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A Cure for Wellness, 2017

  감독 - 고어 버빈스키

  출연 - 데인 드한, 제이슨 아이삭스, 미아 고스, 셀리아 임리







  예고편을 보고 어떤 내용일까 의문이 든 작품이었다.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이니 의학 스릴러일까? 그런데 어쩐지 화면 분위기가 예쁜데? 보자! 그런데 영화를 예매하고 나서야 두 시간 반 정도 되는 시간이라는 걸 알았고, 그건 어쩐지 불길한 뭔가를 예고하는 듯 했다.


  증권가에서 일하는 ‘록하트’는 심장마비로 숨진 전임자를 대신해 스위스로 향한다. 요양원에 갔다가 이상한 편지를 보내고 복귀하지 않은 회장을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그가 오지 않으면 합병 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에, 록하트의 책임은 막중했다. 하지만 금방 끝날 것 같던 일은 꼬여가기만 했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도리어 그가 요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요양원에서는 교묘하게 회장과 록하트가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느낌을 준다. 각박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와 달리, 모든 것이 한가롭고 자유롭게 보이는 요양원. 그렇지만 록하트는 그 뒷면에 비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다. 계속해서 이상한 환각에 시달리는 그. 또한 요양원에 들어온 사람은 있지만 나간 사람은 없다는 말과 예전에 이상한 실험을 하다가 주민들에게 살해당한 남작의 성을 재건축했다는 뒷이야기까지 들은 그의 의심은 거의 확신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록하트가 치료의 영향으로 환각과 망상증에 시달린다는 원장의 말을 더 믿는데…….


  좋은 얘기를 먼저 하는 것이 대화의 비법이라고 하니, 우선 이 영화의 장점을 먼저 짚어보겠다.


  영화의 영상은 무척이나 멋졌다. 높은 산 꼭대기위에 있는 고풍스런 성과 자연 경관이 잘 어우러진 요양원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또한 하얀색과 푸른색의 대비가 어우러진 건물 내부와 물은 청량하고 깔끔하다는 인상과 함께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편하게 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록하트에게 보이는 장어의 이미지는 물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레 뭔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리고 조금씩 시간차를 두고 툭툭 던져진 힌트들은 충분히 생각하고 분석하고 끼워 맞출 여유를 주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기도 한참 전에 요양원의 비밀과 원장이 꾸미고 있는 음모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의학적 설명이 필요한 부분만 빼면, 영화는 거의 모든 것을 다 설명해주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또한 주인공 록하트 역을 맡은 배우 ‘데인 드한’은 더없이 배역에 잘 어울렸다. 평상시에도 안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그의 이미지는 언제나 만성 피로와 온갖 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딱이었다. 또한 ‘한나’역을 맡은 ‘미아 고스’의 모나리자 화장법은 신비롭고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분위기를 주기에 충분했고 말이다. 영화는 영상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모든 힌트를 다 보여주고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다 하고 심지어 생각할 시간마저 충분히 주었기에, 도리어 너무 느슨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당연히 원인이 있어야 한다. 원인이나 동기가 불충분하면, 왜 그런 결론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거의 모든 장면은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몇몇 부분은 과감하게 쳐내고 좀 더 빠른 속도감을 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반까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줬기에, 후반에 드러낸 사건의 진상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시간이 넘으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져서인지 마무리가 그렇게 인상적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자연경관이 아름답긴 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지, 내셔널 지오그래피 영상이 아니니까.


  영화를 보고나서 뭐라고 정의를 내려야 할까 고민했다. 시간을 뛰어넘는 영원한 사랑? 영생을 꿈꾸는 인간의 덧없는 욕망? 물질에 집착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 신기한 동물 세계? 그것도 아니면 완전한 사육을 원했던 변태의 집착? 이 모든 것을 집어넣으려했기에 그렇게 설명이 많아야했고, 상영 시간이 길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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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adako vs. Kayako, 貞子vs伽椰子, 2016

  감독 - 시라이시 코지

  출연 - 야마모토 미즈키, 타마시로 티나, 안도 마사노부, 사츠카와 아이미

 

 

 

 





 

  선택이라는 건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다. 내가 자의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남에게 선택을 강요받을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이 처음으로 선택을 강요받을 시기는 아마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 때부터 일 것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가 그 시작이다. 그리고 조금 더 크면 점심에 무엇을 먹을 것인지, 소개팅에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놀 것인지 등등의 선택을 해야 한다. 심지어 친구들과 중국집에 와도 탕수육 소스를 부어먹을 것인지 찍어먹을 것인지 선택도 해야 한다. 게다가 인간은 비교하는 습성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어릴 때는 흔히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에서부터 누구 담임이 더 예쁜지 비교하고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존재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어떤 캐릭터가 더 나은지 선택하고 비교하고 싶어 한다. ‘슈퍼맨과 배트맨’이나 ‘셜록 홈즈와 뤼팽’ 그리고 ‘프레디와 제이슨’은 그런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이건 제작자가 누구의 팬이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것이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 말이다.



  일본에서도 누가 그런 상상을 해본 모양이다. 1990년대 말부터 일본 공포 영화를 이끈 두 캐릭터가 있다. 물론 지금은 사골처럼 너무 많이 우려먹어서 식상해졌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다. ‘링 The Ring, リング, 1998’ 의 ‘사다코’와 ‘주온 Ju-on: The Grudge, 呪怨, 2002’의 ‘가야코’다. 과연 둘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이건 아마 두 작품을 접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궁금해 했을 것이다.



  중고가게에서 오래된 비디오 기기를 산 ‘유리’. 그런데 그 안에 이상한 비디오테이프가 하나 들어있었고, 그걸 본 친구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인다. 학교에서 도시괴담에 얽힌 수업을 들었기에, 유리는 그것이 저주받은 비디오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한편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스즈카’. 불길한 분위기를 풍기는 옆집이 귀신저택이라는 소문을 듣고, 그곳에서 원혼과 맞닥뜨린다. 원혼에 시달리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유리는 퇴마사를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연히 스즈카와 마주친다. 두 소녀의 의뢰를 받은 퇴마사는 해결책을 강구하는데…….



  발상은 참 신선했다. 처음 영화의 설정을 듣고 예고편을 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었다. 오, 난 왜 저런 생각을 못했지? 그리고 약간 기대도 되었다.



  ‘사다코’는 사람들이 무분별한 TV나 비디오 시청하는 것에 경각심을 주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정품 표시가 없는 불법 복제 비디오테이프의 위험성을 확실히 알려주는 캐릭터였다. 호환마마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에게 정품을 꼭 써야하고, 불법 다운로드가 좋지 않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가야코’는 또 어떠한가? 요즘같이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이 별로 없는 삭막한 시대에, 자기 집에 들른 사람에게 꼭 답방을 가주는 예의바른 캐릭터다. 남편한테 맞아서 몸도 불편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늦은 시간에라도 꼭 찾아가 인사를 한다. 요즘 보기 드문 인성의 소유자다. 이런 둘이 만나니, 얼마나 예의바르고 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이웃 간의 정이 철철 넘치는 영화가 만들어지겠는가?



  그리고 판단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 별점 확인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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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esident Evil: The Final Chapter, 2017

  감독 - 폴 앤더슨

  출연 - 밀라 요보비치, 알리 라터, 이안 글렌, 숀 로버츠






  이번에는 진짜 끝이겠지라는 마음으로 극장으로 향했다. 지난 5편의 제목이 ‘최후의 심판’이었지만, 다음편으로 이어지기에 왜 끝이 아니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는 ‘Retribution’인데, 한국에서 멋대로 붙인 거였다. 하지만 이번엔 원제부터 ‘The Final Chapter’니 마지막 편이 맞을 것이다.


  백악관을 중심으로 좀비들이 포위하면서 지난 5편이 끝났는데, 역시나 ‘앨리스’만이 홀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엄브렐라’ 그룹의 인공지능 컴퓨터인 ‘레드 퀸’이 그녀에게 놀라운 사실을 말한다. 사실 그들은 백신을 이미 갖고 있으며, 살아있는 지상의 생존자를 모두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레드 퀸은 앨리스에게 ‘라쿤 시티’ 지하에 있는 ‘하이브’로 와서 백신을 찾아내라고 말한다. 라쿤 시티로 가는 도중 앨리스는 좀비들을 이끌고 살아남은 인간을 죽이려는 닥터 ‘아이삭스’와 하이브에서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공격하는 ‘웨스커’와 맞서 싸운다. 그 와중에 ‘클레어’가 이끄는 생존자들이 합류하는데…….


  영화가 시작하자, 지난 1편에서 5편까지의 영상과 함께 앨리스가 지금까지의 대략적인 사건의 개요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말한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이야기’라고. 그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아, 멋진 언니가 한 명 사라지는구나. 그런 날 위로해주듯이, 이번 영화에서는 엄청난 액션 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다른 사람은 눈에 안 들어오고 오직 밀라 요보비치만 보였다. 처음부터 숨쉴 틈도 없이 좀비들과 싸우는데, ‘우와’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진짜 멋지고 매력 있고 화려했다. 줄에 묶인 발로 지탱해 엄브렐라 전투원들과 싸우는 장면은 숨이 멎을 정도로 좋았다. 이 사람은 어쩌면 이리도 멋지고 우아하게 사람을 죽인단 말인가! 한국 배우인 이준기가 나온다는 건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잊어버렸다. 그 정도로 주연을 맡은 밀라 요보비치는 매력적이었다.


  영화는 시리즈의 마무리답게, 그동안 회수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떡밥을 풀어주었다. 1편에서 앨리스는 왜 기억을 잃고 깨어났는지, T 바이러스가 어떻게 그리도 빠르게 퍼질 수 있었는지 등등. 예전 작품들과 설정이 다소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T 바이러스는 원래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약이었다. 그런데 그걸 돈과 권력에 취한 인간이 가져가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결국 인간의 탐욕이 문제였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그런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앙을 일으키고 인간을 멸종시키려했으며 배신한 건 남자들이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그걸 막고 인간을 지키려고 한 건 여자였다.


  감독이 다음 편을 안 만들면 좋겠다. 이번 편이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분위기면에서나 이야기의 흐름상으로나 딱 좋았다. 앨리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적당할 때 끝맺는 것이 더 낫다. 그런 의미로, 이번 편은 무척 좋았다. 앨리스의 멋지고 강함도 잘 보여줬고, 이야기도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안녕, 앨리스. 너만의 토끼는 잘 만나고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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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reepy, クリーピー 偽りの隣人, 2016

  감독 -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타케우치 유코, 카가와 테루유키, 카와구치 하루나

 

 





 

  전직 형사이자 범죄심리학 교수인 ‘다카쿠라’는 부인 ‘야스코’와 함께 새 집으로 이사한다. 그런데 옆집에 산다는 ‘니시노’라는 남자가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부인은 집에 있다지만 보이지 않고, 딸이라는 ‘미오’는 어쩐지 불안해보이기만 하다. 한편 다카쿠라는 연구의 일환으로 미제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하고, 6년 전 있었던 ‘혼다 일가 실종 사건’을 선택한다. 사건 당시 집을 비워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 ‘사키’와 면담을 하면서, 그는 이상한 예감이 든다. 혼다 일가 사건의 용의자를 추정할 때마다 자꾸만 니시노가 떠오르는 것이다. 거기다 옆집 딸 미오는 니시노가 자기 아빠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그 와중에 니시노는 야스코에게 접근을 하는데…….



  영화는 그럭저럭 볼만했다. 물론 좋았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을 꼽자면, 불만스럽거나 안타까운 점이 더 많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뭐 평타겠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평가가 바뀌었다. 원작을 10분의 1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무척이나 화가 나는 작품으로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몇 명의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심지어 몇몇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범인은 치밀하고 머리 좋은 사이코패스에서 자신의 죄가 들통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하는 범죄자로 바뀌었다. 카리스마가 사라졌다. 소설에서는 말로 사람들을 굴복시키던 범인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약물로 사람들을 중독 시켰다. 아쉬웠다. 좋게 보자면, 감독은 아마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진짜 평범한 남자가 벌이는 범죄라고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는 소설에서처럼 말빨좋고 잘 생긴 남자보다는 평범한 아저씨 캐릭터가 더 흔할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싹하다. 소설을 읽기 전, 영화 리뷰를 쓰겠다고 마음먹을 때 그런 부분이 이 영화의 장점이라 생각했었다.



  바뀐 사람은 더 있다. 원작에서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았던 야스코는 나약하고 정이 많은 성격으로 변했다.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니시노의 흉계에 휘말리는 부분은 ‘아니, 왜!’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안쓰러웠다. 왜 그렇게 쉽게 넘어갔는지, 왜 갑자기 미오에게 그렇게 마음을 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미오의 성격 역시 변했다. 가끔은 어째서 그녀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연관성이 없어 보일 때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녀도 피해자인데, 또 달리 보면 공범으로 보이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과연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계속되는 강압과 폭력 때문에 세뇌가 된 것인지 헷갈렸다. 그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 일어난 사건이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다카쿠라 역시 바뀌었다. 그는 범죄심리학 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예전에 형사로 일할 때는 그리워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래서 약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일 많이 달라진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후배 형사인 ‘노가미’다. 이 사람의 비중이 확 줄어드는 바람에, 사건의 분위기라든지 범인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노가미는 이렇게 만들면 안 되는 인물이었는데! 범인을 평범한 아저씨로 설정하는 바람에 희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극 중에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혼다 사키와의 면담이었다. 그 장면은 범인의 정체를 다카쿠라가 알아차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순간이다. 희미한 안개사이를 뚫고 악의 정체가 드러나는, 다소 전율이 느껴지는 장면이어야 하는데 그냥 밋밋했다. 하아, 어쩜 이리도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걸까?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응?’했다. 이게 뭐지? 뭔가 팡 터트리고 끝낼 거라 예상했던 내 기대가 미안할 정도였다.



  영화를 소설보다 먼저 봤지만, 리뷰를 늦게 적는 바람에 온통 비교뿐이다. 그것도 원작보다 별로라는 뉘앙스로 가득 찼다. 안타깝다. 다음부터는 본 순서대로 감상문을 적어야겠다. 그랬다면 아마 이 영화의 평가가 좀 달라졌을 것이다. 미안해요, 감독님. 하지만 소설을 읽은 이상, 당신을 좋게 봐줄 수는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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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는 너무 징그러워서 패스




  원제 - The Human Centipede (First Sequence), 2009

  감독 - 탐 식스

  출연 - 디터 라서, 애슐리 C. 윌리엄스, 애슐린 예니, 키타무라 아키히로

 

 



 

 

   몇 년 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설정만 읽고도 '어떤 약을 먹으면 이런 변태스러운 미친 생각을 할 수 있을까?'하고 넘겨버린 영화가 있었다. 그런데 꽤 인기가 있었는지 아니면 감독의 고집 때문인지 3편까지 나왔다. 그 시리즈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도대체 어떤 미친 변태들이 자꾸 돈을 대주는 거야?'라고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지금 소개할, 제목부터 징그럽고 비호감인 '인간 지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 '아, 이거 만든 사람 진짜 미친 변태 X끼네'였다. 요즘 흔히 사용되는 인터넷 용어에 '약빨았다'는 표현이 있다. ' 기승전병맛이'이나 '병병병병'으로 이루어진 구성 내지는 보통 평범함과 거리가 동떨어진 내용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 영화는 그냥 약빨았다고 표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대체 약을 몇 개나 섞은 거냐고 물어보는 게 어울릴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지금까지 딱 세 편의 작품을 찍었는데, 그게 바로 '인간 지네 1,2,3'이다. 음, 어쩌면 약 그 자체라고 해야 할까?

 

 

  두 명의 미국인 여성들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독일의 어느 숲에서 차가 고장 나고, 둘은 숲을 헤맨다. 겨우 발견한 외딴 저택에 도움을 청하자, 그곳의 주인은 둘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흔쾌히 도와주겠노라 얘기한다. 자신을 저명한 샴쌍둥이 분리 전문의라 밝힌 그에게는 남모를 계획이 있었다. 지금까지 분리를 해왔으니, 반대로 합체를 성공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시킬 수술을 시도하는데…….

 

 

  요약한 줄거리만 봐도 주인공인 의사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곱게 미쳐도 봐줄까 말까한데 변태이기까지 하니 답이 없다. 멀쩡한 남녀 세 사람의 입과 항문을 연결시켜 하나로 엮을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수술이 끝나자 그 모습이 심히 보기 좋다고 감탄하는 그 희열에 찬 표정이, 그들을 자신의 애완동물로 길들이겠다고 훈련시키겠다는 발상은, 그가 미친 변태가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한 남자와 두 여자가 옷을 벗고 하나가 되어있다고 하면 에로틱한 장면이 나와야하는데, 여기서는 야하기는커녕 역겹기만 하다. 특히 앞에 있는 남자가 음식을 먹은 다음에 벌어지는 일들은……. 썼다가 지웠다. 영화를 본 내가 기분이 더러웠다고 이 리뷰를 읽는 사람들의 기분까지 더럽게 만들 필요는 없다.

 

 

  어쩌면 미친 변태 영화의 최고는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지만, 이런 방향으로의 상상력 확장은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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