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D.: 알.아이.피.디.
로베르트 슈벤트케 감독, 제프 브리지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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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I.P.D., 2013

  감독 - 로베르트 슈벤트케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제프 브리지스, 케빈 베이컨, 데빈 래트레이




  성격이 완전 딴판인 두 남자가 짝을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물은 꽤 많다. 특히 한 명은 고참이고 다른 한 명이 신참인 경우, 고참의 노련함과 신참의 패기가 어우러지면서 묘한 재미를 이끌어내곤 한다. 그 중 재미있게 본 것에 ‘리썰 웨폰 Lethal Weapon , 1987’시리즈가 있고, ‘맨 인 블랙 Men in Black , 1997’ 시리즈가 있다.


  이 영화도 어떻게 보면 위에 예로 든 시리즈물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성격이 다른 두 남자. 노련한 고참과 패기의 신참, 그리고 배후에 숨겨진 엄청난 음모. 특이한 것이 있다면, 두 남자는 더 이상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계인을 통제 관리하는 기관이 있으니, 유령을 감시하는 조직이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에는 없는 게 없는 모양이다. 이 정도 설정이면, 거기에 출연진의 이름을 보면, 재미있을 거라 예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연히 재미있어야 하고 말이다. 경찰이 아닌 과학자 세 명이 나오는 ‘고스트 버스터즈 Ghostbusters , 1984 ’도 얼마나 재미있었는데!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요새 나온 영화답게 CG 멋지고 액션씬 폼 나긴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엉성했다.


  우선 주인공인 닉의 캐릭터가 이상하다. 영화 광고에 보면 그가 마치 정의감에 넘치는 사람인 것처럼 나오지만, 글쎄? 파트너에게 배신당해 죽기는 하지만, 사실 그도 압수품을 빼돌리는 데 가담하긴 했다. 거기서 발을 빼려다가 파트너에게 살해당하긴 하지만 말이다. 머리가 나쁜 건가? 파트너가 하는 짓을 보면서 그가 물건 빼돌리는 일을 한두 번 했는지 아닌지 파악을 못한 걸까? 공범에게 일에서 빠지겠다고 하면 다들 어떻게 하는지 영화나 소설도 안 본 건가?


  하여간 그가 그렇게 죽자, 저승에 있는 R.I.P.D.로 스카웃 되가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고 담당자가 말하는데, 도대체 뭘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딱히 유령을 잘 잡는 것 같지도 않고, 정의감이나 사명감 같은 것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영화 내내 그가 보여준 것은 어떻게 하면 자기를 죽인 파트너에게 복수를 하고, 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떤 식으로 알릴 것인가 노력하는 모습뿐이었다. 자기 장례식장에 떡하니 나타나서 부인 이름 부르면, 그녀가 자기를 알아보고 눈물의 재회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도대체 뇌는 어따 쓰려고 갖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생각이라는 걸 하면,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예전과 달라졌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느 조직이 죽은 사람을 떡하니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내보낼 거라고 생각한 거지?


  게다가 만약에 그의 파트너가 그냥 일반적인 부패경찰이었으면 그의 행동에는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았을 것이다. 유령 잡는 경찰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인간의 일에 끼어들려는 거니까 말이다. 다만 그가 유령과 관계된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었기에 그가 끼어들어 간섭을 해도 허용이 된 것이다.


  주인공도 마음에 안 들었고, 악역을 맡은 인간 파트너도 별로였다. 어떻게 그런 멋진 아이템을 갖고 고작 하는 짓이 그런 건지……. 그리고 주인공을 협박한답시고 하는 일 역시 쪼잔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남자가 말이지, 응? 스케일이 크게 놀아야지, 응? 겨우 그딴 걸로 만족하다니! 실망이야! 보이스 비 앰비셔스 Boys be ambitious 몰라? 응? 이젠 보이가 아니라 맨이라 그런 거야? 응? 케빈 베이컨 실망이야!


  거기다 사건이 너무 쉽게 해결된 기분이었다. 막판에 싸우는 장면도 엉성하고. 마치 쿠르릉 쾅쾅 뱃속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너무 아파서 식은땀을 흘리며 화장실에 갔는데, 변은 손톱만큼 나오고 만 그런 느낌?


  그냥 CG만 멋졌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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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특별 한정판
허정 감독, 전미선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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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허정

  출연 - 손현주, 전미선, 문정희, 김원해



  손현주는 어릴 적에 고아원에서 어느 부잣집으로 입양된 비밀을 갖고 있다. 그러다 양부모의 친자식인 형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는 모든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현재 그는 부인과 어린 두 아이와 함께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과거를 잊고 살던 어느 날, 형이 실종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형이 살던 싸구려 아파트를 찾은 그는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점을 발견한다. 아파트 초인종 밑에 적혀있는 의문의 부호들, 그 날 이후 그의 집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괴한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그의 환각증세.


  어릴 적 그는 중학생이었던 형이 휘말린 사건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 그 때문에 형이 성추행 범으로 몰려 집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형이 가져야했던 것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에 그는 악몽과 환각에 시달린다. 결국 그는 형이 왜 사라졌는지, 누가 자기 가족을 위협하는지 밝혀야겠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그가 범인에게 다가갈수록, 가족을 위협하는 괴한 역시 그 공격의 수위를 높여간다. 그가 형의 집을 빼앗은 것처럼, 누군가 그의 집을 가로채려고 하고 있다.

영화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오-'하면서 보았다. 여기저기 늘어놓은 떡밥과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무슨 일이 꼭 생길 것 같은 분위기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화면을 보면서 어떻게 될지 추측하고 그것이 맞아떨어지면 '오-'하고 고개를 끄덕였으며, 빗나갈 때는 '헐!'하면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중간 중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의문들은 영화를 다 본 지금도 해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나름 이럴 거라고 추측을 하고 결론을 내렸지만,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구석도 있고.


  영화의 기본 설정은 인터넷을 돌아다녀봤으면 들어봤을, 누군가 주인 몰래 집에 숨어 살고 있다는 괴담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전달한다. 하지만 그걸 들은 어른들은 단순한 소문에 불과하다며 웃어넘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게 단순한 이야깃거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어른들의 그런 반응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조만간 뭔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예상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초조해하게 된다. 그냥 지나가는 화면도 예사롭지가 않다.


  영화는 그런 조절을 참 잘했다. 완전 사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안절부절못하고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나게 만든다.


  하지만 몇몇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황이 그런 좋은 흐름을 끊어버리곤 했다. 특히 아이들만 있는 집에 누군가 찾아오는 장면에서는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만 있는 집에 누군가 침입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엄마는 전화를 끊지 못할 것이다.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그러면 휴대전화로 엄마와 통화를 하고, 집 전화나 인터폰으로 경비실 내지는 경찰에 연락하라고 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엄마가 잠깐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를 해도 되고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왜 경찰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그 외에도 종종 나왔다. 다른 영화에서처럼 경찰이 그들의 신고를 무시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집을 차지하러 온 범인이 인터폰으로 반상회에 나가겠다고 아파트 부녀회장에게 대답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그 부녀회장은 사람이 바뀌었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새로 이사 왔다고 얼버무린다고 해도, 누가 이사 가고 들어오는 걸 모른다고? 아파트 부녀회장이? '그래, 화면이 작아서 얼굴을 잘 못 봤겠지'라고 나름 이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러면 또 이상하다. 범인은 무슨 생각으로 인터폰에 대답을 했을까? 미친 사람의 심리는 정상인인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지만 초반에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하던 것과 달리, 후반에는 너무 충동적이고 무질서하게 움직여서 다른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결말 부분도 좀 이상했다. 막판 반전이나 여운을 남기려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사건이 있던 곳이면, 경찰이 이 잡듯 샅샅이 뒤지지 않을까? 넓은 아파트긴 하지만, 철저히 수색을 못할 정도는 아닌데.


  아파트 초인종 밑에 있는 이상한 기호들은 초반에 뭔가 있을 것처럼 등장하지만, 누가 왜 했는지 밝혀지지 않고 그냥 흐지부지 사라진다. 아파트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주인공이 알아차릴 수 있는 힌트로만 나왔다 사라질 뿐이다. 아쉬웠다.


  그래도 올해 개봉했던 다른 한국 영화, '닥터'나 '꼭두각시'에 비하면 훨씬 나은 작품이었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과 영화 속도나 호흡의 완급 조절, 배우들의 연기 등등으로 따져봤을 때 나름 괜찮았다.


  그나저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노래가 이렇게 음산하고 무섭게 편곡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그 노래가 싫어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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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 : 마녀 사냥꾼
토미 위르콜라 감독, 팜케 얀센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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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nsel and Gretel: Witch Hunters, 2013

  감독 - 토미 위르코라

  출연 - 제레미 레너, 젬마 아터튼, 팜케 얀센, 필라 비탈라




  전에 리뷰를 썼던 백설 공주 시리즈 영화 'Mirror Mirror, 2012'나 'Snow White and the Huntsman, 2012'처럼 동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과자 집에서 마녀를 죽이고 살아남은 헨젤과 그레텔. 동화에서는 둘이 마녀의 재산을 가지고 아빠와 함께 잘 먹고 잘 살았다고 나오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둘은 경험을 되살려 마녀 사냥꾼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세상에서 의지할 사람이라곤 둘밖에 없는 외로운 남매. 부모에게서 버림받았다는 기억을 애써 감추면서 마녀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린다. 그러던 그들은 어느 마을에서 마녀를 쫓다가, 대규모 마녀 집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영화에는 출생의 비밀이라든지 가문의 원수, 비극적인 사랑 등등이 골고루 버무려져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 예를 들면 오빠인 헨젤이 과자 집 마녀에게서 온갖 과자 초콜릿을 먹었기에 당뇨병에 걸렸다는 발상 등이 신선했다. 둘의 무기도 신기한 것이 많았는데, 음 요새로 따지면 전기 충격기라든지 연속으로 자동 발사되는 총 같은 것을 쓰는 장면에서는 황당했다. 뭐, 시대적 고증이 필요한 정통 사극도 아니니까…….


  마녀들의 변신 후 모습을 보자마자 떠오른 건, 로알드 달의 소설 '마녀를 잡아라 The Witches, 1983'이었다. 그 책에서 나온 마녀의 묘사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책에 나온 외모 그대로인 것도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저절로 연상이 되었다. 마녀를 흉측하게 그려서일까?


  영화 '엑스 맨 X-Men, 2000'에서 초능력을 썼던 팜케 얀센은 여기서도 마녀 대장으로 마법을 부렸다. 헨젤로 나온 배우는 어디선가 본 거 같지만 기억에 없고, 그레텔로 나온 배우는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 Lemony Snicket's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2004'에서 나온 큰 딸이라고 생각하며 '잘 컸네'라며 봤는데 아니었다. 이런!


  여동생은 예쁜 잠옷을 입혀서 침대에 재우고, 자기는 대충 술 먹다가 바닥 그것도 침대 밑에 들어가서 자는 오라버니의 모습에서 참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여동생을 지나치게 과보호하는 것이거나 이 세상에 둘밖에 없어서 서로 의지하는 것 내지는 숙박비를 아끼려는 속셈, 그것도 아니면 여동생 침대에 숨어들기를 좋아하는 변ㅌ…….


  당뇨병 때문에 시간 맞춰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하는 헨젤을 보며 문득 울트라맨과 에바가 떠올랐다. 한참 마녀 대장과 싸우다가 쓰러지는 헨젤 그리고 그에게 후다닥 달려가 주사를 놓아주는 그레텔의 모습이란. 영웅에게 그 정도의 핸디캡은 있어야 한다는 제작진의 생각인가보다.


  영화는 몇몇 장면은 개그감이 넘쳤지만, 또 어떤 장면은 잔혹함이 흘렀다. 목을 자르고, 몸이 팡 터지고…….


   영화를 다 보고나서 든 의문이 있다. 도대체 마녀들이 죽어나갈 동안 그녀들의 대빵인 악마는 어디 처박혀서 뭘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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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 아웃케이스 없음 폭력의 역사 1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비고 몰텐슨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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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History of Violence, 2005

  감독 - 데이빗 크로넨버그

  출연 - 비고 모르텐슨, 마리아 벨로, 에드 해리스, 윌리엄 허트




  폭력의 역사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유명 범죄학자인 콜린 윌슨이 썼을 것 같은 책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이다.


  어여쁜 부인과 착한 아들 그리고 깜찍한 딸내미와 조용히 살아가는 남자 톰. 그는 마을에서도 평판이 좋은, 식당 사장이다. 평범하고 화목하게 지내던 어느 날, 그의 가게에 도망 중이던 살인범이 들어온다. 그들은 종업원과 손님을 인질로 잡고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결국 참지 못한 톰은 그 둘을 무찌르고, 마을의 영웅이 된다. 함부로 나서기 힘든 상황에서 불의를 참지 못하고 사람들을 구한 그. 아들과 부인은 그런 그가 자랑스럽기만 하다.


  그렇지만 사건 기사를 본 그의 예전 동료들이 나타나고 그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만다. 사실 동료라고도 할 수 없다. 과거의 그에게 원한을 가진,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폭력의 역사. 그것은 대물림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착하고 순해빠졌던 아들은 아버지를 구해야한다는 생각에 총을 들고, 남편을 믿었던 아내는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과 실망감에 그를 멀리 한다. 그리고 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중얼거리며, 또다시 계속해서 손에 피를 묻히고 만다.


  하지만 한번 풀린 봉인을 다시 제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폭력은 폭력을 낳고, 원한은 복수를 낳는다. 그는 선량한 식당 주인인 톰과 잔인한 킬러였던 과거의 모습에서 어중간한 태도를 취한다. 어중간하다고 표현했지만, 자신을 위협하는 놈들에게는 가차 없이 냉정하고 잔인한 태도를 취한다. 게다가 가끔 가족들 앞에서도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말이다.


  맞고 자란 아이가 크면 때리는 어른이 된다고 한다. 톰의 아들은 한 번도 맞고 크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것을 보면서 톰의 부인은 자기 아들이 아빠와 같은 삶을 살까봐 두려워하고, 톰 또한 그런 아들의 모습에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과연 그의 아들과 딸은 예전처럼 착하고 순진하게 클 수 있을까? 그 부부 역시 전처럼 다정하게 지낼 수 있을까?


  대답은 ‘NO’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영화 초반에 톰과 다른 가족들은 식탁에 모여 환하게 웃으면서 사랑이 넘치는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장면은 보기만 해도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많은 것이 변했다. 어딘지 차가워 보이는 집안 분위기에 식탁에 둘러 앉아 눈도 마주치지 않는 가족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아직 상황을 모르는 어린 딸만이 눈을 크게 뜨고 왜 아빠, 엄마 그리고 오빠가 전과 달라졌는지 의아해하며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까 폭력조직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조직원들을 다 죽여야 한다는 걸까 아니면 한 번 조직원은 죽어도 조직원이라는 걸까?


  영화는 상당히 찜찜한 기분을 주면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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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미이케 다카시 감독, 이토 히데아키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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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悪の教典, 2012

  감독 - 미이케 다카시

  출연 - 이토 히데아키, 니카이도 후미, 소메타니 쇼타, 하야시 켄토



  기시 유스케에 미이케 다카시라니! 이 미친 조합은 뭐란 말인가! 당연히 봐야 하는 영화였다. 미이케 다카시라면 기시 유스케가 그려낸 음울하고 비정상적인 인물을 제대로 표현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두툼한 두 권 분량의 소설을 두 시간에 담아내긴 무리였을까? 한꺼번에 등장인물이 쏟아져 나오는 초반은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벅찼다.


  고등학교 교사인 하스미는 다른 교사들에게서도 학생들에게서도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다른 교사들이 하기 꺼려하는 궂은일도 마다않고, 학생들의 상담도 잘 들어주고 해결도 해준다. 그래서 학생들이 '하스미!'라고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그에게도 비밀은 있었으니, 바로 여학생과 관계를 갖고 있었고 다른 사람과 감정적인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이지메라든지 집단 컨닝, 교사의 학생 희롱, 가정 폭력 등을 보여주면서 다른 학생과 교사들의 사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는 아니고, 짧은 장면 전환으로 대충 그런 분위기라고 추측할 수만 있었다. 거기다 하스미의 과거가 잠깐씩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하스미의 과거와 현재, 환상과 실재를 오간다. 그래서 몰입이 힘들었나보다. 하지만 초반에 그냥 지나가는 장면도 꼼꼼히 봐야한다. 나중에 다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반을 넘어가면서, 하스미의 살인극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불량아를 처리한다. 느릿하니 이제 연주가 시작된다고 알리는 것 같다. Adagio, 아주 느리고 침착하게


  뒤이어 그는 아주 대범하게 그를 의심하는 다른 교사를 죽인다. 이때는 조금 속도를 내었다. 정확하고 빠르게 그리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Moderato, 보통 빠르게


  이제 그의 살인에는 가속이 붙었다. 살해한 교사와 함께 자신을 의심하던 학생을 죽이는 것을 시작으로, 축제 준비를 하려고 학교에 남아있는 다른 아이들까지 그의 희생양이 된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고, 시체를 숨기려면 전장에 숨기라는 말이 떠오르는 상황이었다. Allegro, 빠르게


  이후 영화는 아이들을 웃으면서 죽이는 하스미와 그의 행동에 놀라움과 배신 그리고 분노를 느끼며 반항하는 아이들의 대결로 이어진다. 거기에 하스미는 미리 범인으로 몰아세울 다른 교사에 대한 증거조작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총을 겨누고, 냉정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마치 클라이맥스를 향해 모든 악기가 총동원되어 빠르고 힘차게 연주하는 음악처럼, 그의 행동에는 후회도 망설임도 거리낌도 없었다. ‘역시 미이케 다카시!’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Presto, 매우 빠르게 또는 Prestissimo


  그에게 어쩌면 눈앞의 아이들은 자기가 가르치던 제자가 아니라, 사냥할 토끼나 여우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하긴 자기는 여학생과 관계 맺는 것이 당연하고, 다른 교사가 그러면 약점으로 이용해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보다.


  급박하게 흐르던 음악이 절정에서 끊어진다. 마치 줄에 몸을 묶고 높이 올라갔다가 툭하고 추락하는 것처럼. 그게 하야미의 운명을 나타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는 끝까지 자기 자신을 믿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체육 교사 얼굴이 낯이 익다했더니만, 일본 드라마 ‘용사 요시히코’ 시리즈와 ‘백야행’에서 찌질하기 그지없는 주인공으로 나왔던 배우였다. 여기서도 비슷한 이미지로 나온다. 그리고 하스미가 매번 흥얼거리는 노래, 나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곡이다. 하지만 이제 어디 가서 이 노래 좋다고 추천하지 못하겠다. 사이코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반박 들어올까 봐.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 애인님이 기시 유스케 작품을 모으고 있는데, 빌려서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내가 가져야……그러면 설마 마구 화를 내면서 ‘실망이야’라면서 ‘우리 그만 헤어져’ 이러는 건 아니겠지?


 * 하스미가 흥얼거리는 노래 제목이 ' Mack The Knife 칼잡이 맥'이라는 뜻이다. 그걸 응용해서 리뷰 제목을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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