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Jurassic World , 2015

  감독 -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타이 심킨스, 닉 로빈슨

 

 

 

 

  ‘쥬라기 공원’이 문을 닫은 지 22년 후. 새로운 테마 파크가 문을 연다. 예전에는 단순히 공룡의 DNA를 이용해 복제하는 것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생명체의 유전자를 이용해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너무 똑똑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새로 만들어낸 공룡이 잔머리를 써서 우리를 벗어난다. 이를 잡기 위해 파견된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갇혀있던 익룡들이 풀려나고, 그 여파로 최고 책임자가 사망하고 만다. 그러자 공룡을 군사 무기로 써야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외부 군대를 이용해 제어실을 장악한다. 이 와중에 2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은 공룡의 공격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데…….

 

  위에 적은 간략한 줄거리만 보면, 인간이 만들어낸 똑똑한 공룡이 다른 공룡들과 함께 인간들을 마구 죽이는 내용이라고 생각이 가능할 것이다. 인간이 과학 기술로 무장해 어찌어찌 맞서 싸우고, 사람들이나 순한 공룡들이 죽어나가고, 테마 파크 건물이 무너지는 등등, 마치 자연 재해가 일어나서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 상상할 수 있다. 그랬다면 이 영화, 아마 15세 관람가나 17세 관람가가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12세 관람가이다. 사람들은 처참하게 죽어나가지 않을 것이고, 죽는다 해도 그 장면은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갈 것이다. 그러니까 육식 공룡이 인간을 잡아먹는다거나 무참히 죽이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감독은 바뀌었지만, ‘쥬라기 공원’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스필버그 특유의 감성을 생각하면 모든 고난을 이기는 원동력은 결국 가족애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 보면, 영화는 그럭저럭 볼만했다. 초등학생인 막내 조카와 손잡고 가서, ‘우와!’라고 놀라는 녀석의 감탄사를 들으며 뿌듯해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평소에는 동생을 챙기지 않던 형이 듬직하게 행동한다. 이른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동생을 보호하고 살 길을 찾아 나선다. 비서에게 조카들을 맡겼던 고모는 아이들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수색에 나선다. 보호 장비도 없이! 또한 사람들의 뒤통수를 쳤던 악당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여 악은 패배한다는 교훈을 주기도 했다. 역시 초딩 조카와 같이 보면 딱 좋을 영화이다.

 

  하지만 애인님과 같이 보러 갔다면 어딘지 모르게 무척이나 아쉬워하면서 극장 문을 나섰을 영화였다.

 

  좀 더 피가 튀었어야 했는데! 좀 더 긴박하게 흘러가야 했는데! 흐름이 너무 늘어져! 게다가 주연급인 여자는 조카들 찾으러 공룡 서식지로 향하면서 하이힐을 신고 다닌단 말이야? 명색이 관리 책임자라면서 그렇게 상식이 없나? 혹시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 관리 책임자라서 이 난리가 난 건가? 하긴 사장이라는 사람은 헬리콥터 조종 배웠다고 자기가 무슨 영웅이라도 된 듯이 공룡 잡겠다고 나섰지. 그러다가 익룡 우리에 추락해서 사태를 더 키웠잖아. 사장이 그렇게 죽어버리니까 지휘 계통이 엉망진창이 된 거고. 그래서 제어실에 있던 자기들만 쏙 빠져나가고, 아무 것도 모르는 관광객들은 건물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잖아. 이거 어디선가 본 상황이다. 거기다 급마무리지은 것 같은 결말은 뭐지? 아니 이건 그 전까지의 엄청난 위용에 비하면 너무 허무하잖아. 어쩌면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일수도 있는 건데 이게 뭐야! 이런 말이 줄줄줄 튀어나왔을 것이다.

 

  인간보다 공룡들이 더 멋졌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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