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2disc) - 일반판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 랄프 파인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원제 - Clash of the Titans, 2010

  감독 - 루이스 리터리어

  출연 - 샘 워싱턴, 리암 니슨, 랄프 파인즈, 알렉사 다발로스




  동양에서는 삼국지가 사골처럼 우려먹고 우려먹는 소재라면, 서양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다. 한국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 중의 막장을 보여주는,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의 막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아무리 미화하고 신들의 가치관은 인간과 다르다고 해도, 불륜은 불륜이고 근친은 근친이고 강간은 강간이다.


  신화에서 페르세우스는 비록 할아버지를 죽인다는 신탁을 받고 아기일 때 쫓겨났지만, 다른 나라 왕에게 구조되어 무럭무럭 잘 자란다. 하지만 그의 존재에 위협을 느낀 왕이 이런저런 시험을 하고, 그 모든 시련을 뚫고 나와 왕이 되어 잘 먹고 잘 산다는 내용이다. 얼굴만 보면 돌이 된다는 메두사를 무찌른 것이 바로 그이다. 또한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신 존재라는 것도 중요하다. 그 때문에 그가 괴물들과 맞서 이길 수 있으니 말이다. 반인반신이라니……. 갑자기 모 시장님의 연설이 떠오른다. 아, 그 분은 페르세우스와 동급이셨구나!


  영화에서는 신화의 내용을 좀 바꾸었다. 인간은 더 이상 신을 공경하지 않고, 버리기로 결심한다. 받들어주기만 원하고 자신들에게 축복을 베풀지 않는 신 따위! 그들은 신전을 불태우고 신의 동상을 부숴버린다. 하긴 신이라고 하는 짓이 남의 공주 건드리는 짓이니 존경할 리가…….


  하지만 원래 자신의 허물은 안 보이는 법이다. 인간에게 열 받은 신들은 벌을 주기로 한다. 크라켄이라는 거대 바다 괴물을 보내서 인간을 공격한 것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 페르세우스는 길을 떠난다. 메두사를 잡아서 크라켄을 막기로 한 다. 거기에 제우스를 죽이려는 하데스의 음모가 바탕에 깔리면서, 이야기는 점점 복잡해진다.


  페르세우스 얘기를 볼 때마다 제일 불쌍한 것은 메두사이다. 그녀 얘기를 보면 강간당한 피해자이지만, 도리어 죄인이 되는 요즘 사회를 보는 것 같다. 피해자이지만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괴물이 되어야한다니……. 강간당했지만 네가 꼬리치지 않았냐고 욕먹는, 동네 망신시켰다고 강제로 이사가야하는 한국 사회와 비슷하다.


  게다가 제우스는 페르세우스가 자신에게 기도하지 않았다고 아들로 여기지도 않는다. 심지어 아들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공부하라고 보낸 필리핀에서 신나게 붕가붕가만 하고 와서, 그곳 여자가 낳은 자기 자식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일부 정신 나간 남자들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 아, 이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국에서 좋아하나보다. 원래 남자란 다 그래. 신도 그랬잖아. 이런 식으로 자기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거들떠보지도 않던 자식이 나름 유명해지자 그제야 내가 네 부모라고 찾아가서 생색내는 것도 비슷하다.


  영화의 CG는 참으로 멋졌다. 극의 진행이 CG를 따라오면 명작이 됐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음, 그러니까 감독이 이런저런 CG 장면을 만들어놓고 버리기 아까워서 욕심껏 다 집어넣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뷔페에서 한 번씩만 먹으면 골고루 다 먹을 수 있는데, 욕심내서 토할 정도로 먹어 결국 배탈 나는 나 같은 사람인가보다.


  뭐랄까, 극의 진행이 그리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페르세우스가 왜 신의 아들임을 부정하고 힘을 쓰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정도로 양부를 사랑했던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어차피 최종 보스와 싸울 때 써먹을 거면서, 애꿎은 사람들만 죽게 내버려뒀다. 아, 생각해보니 나쁜 놈이네.


  게다가 그가 레어 아템을 득템하는 우연적인 상황에서 웃음을 터트린 사람은 나뿐일까? ‘숲길에서 검을 주우셨습니다. 띠링~공격력이 100 증가하셨습니다.’ 이런 멘트가 들리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전투 장면을 지루하지 않게 넣는다고 넣었지만, 어쩐지 지루했다. 이제 그만하고 좀 죽이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확실히 만들어놓은 CG장면이 아까웠던 게 틀림없다. 무엇보다 제일 황당한 건, 크라켄과의 마지막 결투 장면이었다. 그 놈은 최종 보스가 아닌 것 같았다. 설마 덩치로 뽑은 건가?


  그냥 영상 보는 재미만 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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