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국기 11 - 제7부 화서의 꿈
오노 후유미 지음, 김윤주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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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권을 읽기 시작할 땐 미처 알지 못했다. 동양풍의 판타지가 이토록 재미있으리라고는. 그 옛날 <아르미안의 네딸들>이 한 권, 한 권 더디게 출간되는 것을 목빠지게 기다렸던 것처럼 나는 "십이국기 시리즈"에 푹 빠져 한 주를 흘려보냈다.

 

11권 째에 이르렀으나 아직 12국을 다 둘러보지 못했고 겨우 "대","안',"경","교,"공"등을 둘러 본 듯 한데, 앞으로의 이야기가 남아 꽤 오랫동안 이야기에 빠져 지낼 수 있겠구나 싶어 도리어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화서의 꿈이라...예쁜 타이틀을 달고 쓰여진 11번째 권 속에서 등장하는 재주국은 신왕이 등극한 나라다. 신왕 시쇼우는 황폐한 국토를 보며 "화서"의 원대한 꿈을 꾸었다. 재주국 보물인 화서화타는 보옥으로 만들어진 복숭아 가지로 베개맡에 꽂아두고 자면 화서지몽을 보여준다는 보물인데 이 화서지몽을 보여주겠다며 큰소리쳤던 시쇼우는 최선을 다했으나 재주국의 기린은 실도했다. 즉 왕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긴 병상을 떨치고 일어나지 못한 기린 슈카로 인해 왕조의 종말은 예언되었고 곧이어 시쇼우는 그토록 믿었던 에이슈크의 농간에 빠져 동생 쥰코우와 아버지를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그 잘못을 죽음으로 바로 잡았다. 이상은 높았으나 실현할 능력이 부족했던 왕의 슬픈 죽음. 바람직한 모습의 이상향만을 원하면서 현실을 간과했던 왕의 최후였다. 슬프게도.

 

p268  백성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라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다.

 

반면 류는 죠 로호우라는 류왕이 통치하고 있는 나라인데 봉산에 오른 이도 아닌 그가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나라가 기울어가고 있음을 백성들은 조용히 눈치채고 있었고 여행자들도 어렴풋이 그 분위기를 간파하고 있었다. 다만 한 번 왕이 되면 스스로 그만둔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어려운 일인듯 했다. 죽음 끝에서야 내려올 수 있는 자리이기에 그 책임은 더더욱 막중해지는 것이다. 300년을 지난 왕조는 12국 중 '주'와 '안'이 유일하다고 하니 통치자의 고뇌의 늪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류를 지나온 리코우는 주의 수도인 융흡으로 들어섰다. 어머니 이자 황후인 메이키의 걱정도, 형 리타츠의 한숨도, 동생인 문공주의 웃음도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바람처럼 떠돌다 돌아왔지만 그는 언제나 되돌아온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도 결국엔 꼭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오고 만다. 연어처럼.

 

11권에 이르러서도 12국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어느 한 나라의 이야기도 끝맺음 없이 진행형이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그래서 더 궁금해지고 결국 그 결말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꼭 끝까지 기다렸다 보고야 말리라는 즐거운 기다림을 목표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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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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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작가 미야베 미유키. <화차>로부터 시작되어 팬이 된 나는 <모방범>,<이유>,<이름 없는 독>,<스나크 사냥> 등에 매료되며 그녀의 소설을 닥치며 읽었는데 슬로우틱한 역사소설 시리즈보다는 구멍파듯 파보는 재미가 있는 묵직한 사회 소설 쪽이 훨씬 더 구미가 맞았다. <형사의 아이>가 최신 번역작인 줄 알았더니 1990년 <도쿄 살인 만경>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가 1994년엔 <도쿄 시타마치 살인만경>으로 그 이름을 개작하여 재출판되었고 최근에는 그 제목만 또 바뀌어 <형사의 아이>로 출판된 것이었다. 결국 이 세 권의 스토리는 동일하다는 이야기인데, 세월에 따라 그 시점에 맞는 세련된 제목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일도 작가에겐 재미난 일이었을까. 반대로 세번이나 제목만 바꾸어 출판할 정도로 그 재미가 보장된 스토리는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증을 한 껏 달아오르게 만든다. 바로 지금-.

 

열세 살의 야기사와 준이 경시청 수사 1과에 근무하는 아버지인 미치오와  둘이 살게 된 도쿄 23구 내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토막난 머리와 손목이 둥둥 물에 떠내려 왔기 때문이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떠내려온 머리는 세상을 발칵 뒤집고 그 사건에 아버지가 투입되면서 준 역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와 동시에 마을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72세의 늙은 할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익명의 고발장이 준의 집으로 전달되면서 그의 과거와 살인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시노다 시로. 도고라 불리는 그는 미장장이의 4째 아들로 태어나 가업을 잇다가 그림 한 점을 그리게 되었는데 그 작품의 명이 <화염>이었다. 강렬하고 대단한 작품이지만 제대로 미술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술계의 질타를 받아 신분을 감춘 채 살다 악의적인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그를 범인처럼 몰고가려는 진짜 범인은 누구이며 과연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p321 도대체가 법률이 어떻게 됐어요.

       흉학한 짓을 저지르는 놈들도 미성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도 하지 않고 이름도 공표하지 않고 또 사회 속으로 되돌려 보내

 

 

법이 아무리 세세한 부분까지 그 영향력을 미쳐도 완벽할 수는 없다. 사회 속에서 범죄를 솎아내기 힘들며 사람의 죽 끓듯 변덕스런 마음을 다잡아둘 주도 없는 일. 그렇다면 이런 사회 소설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누군가의 범죄를 보고 흠칫하는 것으로 멈추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 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화까지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경각심까지 불러 일으켜 준다면 그 소임을 다하는 건 아닐까. 나는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 소설을 읽을때마다 세상을 달리 보게 된다. 만화경의 그 속이 확확 모양을 변형시키는 것처럼.

 

읽고나면 불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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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8 - 제5부 도남의 날개
오노 후유미 지음, 김소형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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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국 중에서 '염','경','안'의 이야기를 읽어왔다. 이번에는 '공국'이다.

 

공국의 수도 연장에서 부유한 상인의 딸로 태어난 슈쇼우는 열 두살의 당찬 소녀다. 임업으로 돈을 불려 연장의 거상이 된 아비와 현모양처로 이름이 높은 어미 그리고 장사에 재능이 뛰어난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막내로 태어나 귀여움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났지만 '바보같아'라는 말을 입으로 내뱉을만큼 그녀는 자신들만의 안녕에 불만을 잔뜩 품게 되었다.

 

 출입문마다 철격자를 끼우고 벽에 옻칠을 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부유한 자신들과 달리 주변 사람들은 왕이 없는 어수선한 지금, 요마에 의해 마구마구 잡아먹혀가고 있었다. 어리디 어린 열 두살 소녀의 눈에 이웃의 슬픔과 공포가 눈에 어렸다. 철이 없을만큼 어린 나이이건만. 소녀는 아버지에게 승산을 권유했으나 아비는 가족의 안녕만을 위해 승산의 욕심을 버렸고 막내 딸은 그것이 불만이 되어 거금 65량을 들고 집을 나왔다. 승산하기 위해서.

 

기린이 왕을 정하는 곳. 그 왕이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승산을 하지만 그 길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먼저 황해를 건너야 하는데 요마들이 득실거리는 이 곳에서 살아남아 승산하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요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사람. 사기 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소녀는 단단해져갔다. 현명하게도 리코우와 간큐의 호위를 받아가며 황해를 무사히 건넜다. 물론 어려움은 많았다. 그들과 떨어져 고난을 겪기도 했고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느 순간에도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다. 혼자만 살기 위해 비겁한 선택을 하지도 않았고 얄미운 사람일지라도 그의 옆에 붙어 현명한 조언을 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이가 어려서 왕이 될 수 없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 십이국이라는 곳은. 보백 38년 봄, 공왕이 드디어 즉위했다. 무엇보다 백성의 소중함을 아는 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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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5
오노 후유미 지음, 김소형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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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대한 판타지를 쓰면서 저자 오노 후유미는 아주 인간적인 고뇌에 빠져 있었다. 저돌적으로 자신만만하게 일필휘지했을 것만 같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상'을 '탁자'로 바꾸기도 했다가 '건물'을 그래도 '건물'로 써도 좋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의문에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전지적 작가의 시점인 판타지에서 자기가 좋을 대로 써도 좋으련만 세세한 단어 하나까지 고심했다는 것에 감동 받아 버렸다. 쉽게 쓰여진 글이 아니구나! 하고.

 

이 시대, 이 세계관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세계만의 언어를 만들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그 어느 독자도 제대로 읽지 못할 듯 하여 그만 두었다는 걱정 아닌 걱정. 치열하게 속으로 갈등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이토록 멋지게 쓰여졌구나 싶어진다.

 

흔히 '십이국기' 라 불린 이 작품에 실은 따로 붙인 시리즈명이 없다는 고백도 의외였다. 가장 부르기 쉽고 모두가 그렇게 부르고 있어 그냥 십이국기가 되었다는데 아직 세 국가 밖에 쓰지 않았으니 완전 참말은 아닌가 하는 진심어린 걱정까지도....나이가 많은 작가의 소소한 고백이 이토록 즐겁게 읽힐 수가 없다. 그간 진지하게 앞 권들을 읽어온 내게 이 번 5권은 여러 모로 좋은 관점에서 읽혀지고 이해되어져 갔다.

 

버려진 두 아이가 있었다. 영웅은 고난에서 태어나고 역경을 뚫어야 한다지만 '십이국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버려짐을 통해 자신을 바로 세운다. 모두 그러했다. 이번 이야기라고 다르지 않았다. 부모가 곤란해 할까봐 죽도록 버리고 간 상황을 이해하고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도, 잡은 손을 놓고 간 엄마를 찾아 걷다가 절벽에서 밀려 떨어진 아이도 어쨌든 가족에게서 버림 받았다.

 

그리고 각각 다르게 자라 효왕이 쓰러진 안주국에서 운명처럼 마주쳤다. 안국은 쇼류를 새 왕으로 맞아 처음처럼 부국한 국가인 줄 알았더니 제후의 난과 배신의 시간을 지나 안으로부터 강해진 케이스였다. 자기합리화에 강한 아츠유의 난을 평정하고 삼기육축을 구축하면서 백성이 스스로를 지키는 내실 강한 국가로 거듭났던 것이다.

 

이제껏 판타지는 서양의 그것이라고만 생각해왔던 내게 동양풍 판타지의 정수를 보여준 '십이국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더 감칠맛 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래서 얼른 다음 권을 서둘러 집어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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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7
오노 후유미 지음, 김소형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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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 여왕으로 등극한 요코. 아직 많이 미숙하고 여전히 완벽하진 않아 경은 여전히 가난한 국가지만 전왕의 실업들을 하나하나 덮어나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분명. 그리고 그 누구와도 다른 여왕의 길을 걷고 있다. 겨우 10대의 소녀인 그녀가.

 

'여왕 치세'엔 언제나 불안정했다면 다들 수근거리고 있지만 요코는 요코 나름대로 동분서주하며 국가를 위해 사람들을 위해 그 선택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었고 경의 부흥과 안정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된 동갑내기 소녀 쇼우케이와 스즈까지 자신의 사람으로 감싸 안으면서 좀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적의를 가진 타인을 팬으로 만드는 힘이야 말로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그 점으로 보자면 경은 가장 좋은 왕제를 왕으로 승격시켰고 기린의 선택은 독이 아닌 약이 된 셈이다. 십이국기는 완벽한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인만큼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가득한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와 이어져 있어 더욱 그러한 듯 싶다.

 

아직 애니메이션을 보진 못했지만 분명 글이 주는 재미와 달리 영상이 전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리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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