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녀의 환 2
현미정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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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야, 발해에 관한 역사로맨스를 써온 듯한 작가 현미정의 [황녀의 환]은 전생에 얽힌 저주를 현생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수수께끼마냥 풀어나가면서 과거에 놓친 연인과의 시간을 되돌려 받는 황녀 래아의 환생 하영.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영과 래아를 오가며 한 남자의 혼을 쏘옥 빼놓는다. 섹시하면서도 매력적이고 도발적인 래아는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자신을 낳아준 아비를 유혹했고 적장과 동침했으며 그의 수하와 함께 있다 죽음을 맞이했다.

 

남자가 많았던 래아와 달리 하영은 곱게 자라 고이 길러졌다. 한 남자의 10년 공으로 지켜진 순결은 다른 남자에게 선물로 주어졌는데 그 마저도 운명인지라....세 남녀의 운명은 그렇게 얽혀졌다. 아슬아슬하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그들의 거리. 안타까움보다는 질긴 운명이구나 싶어질만큼 끈덕지게 늘어진 인연이라는 사슬 앞에서 인간의 의지는 잘 꺾이는 회초리만큼이나 나약하고 부질없어 보인다.

 

황녀의 환을 통해 발해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고 자만하지 않는다. 역사에서 차용해왔지만 역사를 가르치려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외국의 로맨스 소설 매니아였던 절친이 있었던 관계로 나는 핸디북 스타일의 로맨틱 소설은 질릴만큼 보고 또 보아왔다. 비슷비슷해 보인 그 이야기들이 친구에게 왜 힐링이 되고 드림이 되었는지 알만큼 읽어냈을 무렵 나 역시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거의 습관처럼 읽던 우리는 꼭 다 읽고나면 누구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는지 수다를 떨고 또 떨곤했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등의 작가들이 써왔던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던 그 친구에게 지금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황녀의 환을 권해봐야겠다. 그녀에게도. 얼마나 재미있게 읽고 또 고딩때처럼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어댈지 모르지만.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운 요즘, 친구에게 책 두 권을 슬쩍 들이밀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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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의 환 1
현미정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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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천년 전, 백제의 왕은 아주 아름다운 후궁을 잃고 슬퍼하며 그녀를 황녀로 봉했다. 아주 아름다운 소녀로 자란 황녀는 아비와 합궁을 하게 되고 저주인지 불운인지 눈을 잃는다. 눈을 잃은 황녀는 부왕에게 부탁해 우물 속 유리방을 만들어 그곳에 기거했는데, 나라가 망하고 나서도 그녀는 무사히 살아남아 정복자의 여인이 되었다. 한쪽 눈을 잃어 더 애달프고 아름다워 보인 황녀 래아. 그녀의 저주를 풀기 위해 환생한 그녀의 주변에 남자들이 모여들었다. 유물 사냥꾼 D과 사랑에 빠진 남자 아덱. 31번째 달이 뜨는 날 각성한 황녀와 그녀가 과거에 사랑했던 남자 가노린거의 사연이 풀어지면 로맨스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오작교가 된다.

 

황녀 래아의 의안, 부처 사리로 만들어진 환, 황녀의 피로 물든 버드나무 목까지 이 세 가지 유물을 찾아 떠난 여행은 파리, 티벳, 중국을 거치면서 그 스케일이 점점 커진다. 달달하기 보다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기분으로 읽으면 더 재미난 이 소설은 전생과 후생이 얽힌 이야기라서 매니아층도 있을 듯 해 보였다.

 

[황녀의 환]이라는 제목만 보고 얼른 골라들었지만 사실 현미정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전에 [능해목의 령]이라는 작품을 썼다는데 그 작품이 재미있어 [황녀의 환]을 골라들었다는 리뷰가 대다수였다. 재미난 소설처럼 느껴져 나중이라도 꼭 한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싶어진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작가의 로맨스 두 편을 읽었는데 먼저 읽은 작품이 너무 달달해서인지 약간 달콤함이 빠진 듯 했지만 가을에 읽기에 무리없는 이야기였다. 두 권의 소설로 가을의 담백함과 선선함을 달달함에 녹여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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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 -하 - 완결
김윤수 지음 / 다인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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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보퉁이를 끌어안은 채, 궁을 들어서던 앳된 아이는 모진 풍파를 견뎌내야했다. 겨우내 추운 바람을 견딘 꽃나무가 봄에 아름다운 꽃을 틔우듯 소녀도 여인으로 성장하면서 세상의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야만 했던 것이다. 한 남자를 사랑한 대가는 컸다. 먼저 원했던 사랑은 아니었으나 평생의 지인을 운명처럼 만난 전향은 연화당에 머물면서 왕의 여인으로 살아냈다. 아들을 빼앗기고 보쌈을 당하기도 했으며 억울한 모함도 받아야했지만 이 모든 것들이 지아비의 사랑을 얻어내는 과정이었고 그녀에게 주어진 운명이었다.

 

그녀의 정적이었던 희숙당 역시 그러한 여인이었다. 왕의 여인은 모두 불행하였던 것일까. 한 남자를 두고 여러 여자와 경쟁을 해야만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여인으로서 가장 영화로운 자리에 있으면서 가장 가슴앓이를 해야하는 자리에 있었으니 그 사랑이 머물고 있다고는 하나 마음 한구석은 시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희숙당은 친정의 힘이 강력한 가문의 여식이었다. 그런 그녀가 옹주하나만 놓고 왕의 등만 바라봐야했으니....그 와중에 시중의 한량이 접근하여 남녀의 진정한 사랑법을 알게 하였으니 목숨까지 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고 스물 아홉이란 아까운 나이에 아이를 낳다 죽은 그녀는 죽기 전에 진정한 사랑을 찾았으니 독수공방하고 아이까지 낳을 수 없었던 중전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다간 생이 아닐까 싶어진다.

 

그 옛날, 보았던 한 영화가 떠올려졌다. 이보다 불행한 이야기였으나 나라가 다르고 삶의 시절이 다르다고는 하나 여인들의 삶은 오십보백보였다. <홍등> 속 여인들도 궁중의 여인네들과 삶이 그닥 다르지 않았다. 높디 높은 늙은 부자의 울타리 안에서 한 남자의 관심에 목매다가 외로움을 다른 이에게 품어 목숨을 잃게 되거나 질투로 인해 남은 삶을 미친 상태로 보내야만 하는.....그러면서도 또 다른 여인에게 남편을 내어주어야 하는 인생.

 

물론 <후궁>은 행복한 결말로 완결지어졌다. 연산군의 역사를 차용했다고는 하나 우리가 모르던 해피엔딩의 결말을 가져다주었고 행복한 결말이라 마음도 푸근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세월이 흘러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듯 두 권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아지는 사실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을 마음에 담아 작가의 차기작을 찾아 채워보려 한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도 좋을 듯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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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 -상
김윤수 지음 / 다인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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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책이 좋다. 정보를 전달하고 배움과 학식을 위한 읽기가 아니라면 가독성 있게 쉽게 읽히고 휘리릭 넘기는 이야기가 좋다. 그러면서도 달달한 내용이라면 짬짬이 쪼개어진 시간동안 홀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 책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10월이다.

 

후궁이라는 영화도 있지만 정궁이 아닌 후궁이라는 어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슬프다. 무언가 부족한듯한 입지하며 탐해야하는 자리인 듯 하고 많은 수를 연상시키면서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거나 죽이는 쪽의 이미지가 강하다. <불면증>,<마녀 길들이다>를 쓴 바 있는 김윤수 작가의 <후궁>은 영화와는 다르지만 둥그스름하게 피해가지 않아서 좋았다. 야한 부분도, 슬픈 부분도, 분노가 치미는 부분도 결코 약하게 다루지 않았다. 직설하고 직언하면서 주인공을 험하게 다루어 독자의 재미를 돈독히 하고 있다.

 

주인공 전향은 아주 아름다운 아이다. 어릴적부터 조실부모하고 세자의 유모가 된 고모의 손에 이끌려 궁으로 향했는데 그 세자는 추후 연산군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오를 이였다. 차용하긴 했지만 역사적 결말은 다르다. 우리가 한번쯤은 꿈꾸어봤을 내용, 정말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가 펼쳐진다.

 

폐서인된 어미의 한을 간직했지만 미치지 않은 왕. 사랑받지 못한 과거에 살기 보다는 사랑할 수 있는 현재와 미래의 여인을 위해 자신을 오롯이 던질 수 있는 남자. 그 남자의 후궁이 바로 전향이다. 석녀가 된 중전이 미색이 뛰어난 후궁들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이 수족처럼 부리던 전향을 왕의 침소에 들여놓았으나 주객전도되어 전향은 왕의 유일한 사랑이 되었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첫 아들을 낳자마자 중전에게 빼앗기고 마음에 한이 서리게 된 전향. 오라비처럼 여기며 마음을 터 놓던 시영도 죽고 친동기간 같던 신옥도 노비로 전락해 버린 지금, 전향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살아남아야겠다"는 마음과 "살아나가야겠다"는 마음 뿐이었으리라.

 

어린 소녀가 순진무구한 그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기에 궁은 너무나 거대한 음모의 동굴 속이었고, 입궁 후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면서 구중궁궐 속 여인으로 자라난 전향은 사랑보다는 신분과 지켜야 할 것들을 우선 순위에 둔 어미일 수 밖에 없었다. 영화 <후궁>속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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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면허
조두진 지음 / 예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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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의 사연을 보여주고 "4주후에 다시 만납시다"면서 유예기간을 주는 이혼조정기간을 알게 한 프로그램이었다. 사연인 즉 남편의 바람, 부인의 불륜, 시월드, 혼수문제, 대리모까지 다양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끝이 있지 않을까 싶어 1~2년쯤 방송하다 말겠지 했었다. 웬걸. 이 프로그램 장수 프로그램이 되어 아직까지 방송하고 있었다.

 

관심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몰랐는데 며칠 전 채널을 돌리다보니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직 쓸 사연이 남아 있다는 말인가"라는 생각과 "여전히 보는 시청자가 있단 말인가"라는 의문이 함께 들어버렸다. 결혼과 이혼, 사랑과 이별,만남과 배신이라는 주제는 영화, 드라마, 노랫말의 영원한 주제라더니 그 입증이 아닌가 싶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등장했을 때는 엄청 놀랬었다. 대한민국에서 이중혼이라니. 그것도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일주일에 며칠을 나누어 사는 것을 허락하는 남자가 주인공이어서. 하지만 몇년 지나다보니 이보다 더 쇼킹한 소재들이 많아 금새 잊혀지고 말았다. 요즘엔 남자와 남자의 동성 커플도 등장하고 부인이나 남편의 바람쯤은 대수롭지 않게 등장하고 막장에 막장을 거듭하는 내용들도 차고 넘치다보니 왠만한 소재에는 눈하나 끔뻑하지 않을만큼 강심장인 시청자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부모면허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라는 바램과 마찬가지로 결혼면허도 존재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바램이 있었더랬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게임>으로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는 조두진 작가는 [결혼면허]라는 책을 출간했다. 국가가 나서서 예비부부들에게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하라고 법적제도를 마련한 2016년을 사는 젊은 세대들이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결혼면허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다. 그 결혼 면허증이라는 것은 공인기관에서 수업을 들으면 1년의 과정을 들어야만 딸 수 있는 것으로 주인공 서인선은 ML결혼생활학교에 입학하면서 결혼에 대한 마음가짐을 준비해나간다. 물론 직접 체험하지 못하고 과정을 듣기만 한다면 1년이 아니라 10년의 세월이 흘러도 결혼은 겉핥기식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나이가 되어서, 혹은 그냥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덜컥 결혼했다가 후회하는 것보다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혼생활의 지혜를 미리 습득한다면 서로에 대해 여유로운 배려를 펼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결혼면허는 바람직해 보인다.

 

인선은 결혼면허시험에서 합격했다. 필기시험만 4시간짜리였다. 1년전에는 뚱하던 윤철 역시 결혼학교에 등록했다고 한다. 사랑이 변한 것도 아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변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동안 인선의 태도는 참 많이 변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고 상대방의 위치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자로 거듭났다. 결혼을 앞둔 어른의 성장점. 청소년 성장소설도 아닌데 [결혼면허]는 나이만 어른이었던 이를 내면까지 어른으로 성장시켜냈다.

 

30년을 넘게 함께한 부인을 살해한 남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소설은 쓰여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 부부의 사연은 소설 속에서 수업의 한 장면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게 맞는 사람이 다른 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결혼과 내가 살아가게 되는 결혼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소설의 후미에 등장하는 이 말이 내 가슴에 가장 와 닿았다. 그가 나의 배우자이고 내가 그의 배우자인 것은 서로가 묵묵히 지켜봐줄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나를 지켜보는 한 사람, 나의 좋은 점이나 나쁜 점을 묵묵히 지켜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둘이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새삼 내 사람에게 고마워지는 대목이었다. 결혼을 할지 말지 여전히 망설이는 커플이 있다면 이 소설을 읽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2013년, 아직은 정부에서 결혼면허를 법적으로 제정한 바가 없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2016년에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남들도 하는 것이므로, 해야 하는 거니까"라는 대목에서 망설여진다면 이 책이 들려주는 현명한 충고에 귀를 기울여보면 좋겠다.

 

301페이지 : 결혼은 제삼자가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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