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부제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저자 - 마스다 미리

 

 

 

  지금까지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만화만 보았는데, 이번엔 특이하게 여행 에세이다. 여행이라,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단어이다. 물론 책 세계 여행이나 음악과 함께 하는 상상의 세계 여행 같은 건 친근하지만, 물리적인 거리를 이동하는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가지 못하는 곳엘 갔다 온 그녀의 감상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제처럼, 저자는 혼자서 길을 떠나기도 하고, 어머니나 남자친구 또는 여러 명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같이 가면 같이 가서 좋고, 혼자 가면 혼자 가서 좋은 경험을 느끼고 온 것 같다. 헐, 난 혼자서는 서울도 잘 못 벗어나는데……. 애인님 만나러 갈 때 빼고는. 그건 여행이 아니라 데이트니까. 기차타면 금방 가니까. 음, 정정해야할까? 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매일 정해진 곳 이외의 장소에 가는 걸 즐기지 않는 것 같다.

 

  하여간 2010년 4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저자가 다녀온 여행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이 들어있다. 초반에는 누군가와 같이 간 여행이 많았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혼자 떠난 횟수가 늘었다. 심지어 헬싱키까지 혼자서 다녀왔다! 아마 처음에는 익숙해지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다니다가, 나중에 용기를 얻고 혼자 모험을 떠나본 모양이다.

 

  여행기를 읽어보면 그냥 맛집을 돌아다니다가 온 여행지도 있고, 이런저런 구경을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 특유의 감성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한 여행이서는 '더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나란히 작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p.38)라며 아쉬움과 바람을 토로한다거나, 줄을 서서 지방의 명물 요리를 사먹으려고 기다리면서 '타인과 여행을 할 때, 줄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싫어하는 사람인가 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여행도 순조로울 것 같다.'(p.29)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다양한 생물이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는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러니까 그런 복잡 다양한 여러 감정이 녹아있는 책을 쓸 수 있는 거겠지.

 

  나라 여행에서, 그녀는 수학여행을 온 중학생 무리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어느 그룹에도 섞이지 못하고 혼자 있는 아이를 보면서,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한다.

 

  빨리 '어른'이라는 장소로 도망쳐 오렴. 어른이 되면 좀 자유롭단다. 혼자 여행을 떠나도 괜찮아.-p.186

 

  의문이 들었다. 진짜 어른이 되면 그럴까? 그러면 어른인 난 지금 자유로운가? 혼자 여행을 떠나도 괜찮은가? 하지만 난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에 엄청난 부담감과 두려움, 그에 맞먹는 귀찮음을 느끼고 있는데, 그러면 난 어른이 아니라는 걸까?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여행이 단지 물리적인 거리를 떠나는 여행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집밖으로 한발자국은 너무 심하고, 차를 타고 한두 정거장만 떠난다고 해도, 그곳에서 평소와 다른 뭔가를 발견한다면 여행이 아닐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에게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먼 곳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장소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즘 사회가 워낙에 흉흉하니까 생각에서 그칠 수도 있지만…….

 

  덧붙여서 요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 타기 1분만해도 어찌나 땀이 나오는지, 런닝 머신을 하는데 걷는 속도가 제일 느린 주제에 얼굴은 혼자 새빨갛다. 오죽했으면 트레이너분이 너무 무리하지 하지 말라고 걱정을 하신다. 하지만 내 걷는 속도는……. 이놈의 저질 체력을 극복해야 어딜 가든지 할 테니까. 게다가 예쁜 옷을 입고 애인님을 만나서 쓰다듬도 받고 싶고. 내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썼는데 다음에 만날 때 쓰다듬 안 해주기만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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