데 여전히 전작만한 후작을 발견하진 못해서 애정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 아쉽다.

 

그냥 그들의 사연이 좀 애잔했을 뿐, 기대했던 이야기만큼은 아니어서 살짝 실망했다. 이번 소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쭈니 2016-07-1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가입니다
고백이라는 작품이 그녀의 전부를 가려버린거 같습니다

마법사의도시 2016-07-19 20:36   좋아요 0 | URL
독자의 입장에서도 참 안타깝습니다. 아직까지는 <고백>보다 멋진 작품과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하지만 화이팅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에게...
 
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단시, 방송 시나리오, 소설...장르를 넘나들며 인상깊은 이야기들을 발표해왔던 작가 미나토 가나에. 처녀작부터 최신작까지 여러 편의 소설을 읽었지만 가장 충격적인 작품은 역시 <고백>(첫작품)이다. 이후 작품들을 읽으면서 <고백>이 가장 큰 충격타였나? 싶어져 슬슬 그만 읽을까? 이 작가의 소설? 이라는 생각이 들 때즈음해서 <모성>을 집어들었다. 

 

"작가를 그만두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썼다"는 그 결심이 대단하여 이 작품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덧붙이자면 <고백>을 뛰어넘진 못했다. 적어도 나라는 독자에겐. 하지만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읽는 내내.

 

드라마나 연극의 소재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해왔던 '엄마와 딸'. 때로는 애증의 관계로 때로는 경쟁의 관계로 때로는 뗄 수 없는 끈끈한 관계로 그려지곤 했던 그 모녀라는 관계가 소설 속에서는 딸이었다가 엄마가 되는 한 여인에게 투영되어져 있다. 좀 비틀어진 채.

 

가정은 화목했다.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불륜이나 도박으로 얼룩진 가정도 아니었으며 차가운 어머니의 손에서 자라지도 않았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는데 딸인 '나'는 의존적인 인격체였다.

 

p12  어머니를 위해서..전부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 칭찬받고 싶어서...

 

p20   역시 엄마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라 다도코로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p73  저는 엄마를 구하고 싶다고요. 아이는 다시 낳으면 되잖아

 

정상적으로 보여지지 않았다.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한 집착은. 결국 어머니가 화재로 죽고 난 다음부터 그녀는 공허해졌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시어머니를 참아내게 만들었고 지인과 바람이 난 남편도 묵인하게 만들었지만 자신을 똑닮아 엄마 사랑이 과한 딸만큼은 왠일인지 차갑게 대하고마는 모습은 모순적으로 비춰졌다. 타인에게는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의 딸에게는 무관심했던 그녀. 그 원인을 외할머니의 죽음에서 찾아낸 그녀의 딸은 4층에서 몸을 날렸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버렸다며....

 

하지만 이 소설은 극적인 고비를 넘기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어졌다. 작가가 던진 질문은 남았지만. "모성은 본능인 것인가?" 라는. 모성이 본능이라고 믿었었는데 뉴스에서 가족 범죄를 접할 때마다 꼭 그렇지는 않구나 라는 증거를 접하는 기분이 든다. 정말 모성이 본능이라면 그 흉악한 범죄들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모르겠다. 철없는 딸이었다가 엄마가 되면 모성이 앞설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나보다. 사랑 받고 자란 사람이 나눌 줄도 안다는 말도 100% 진리일 수는 없다라는 생각도 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형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정원이 딸린 넓은 다다미식 대저택...발걸음을 옮기는 곳곳에서 발견되는 얼굴없는 여자들...어느 여인은 팔이 없고 어떤 여자는 한쪽 다리가 없었으며, 심지어 머리가 없는 여자까지.....그들 모두 아버지가 만든 여자 즉 마네킹이었지만 마치 살아있는 여자들을 토막내어 놓은듯 기묘한 공포가 깃들여져 있다. 게다가 이 집은 아버지가 목매달아 자살한 집. 그 집으로 병약한 화가 아들이 돌아왔다. 그 아들의 눈에 비친 이 집은 그래서 따뜻한 추억이 담긴 가정이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무덤이 아니었을까.

 

더 괴기스러운 점은 피칠을 한 듯 물감을 뒤집어 쓰고 있는 얼굴 없는 그 여인들은 모두 사고로 죽은 그의 어머니 한 사람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그리움 대신 죄의식이 대체 되는 건 어머니의 죽음에 아들이 연관되어 있어서였다. 그는 어머니를 비롯한 몇몇을 죽였다. 철로에 돌멩이를 놓아둠으로써 열차의 탈선을 유도했고 그 사고로 다섯 명이 사망했다. 어머니를 포함해서. 그래서 그는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렇다면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그리움이 아니라 두려움일까. 아니면 무관심? 분명 추리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인형관의 살인>은 주인공의 감정선이 참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1953년생의 히류 소이치의 불행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가 저택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마을에서는 나이 어린 소년들이 목졸려 죽기 시작했고 소이치에게도 협박편지가 도착했다. 누굴까? 왜? 지금 이 순간? 하필 나에게?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았을까. 소심하고 병약한 소이치라면.

 

p206   나는 기사코가 온몸으로 뿜어내는 싱싱한 '삶'의 빛에 끌리는 것이다

 

살인을 저지르는 누군가의 협박, 어두운 저택, 아버지가 늘어놓은 마네킹의 수수께끼, 엄마대신 엄마처럼 키워주었던 이모의 죽음...소이치는 그 하나하나를 풀어나가기 위해 고심하다가 집 안에 설치된 여섯 인형의 시선이 모두 한 곳에 집중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벚나무. 아버지 자신이 죽은 후에도 계속 지켜보게 만든 그 의도. 보물이라도 묻혀 있을까? 아님 시체라도? 짐작은 했지만 역시 관이 나왔고 마네킹이 묻혀 있었다. 엄마 대신.

 

하지만 추리 소설은 마지막 문장을 다 읽을 때까지 숨을 참고 끈기 있게 읽어내야만 하는 장르다. 언제 반전이라는 허에 찔릴지 모르니까. <인형관의 살인>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의 머릿 속을 장악해 온 망상. 그로 인해 시작된 소설이었다. 허를 찔리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