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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특별 한정판
허정 감독, 전미선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감독 - 허정
출연 - 손현주, 전미선, 문정희, 김원해
손현주는 어릴 적에 고아원에서 어느 부잣집으로 입양된 비밀을 갖고 있다. 그러다 양부모의 친자식인
형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는 모든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현재 그는 부인과 어린 두 아이와 함께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과거를 잊고
살던 어느 날, 형이 실종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형이 살던 싸구려 아파트를 찾은 그는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점을 발견한다. 아파트 초인종 밑에
적혀있는 의문의 부호들, 그 날 이후 그의 집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괴한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그의 환각증세.
어릴 적 그는 중학생이었던 형이 휘말린 사건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 그 때문에 형이 성추행 범으로
몰려 집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형이 가져야했던 것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에 그는 악몽과 환각에 시달린다. 결국 그는 형이 왜 사라졌는지, 누가
자기 가족을 위협하는지 밝혀야겠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그가 범인에게 다가갈수록, 가족을 위협하는 괴한 역시 그 공격의 수위를 높여간다. 그가 형의 집을
빼앗은 것처럼, 누군가 그의 집을 가로채려고 하고 있다.
영화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오-'하면서 보았다. 여기저기 늘어놓은 떡밥과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무슨 일이 꼭 생길 것 같은 분위기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화면을 보면서 어떻게 될지 추측하고 그것이
맞아떨어지면 '오-'하고 고개를 끄덕였으며, 빗나갈 때는 '헐!'하면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중간 중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의문들은 영화를 다 본
지금도 해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나름 이럴 거라고 추측을 하고 결론을 내렸지만,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구석도 있고.
영화의 기본 설정은 인터넷을 돌아다녀봤으면 들어봤을, 누군가 주인 몰래 집에 숨어 살고 있다는 괴담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전달한다. 하지만 그걸 들은 어른들은 단순한 소문에 불과하다며 웃어넘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게 단순한 이야깃거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어른들의 그런 반응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조만간 뭔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예상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초조해하게 된다. 그냥 지나가는 화면도 예사롭지가 않다.
영화는 그런 조절을 참 잘했다. 완전 사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안절부절못하고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나게 만든다.
하지만 몇몇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황이 그런 좋은 흐름을 끊어버리곤 했다. 특히 아이들만 있는
집에 누군가 찾아오는 장면에서는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만 있는 집에 누군가 침입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엄마는 전화를 끊지
못할 것이다.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그러면 휴대전화로 엄마와 통화를 하고, 집 전화나 인터폰으로 경비실 내지는 경찰에 연락하라고 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엄마가 잠깐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를 해도 되고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왜 경찰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그 외에도 종종 나왔다. 다른
영화에서처럼 경찰이 그들의 신고를 무시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집을 차지하러 온 범인이 인터폰으로 반상회에 나가겠다고 아파트 부녀회장에게 대답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그 부녀회장은 사람이 바뀌었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새로 이사 왔다고 얼버무린다고 해도, 누가 이사 가고 들어오는 걸 모른다고?
아파트 부녀회장이? '그래, 화면이 작아서 얼굴을 잘 못 봤겠지'라고 나름 이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러면 또 이상하다. 범인은 무슨 생각으로 인터폰에 대답을 했을까? 미친 사람의 심리는
정상인인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지만 초반에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하던 것과 달리, 후반에는 너무 충동적이고 무질서하게
움직여서 다른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결말 부분도 좀 이상했다. 막판 반전이나 여운을 남기려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사건이 있던 곳이면, 경찰이 이 잡듯 샅샅이 뒤지지 않을까? 넓은 아파트긴 하지만, 철저히 수색을 못할 정도는 아닌데.
아파트 초인종 밑에 있는 이상한 기호들은 초반에 뭔가 있을 것처럼 등장하지만, 누가 왜 했는지
밝혀지지 않고 그냥 흐지부지 사라진다. 아파트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주인공이 알아차릴 수 있는 힌트로만 나왔다 사라질 뿐이다.
아쉬웠다.
그래도 올해 개봉했던 다른 한국 영화, '닥터'나 '꼭두각시'에 비하면 훨씬 나은 작품이었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과 영화 속도나 호흡의 완급 조절, 배우들의 연기 등등으로 따져봤을 때 나름
괜찮았다.
그나저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노래가 이렇게 음산하고 무섭게 편곡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그 노래가 싫어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