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날 밤에 생긴 일 - [초특가판]
에이치디디브이디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It Happened One Night, 1934
감독 - 프랭크 카프라
출연 - 클라크 게이블, 클로데트 콜베르, 월터 코놀리, 로스코 칸스
아카데미 주요 5개 부분(작품, 감독, 남녀주연, 각본)을 휩쓴 최초의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이라는 한글 제목에 혹해서 본 영화이다. 제작년도를 감안해서, 우연히 사건에 휘말린 남녀의 얘기를 그렸을 것이라 지레짐작을 했다. 하지만 전혀 그런 내용은 없고, 요즘 흔히 보는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을 보게 되었다. 내가 바라던 추리 호러 스릴러는 안 나오지만, 유쾌하게 볼 수 있었다. 그래, 가끔 이런 영화도 괜찮다.
부유한 은행가의 딸인 엘리는 가출을 한다. 그러자 아버지는 엄청난 보상금을 걸고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 줄 모르는 엘리는 난생처음 타보는 버스에 좋아하고, 신문기자인 피터는 버스에서 그녀와 마주친다. 처음엔 말괄량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그녀가 마치 물가의 아이처럼 느껴져 돌봐주게 된다. 물론 그녀의 가출 동기를 알아내서 특종을 잡아보자는 속셈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 1953’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다음이 좀 다르다.
휴게실에서 버스를 놓친 엘리를 따라다니면서 돌봐주기도 하고,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는 피터. 그 와중에 둘은 서로에게 반하고 만다. 결국 피터는 그녀와의 결혼 자금을 마련하고자, 엘리의 아버지에게 보상금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본 엘리는 그를 오해하고, 아버지가 정해준 약혼자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나중에야 그의 진심을 알게 된 엘리. 결혼식장을 뛰쳐나오는데…….
결혼식장을 뛰쳐나오는 영화라고 하면, ‘졸업 The Graduate, 1967’이 떠오른다. 분위기는 좀 많이 다르지만.
내용을 보면, 요즘 로맨틱 코미디물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특히 몇몇 장면들은 등장인물만 바뀌었지, 설정이나 장면 구도는 지금도 사용된다.
한 방에서 자게 되었을 때 이불을 가운데 걸쳐놓고, 넘어오지 말라는 장면이나 처음엔 가난하다고 반대하던 신부의 아버지가 남자의 배짱에 반하는 것, 그리고 밤중에 길에서 다투고 혼자 가던 여자가 나중에 나타난 남자의 품에 안겨 우는 것 등등.
게다가 그 유명한, 여자가 치마 걷어 올리며 지나가는 차 세우는 장면까지! 또한 툴툴거리면서 여자를 번쩍 안아들고 개울가를 건너는 장면은, ‘음, 피터는 츤데레’라는 말이 나오기 충분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결국 우리는 1930년대의 원형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는 셈이다. 변화라고 해봤자, 남녀의 부유함이 바뀐다는 것 정도? ‘이 영화만 보면, 로맨틱 코미디 100% 완전 정복!’이라고 광고해도 될 것 같다.
아, 어디선가 얼핏 보기에는 여배우들이 클라크 게이블과 연기하기 싫다고 다 거부하는 바람에 별로 안 유명한 클로데트 콜베르가 주연을 맡았다고 한다. 구취 때문이라고 하는 글도 보았는데, 하긴 예전에는 치과가 요즘처럼 좋지 않았겠지. 클라크 케이블 정도면 단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수십 가지는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신은 공평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