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식물 대소동
릭 모라니스 외 출연 / 클레오엔터테인먼트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Little Shop Of Horrors, 1986

  감독 - 프랭크 오즈

  출연 - 릭 모라니스, 스티브 마틴, 엘렌 그린, 빈센트 가드니아



  이 영화를 고른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영제목만 얼핏 보고는 일본 만화인 ‘Pet Shop of Horrors’가 떠오르기도 하고, 제목에 호러가 들어있어서 보기로 했다. 호러. 음~

하지만 첫 장면부터 ‘어? 이건 아니잖아!’라는 외침이 나왔다. 흑인 여성 트리오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의상과 발랄한 노래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래 가사가 끝나면, 어디선가 많이 본 남자가 나타난다. 설마 ‘애들이 줄었어요, Honey, I Shrunk The Kids, 1989’의 그 아빠던가? 이름을 확인해보니 그 사람이 맞았다. 아이를 크게 만드는 난리를 쳤을 때보다는 좀 젊은 모습이었다. 그를 보는 순간, 이 영화가 호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나타나는 너무도 작고 앙증맞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식물.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이건 어린이 방송인 세사미 스트리트에서나 볼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차마 꽃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 앙증맞은 식물은 외모와 걸맞은 독특한 취향과 개성을 자랑한다. 바로 피를 먹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식물들은 물, 공기, 햇빛만 주면 쑥쑥 크지만, 이놈은 ‘식물이 물만 갖곤 못산다능.’ 내지는 ‘피가 모자라’를 외친다. 식물이 식물다워야 식물이지만, 하여간 이 녀석은 겉으로 보기에만 식물이다.


  하여간 기이한 존재라 사람들의 주목을 끌긴 하지만, 점점 자라면 자랄수록 크기에 비례해 더 많은 피를 원한다. 처음에는 피 한 방울로 족했지만, 무럭무럭 자라서 성인 한 명 분량의 피도 부족할 지경이다. 결국 주인공은 이 꽃의 잔소리를 견디다 못해 살인까지 저질러 피를 충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이 음흉한 꽃은 인간의 목소리까지 흉내를 내서 사람을 유인까지 한다. 대단한 꽃이다.


  얼굴이 낯익은 배우들의 낯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놀랍고 반갑기도 했다. 이름은 다 까먹었지만, 얼굴을 보면 '아!'하는 사람들. ‘신부의 아버지 Father Of The Bride, 1991’에 나왔던 코미디 배우도 나온다. 물론 지금은 머리가 하얗지만, 이 영화에선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검은 구레나룻이 인상적인 변태적인 성향의 치과 의사로 나온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식물은 식물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맞아, 식물은 집에서는 키우는 것이 아니야. 괜히 관리 잘못해서 죽이지 말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분들에게 맡겨야 해. 그리고 두 번째 느낀 점은 길에서 아무거나 줍지 말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옛말이 있는데,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 식물도 아무거나 주워서 기르면 큰일 난다.


  근데 왜 이 영화가 호러 장르인 걸까? 내용은 코믹 뮤지컬인데……. 설마 제목에 호러가 들어있어서? 나 같은 사람을 낚기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날 밤에 생긴 일 - [초특가판]
에이치디디브이디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It Happened One Night, 1934

  감독 - 프랭크 카프라

  출연 - 클라크 게이블, 클로데트 콜베르, 월터 코놀리, 로스코 칸스



  아카데미 주요 5개 부분(작품, 감독, 남녀주연, 각본)을 휩쓴 최초의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이라는 한글 제목에 혹해서 본 영화이다. 제작년도를 감안해서, 우연히 사건에 휘말린 남녀의 얘기를 그렸을 것이라 지레짐작을 했다. 하지만 전혀 그런 내용은 없고, 요즘 흔히 보는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을 보게 되었다. 내가 바라던 추리 호러 스릴러는 안 나오지만, 유쾌하게 볼 수 있었다. 그래, 가끔 이런 영화도 괜찮다.


  부유한 은행가의 딸인 엘리는 가출을 한다. 그러자 아버지는 엄청난 보상금을 걸고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 줄 모르는 엘리는 난생처음 타보는 버스에 좋아하고, 신문기자인 피터는 버스에서 그녀와 마주친다. 처음엔 말괄량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그녀가 마치 물가의 아이처럼 느껴져 돌봐주게 된다. 물론 그녀의 가출 동기를 알아내서 특종을 잡아보자는 속셈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 1953’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다음이 좀 다르다.


  휴게실에서 버스를 놓친 엘리를 따라다니면서 돌봐주기도 하고,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는 피터. 그 와중에 둘은 서로에게 반하고 만다. 결국 피터는 그녀와의 결혼 자금을 마련하고자, 엘리의 아버지에게 보상금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본 엘리는 그를 오해하고, 아버지가 정해준 약혼자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나중에야 그의 진심을 알게 된 엘리. 결혼식장을 뛰쳐나오는데…….


  결혼식장을 뛰쳐나오는 영화라고 하면, ‘졸업 The Graduate, 1967’이 떠오른다. 분위기는 좀 많이 다르지만.


  내용을 보면, 요즘 로맨틱 코미디물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특히 몇몇 장면들은 등장인물만 바뀌었지, 설정이나 장면 구도는 지금도 사용된다.


  한 방에서 자게 되었을 때 이불을 가운데 걸쳐놓고, 넘어오지 말라는 장면이나 처음엔 가난하다고 반대하던 신부의 아버지가 남자의 배짱에 반하는 것, 그리고 밤중에 길에서 다투고 혼자 가던 여자가 나중에 나타난 남자의 품에 안겨 우는 것 등등.


  게다가 그 유명한, 여자가 치마 걷어 올리며 지나가는 차 세우는 장면까지! 또한 툴툴거리면서 여자를 번쩍 안아들고 개울가를 건너는 장면은, ‘음, 피터는 츤데레’라는 말이 나오기 충분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결국 우리는 1930년대의 원형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는 셈이다. 변화라고 해봤자, 남녀의 부유함이 바뀐다는 것 정도? ‘이 영화만 보면, 로맨틱 코미디 100% 완전 정복!’이라고 광고해도 될 것 같다.


  아, 어디선가 얼핏 보기에는 여배우들이 클라크 게이블과 연기하기 싫다고 다 거부하는 바람에 별로 안 유명한 클로데트 콜베르가 주연을 맡았다고 한다. 구취 때문이라고 하는 글도 보았는데, 하긴 예전에는 치과가 요즘처럼 좋지 않았겠지. 클라크 케이블 정도면 단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수십 가지는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신은 공평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케이브 아웃
그레고리 기라스 감독, 레리 케세이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CENTIPEDE

  감독 - 그레고리 기라스

  주연 - 레리 케세이, 마가렛 캐쉬, 트래버 머피



  ‘낚이는 건 아니겠지?’ 영화를 보기 전에 든 생각은 이거였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중간에 든 생각은 ‘나 낚였나?’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든 생각은 ‘낚였다.’


  처음에는 ‘케이브 2’라는 제목에 ‘오!’했었다. ‘케이브’를 그럭저럭 괜찮다는 느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검색을 해보니 ‘케이브 아웃’이라는 제목으로 재 출시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왜 제목이 바뀌었을까? 전혀 관련이 없는 영화인데, 수입회사에서 제목을 비슷하게 붙인 게 아닐까? 그런데 거의 모든 포털에 조디 포스터가 출연 배우 명단에 기록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헐! 대박!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이건 뭐지? 마지막까지 조디 포스터의 ‘ㅈ'도 볼 수 없었다. 아, 설마 조지 포스터라는 이름이 뜨는데 조지를 조디로 광고한 걸까?


  거기다 원제에서 모든 것을 다 말해주고 있다. Centipede, 그러니까 동굴 탐사를 갔는데 거기서 지네를 만나 죽을 고생을 하는 얘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추측은 맞아떨어졌다.


  결혼식 전에 예비 신랑신부는 친구들과 인도에 있는 동굴 탐사를 떠난다. 처음에는 모두 희희낙락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폭발과 함께 출구가 막혀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아주 큰 거대 지네가 나타나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일행은 우왕좌왕하고 서로 싸우고 도망 다니고 비명 지르고 그러다 죽고…….


  영화 내내 긴장감은 별로 찾아볼 수 없고, 거의 전형적인 코스대로 사건은 진행된다. 여기서 불이 꺼지겠지 하면 전등이 꺼지고, 뭔가 나타나겠네 하니까 나타나고……. 처음에는 미지의 공격자로 나오지만 이미 제목과 포스터에서 정체가 까발려진 거대 지네 특수 효과는 웃음만 나오고, 삐딱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다보니까 배우들 연기도 마음에 안 들고, 자기애인 살리자고 다른 사람 희생시키는 여자의 행동은 으아! 특히 결말 부분은, 그 허접함이란…….


  친구 다 죽이고 둘이 살았다고 키스만 하면 장땡이냐, 이것들아! 아, 욕 나온다. 


  왜 별 0개를 못 주는 거야, 짜증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이탄의 분노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 리암 니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Wrath of the Titans, 2012

  감독 - 조나단 리브스만

  출연 - 샘 워싱턴, 랄프 파인즈, 리암 니슨, 로자먼드 파이크



  얼마 전에 올린 ‘타이탄’의 속편이다. 영화는 제우스의 아들 자랑으로 시작한다. 자기 아들이 크라켄을 물리쳐서 인간을 구원했다는 것이다. 자기가 괴물을 보내놓고, 아들이 물리쳤다고 뿌듯한 감정을 섞어 말하는 걸 보면서 기가 찼다. 아들 바보가 따로 없다.


  지난 편의 영웅 페르세우스는 부인을 잃고 어린 아들과 함께 어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제우스가 찾아온다. 인간들이 신에게 기도하지 않으면 신은 힘을 잃고, 모든 것이 신들이 등장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는 제우스는 말한다. 그렇게 되면 봉인시켜두었던 괴물들이 다 풀려나고 세상이 혼란스러워지기에, 신들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그는 아들을 설득한다.


  한편 자신을 속여 지하 세계를 다스리게 한 제우스에게 여전히 화가 나있는 하데스는 함정을 판다. 제우스의 아들인 아레스를 꼬여서 아버지를 배신하게 만든다. 제우스와 포세이돈이 쓰러지자 세상에는 온갖 이변이 속출한다. 그동안 신의 힘으로 억눌려있던 괴물들이 출몰하여, 인간을 공격한다. 제우스를 구하고 크로노스가 봉인에서 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간을 또 한 번 구하기 위해 페르세우스는 지난번에 구해줬던 안드로메다 여왕과 포세이돈의 인간 아들과 팀을 이룬다. 파티원이 다 모였으면 레어 아이템 장착은 기본! 이제 인류의 운명이 걸린 대 전쟁이 시작된다.


  역시 CG는 뛰어난 영화였다. 인간의 과학 기술은 이제, 머리가 두 개 달린 새라든지 사이클롭스나 미노타우르스같은 상상 속의 괴물들을 살아있는 존재로 만들었다. 또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대형 신전이라든지 크로노스가 갇혀있는 지하 미로는 진짜 실감나게 구현했다. 와, 진짜 멋졌다. 대박!


  하지만 역시 스토리나 그 진행은 부실했다. 인간들이 더 이상 믿어주지 않아서 힘을 잃은 신들. 그래서 그들은 자기가 인간 세계에 뿌린 반인반신의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의지한다. 어쩌면 이제는 사라져버린 신화시대를 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신이란 인간의 믿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은유적인 표현일지도 모르고.


  하여간 전반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왜?’라는 물음이 계속 나왔다.


  왜 아레스가 갑자기 반인반신 동생 페르세우스에게 질투를 느껴 아버지 제우스를 배신했는지 정확하게 나오지도 않는다. 그 질투심이 영화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의 중심인데,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제우스가 대놓고 편애하는 장면도 없었는데 말이다. 어차피 신에게 아버지의 정이란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 가족 관계를 그렇게 중시하는 놈이 형수인 아프로디테와 왜 불륜을 저질렀을까?


  아, 하긴 그 집안이 원래 아버지 뒤통수를 치는 게 전통이긴 하다. 크로노스는 우라노스의 뒤통수를, 제우스는 크로노스의 뒤통수를 쳤다. 그러니 아레스가 제우수를 배신하는 건 집안의 전통을 이어가는 성스러운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왜 다른 신들은 등장하지 않는 걸까? 제우스가 사라지면 언제나 뒤를 쫓는 헤라는 왜 이번에 나타나지 않은 걸까? 설마 바람만 피던 남편이 처참하게 당하는 꼴을 고소하다고 보고 있던 걸까? 왜 신이라면서 결국엔 육탄전을 벌이는 거지? 능력은 어따 갖다 버리고? 페르세우스 아들은 언제 저기에 있었지? 누가 불렀지?


  그리고 영화 내내 원기옥을 모으던 크로노스는……. 왜 나왔을까? 최종보스가 분명한데 왜?


  1편과 마찬가지로 화면만 멋진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크로노스는 화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뜨거운 열로 가득한 그는 지하 깊은 곳에 갇혀있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화산에서는 연기와 불길이 튀어나온다. 지상으로 나온 그의 손과 발이 닿는 곳은 파괴되고 녹아버린다. 그러면 크로노스와 맞서 싸운다는 것은 자연에 대항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는 이겨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 자연도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그린 영화인가보다. 하지만 그것을 이룬 것은 평범한 인간이 아닌 반신반인이었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모 시장님의……. 그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이탄 (2disc) - 일반판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 랄프 파인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원제 - Clash of the Titans, 2010

  감독 - 루이스 리터리어

  출연 - 샘 워싱턴, 리암 니슨, 랄프 파인즈, 알렉사 다발로스




  동양에서는 삼국지가 사골처럼 우려먹고 우려먹는 소재라면, 서양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다. 한국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 중의 막장을 보여주는,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의 막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아무리 미화하고 신들의 가치관은 인간과 다르다고 해도, 불륜은 불륜이고 근친은 근친이고 강간은 강간이다.


  신화에서 페르세우스는 비록 할아버지를 죽인다는 신탁을 받고 아기일 때 쫓겨났지만, 다른 나라 왕에게 구조되어 무럭무럭 잘 자란다. 하지만 그의 존재에 위협을 느낀 왕이 이런저런 시험을 하고, 그 모든 시련을 뚫고 나와 왕이 되어 잘 먹고 잘 산다는 내용이다. 얼굴만 보면 돌이 된다는 메두사를 무찌른 것이 바로 그이다. 또한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신 존재라는 것도 중요하다. 그 때문에 그가 괴물들과 맞서 이길 수 있으니 말이다. 반인반신이라니……. 갑자기 모 시장님의 연설이 떠오른다. 아, 그 분은 페르세우스와 동급이셨구나!


  영화에서는 신화의 내용을 좀 바꾸었다. 인간은 더 이상 신을 공경하지 않고, 버리기로 결심한다. 받들어주기만 원하고 자신들에게 축복을 베풀지 않는 신 따위! 그들은 신전을 불태우고 신의 동상을 부숴버린다. 하긴 신이라고 하는 짓이 남의 공주 건드리는 짓이니 존경할 리가…….


  하지만 원래 자신의 허물은 안 보이는 법이다. 인간에게 열 받은 신들은 벌을 주기로 한다. 크라켄이라는 거대 바다 괴물을 보내서 인간을 공격한 것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 페르세우스는 길을 떠난다. 메두사를 잡아서 크라켄을 막기로 한 다. 거기에 제우스를 죽이려는 하데스의 음모가 바탕에 깔리면서, 이야기는 점점 복잡해진다.


  페르세우스 얘기를 볼 때마다 제일 불쌍한 것은 메두사이다. 그녀 얘기를 보면 강간당한 피해자이지만, 도리어 죄인이 되는 요즘 사회를 보는 것 같다. 피해자이지만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괴물이 되어야한다니……. 강간당했지만 네가 꼬리치지 않았냐고 욕먹는, 동네 망신시켰다고 강제로 이사가야하는 한국 사회와 비슷하다.


  게다가 제우스는 페르세우스가 자신에게 기도하지 않았다고 아들로 여기지도 않는다. 심지어 아들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공부하라고 보낸 필리핀에서 신나게 붕가붕가만 하고 와서, 그곳 여자가 낳은 자기 자식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일부 정신 나간 남자들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 아, 이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국에서 좋아하나보다. 원래 남자란 다 그래. 신도 그랬잖아. 이런 식으로 자기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거들떠보지도 않던 자식이 나름 유명해지자 그제야 내가 네 부모라고 찾아가서 생색내는 것도 비슷하다.


  영화의 CG는 참으로 멋졌다. 극의 진행이 CG를 따라오면 명작이 됐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음, 그러니까 감독이 이런저런 CG 장면을 만들어놓고 버리기 아까워서 욕심껏 다 집어넣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뷔페에서 한 번씩만 먹으면 골고루 다 먹을 수 있는데, 욕심내서 토할 정도로 먹어 결국 배탈 나는 나 같은 사람인가보다.


  뭐랄까, 극의 진행이 그리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페르세우스가 왜 신의 아들임을 부정하고 힘을 쓰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정도로 양부를 사랑했던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어차피 최종 보스와 싸울 때 써먹을 거면서, 애꿎은 사람들만 죽게 내버려뒀다. 아, 생각해보니 나쁜 놈이네.


  게다가 그가 레어 아템을 득템하는 우연적인 상황에서 웃음을 터트린 사람은 나뿐일까? ‘숲길에서 검을 주우셨습니다. 띠링~공격력이 100 증가하셨습니다.’ 이런 멘트가 들리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전투 장면을 지루하지 않게 넣는다고 넣었지만, 어쩐지 지루했다. 이제 그만하고 좀 죽이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확실히 만들어놓은 CG장면이 아까웠던 게 틀림없다. 무엇보다 제일 황당한 건, 크라켄과의 마지막 결투 장면이었다. 그 놈은 최종 보스가 아닌 것 같았다. 설마 덩치로 뽑은 건가?


  그냥 영상 보는 재미만 있던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