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SE (2disc) - [초특가판]
조나단 드미 감독, 안소니 홉킨스 외 출연 / KRCnet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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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ilence of the Lambs , 1991

  감독 - 조나단 드미

  출연 -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스콧 글렌, 앤소니 힐드

 

 

 

 

  여성들만 납치해 피부 조직을 잘라내고 죽이는 연쇄 살인마가 등장한다. 이에 FBI에서는 훈련생인 스탈링을 한니발 박사에게 보내 조언을 구하고자 한다. 영화 ‘레드 드래건 Red Dragon , 2002’의 마지막 장면에서 젊은 여성이 한니발 박사를 면회 왔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바로 이 영화와의 연결 고리를 위한 것이었다. 물론 이 작품이 훨씬 먼저 나왔지만 말이다.

 

  크로포드가 왜 훈련생인 스탈링을 한니발 박사에게 보냈는지는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 전편에서 보면 윌 그레이엄 같은 유능한 요원도 그에게 휘둘려 고생했는데, 어째서 실전경험 하나 없는 그녀를?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스탈링을 총애해서 승진시키고 싶었거나, 버린 카드 취급하는 걸지도 모른다. 유능한 요원을 잃기보다는 수습생을 희생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을지도. 그렇게 보면 참 나쁜 사람이 된다, 잭 크로포드는.

 

  영화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FBI가 잡으려는 연쇄 살인마 사건과 그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한니발 박사 사건이 그 두 가지이다. 그 중심에는 스탈링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 영화가 그냥 사건 해결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니발 박사와의 대화를 통해 스탈링은 연쇄 살인마 버팔로 빌의 정체에 한 발짝씩 접근하고, 어린 시절 받은 상처까지 치유 받는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사건을 해결하여 정식 요원이 된다. 어떻게 보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녀가 조언자의 도움으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위기를 잘 헤쳐 나와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일종의 성장 영화 같았다.

 

  한니발 박사는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원장 칠튼 박사를 교묘히 이용하여 탈출에 성공한다. 연쇄 살인마의 범행도 끔찍하지만, 한니발 박사가 벌이는 탈주극은 더 잔인했다. 그런데 피로 물든 천사 이미지의 시체와 배경에 흐르는 고전 음악은 의외로 잘 어울렸다.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 그의 개인적인 취향이 잘 드러나 있었다. 그러니까 음, 그의 탈주 장면으로 한니발 렉터라는 인물에 대한 인상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번에 본 '레드 드래건 Red Dragon , 2002'에서보다 더 확실했다. 처음 볼 때는 고상하고 지적이지만, 그 한 꺼풀 밑에는 차가운 잔혹함이 숨어있었다. 절대로 일시적인 충동으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싹한 느낌을 준다. 계산적이며 이성적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요리한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문득 한니발 박사에게 스탈링은 어떤 존재일지 의아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창살을 사이에 두고 서류를 전달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 때 그의 손가락이 스탈링의 손가락을 훑는데, 어쩐지 두 사람의 진한 키스 장면을 본 착각이 들었다. 탈출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어쩐지 이용해먹기 쉬운 FBI 연습생으로 보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연정을 품은 것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흐음, 모르겠다. 하여간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던 존재일 거라 생각한다.

 

  헐, 연쇄 살인마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이 한니발 박사에 대해서만 떠들었다. 뭐 그 살인마는 지성이나 교양은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그냥 정신 이상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좀 안타깝기도 했다. 그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짓을 벌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아주 잠깐, 0.0001초 스치고 지나갔다. 선택의 기회도 없이 다른 사람이 정해준, 정작 본인은 원하지 않는 길을 살면서 느꼈던 압박감과 죄책감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게 아닐까? 누군가 옆에서 그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줬다면, 그런 짓을 하기 전에 적절한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 많은 희생자들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그나저나 이 영화의 후반부는 진짜 사람 똥줄 타게 만든다. FBI 특수 부대와 스탈링이 각각 다른 곳을 추적하는데, 두 상황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특수 부대원들이 허탕을 쳤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스탈링은 위험에 빠진다. 즉, 그녀를 도울 지원군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 꺼진 지하실에서 특수 안경을 낀 범인과의 일대일 대결! 스탈링의 거친 호흡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진짜 이 영화는 두 탁월한 연기자 때문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레드 드래건'보다 이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 이건 명작이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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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시디어스: 두번째 집
제임스 완 감독, 패트릭 윌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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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nsidious: Chapter 2 , 2013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로즈 번, 패트릭 윌슨, 린 셰이, 타이 심킨스

 

 

 

 

  지난 편에서 어찌어찌 겨우 아들 달튼의 영혼을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한 아빠 조쉬. 하지만 1편의 마지막에서 몸은 조쉬이지만, 그 영혼은 노파 악령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찜찜하게 끝이 났다. 이제 예전과 달라진 아빠 조쉬를 보면서 엄마 르네와 큰아들 달튼은 어린 두 동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전반적으로 보면 영화는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래도 귀 안 막을래? 내 불협화음으로 네 신경을 잔뜩 거슬리게 해주지’라며 기이한 음을 자꾸 들려주는 배경음악과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들었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암시를 하는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음악과 허를 찌르는 놀람은 진짜, 하아……. 감독이 그런 면에서 능숙한 것 같다. 천천히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다가 갑자기 ‘이건 훼이크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돌릴 여유를 주는 가 싶더니, ‘아까 그건 뻥이야!’라면서 화들짝 놀라게 한다.

 

  도대체 아기 보행기 하나로, 피아노 소리 하나로 어떻게 그런 긴장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감탄만 나온다. 어쩌면 아가가 타고 노는 보행기가 이상하다는 것에서 자연스레 아가에게 무슨 나쁜 일이 생길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피아노는 아가와 엄마를 떼어놓는 매개체로 사용되는 게 확실했고 말이다. 하여간 나중엔 보행기만 봐도 조마조마했다. 나 같으면 갖다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가정집에서 악령들이 출몰하고 있으니, 더 이상 이 세상에 안전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엔 충분했다. 생각해보자. 잘 자다가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눈떴더니 내 주변에 흉측하게 생긴 귀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나만 바라보고 있다면? 내가 유체이탈을 하면 내 몸을 빼앗으려고 말이다. 아,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 걸려 죽지 않는 게 다행일 것이다.

 

  또한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듬직한 아빠가 사실은 이전에 알고 있던 그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무시무시하기만 하다. 집안의 가장인 아빠가 진짜 아빠가 아니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악령이 쓰인 존재라면…….

 

  영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른 차원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왜 그들이 이 가족의 몸을 원하는지, 그 노파 악령이 과거에 무슨 짓을 했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진짜 조쉬와 가족들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서,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면 이 세상 모든 것에 확실한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내 자신의 존재마저,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황마저, 내가 믿는 모든 것이 보이는 것과 다르거나 진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서 철학자들이 모든 것에 의심에 의심을 거듭했었구나.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위해서 말이다.

 

  영화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주 무섭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 집엔 보행기나 피아노가 없다. 진짜 다행이다. 3편이 또 나올 분위기인데, 아마 또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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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2013
킴벌리 피어스 감독, 줄리안 무어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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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arrie , 2013

  감독 - 킴벌리 피어스

  출연 -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줄리안 무어, 가브리엘라 와일드, 포티아 더블데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1976년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마든 영화의 리메이크 작이다. 그래서 기본 설정이나 극의 흐름은 예전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시작 부분과 캐리의 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졸업 무도회 장면에 몇 가지 더 첨가가 되었다.

 

  영화는 자격이 없는 사람은 부모가 돼서는 안 되고, 남을 고려하지 않는 배려는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독실한 신앙을 갖는 것은 좋지만, 맹목적인 광신은 옳지 않다는 것도 넌지시 말한다. 또한 왕따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 중의 하나라는 걸 얘기한다.

 

  광신도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강요된 종교 생활로 인해 억압당하고, 모든 것에 자신 없이 사람들의 눈치만 보며 주눅 들어 사는 캐리 화이트. 기본인 사춘기 때의 2차 성징에 대해 배우지도 못한 그녀는 고등학교에 와서야 처음 생리를 시작한다. 자신의 몸에서 피가 나오는 것에 경악한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지만 다른 여자아이들의 놀림감이 될 뿐이다. 게다가 휴대전화로 녹화된 그 동영상이 이곳저곳에 퍼져 곤욕을 치른다.

 

  학교에서는 그 현장에서 캐리를 놀리고 동영상을 유포시킨 학생에게 졸업 무도회의 참가를 금지시킨다. 이에 주동자 중의 한 명인 크리스는 반발하며 캐리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반면에 또 다른 주동자인 수는 캐리에게 잘해주면서 자신의 미안함을 희석시키려고 애쓴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 토미에게 졸업 파티 때 캐리의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드디어 졸업 무도회 날. 캐리는 잔뜩 부푼 마음으로 제일 예쁜 옷을 입고 토미와 파티에 참가한다. 게다가 파티의 퀸으로 뽑히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은 크리스의 복수를 위한 음모였다. 그녀가 살면서 제일 황홀한 때를 맞이하는 순간, 복수가 완성되면서 캐리는 비참함을 맛보게 된다. 그러자 지금까지 억눌렀던 그녀의 분노가 터져 나오면서, 졸업 무도회장은 살육의 현장으로 변하게 된다.

 

  영화에서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온다. ‘캐리는 6학년 때부터 그런 대접을 받아왔잖아.’ 그러니까 고등학교 졸업반이 될 때까지 괴롭혀도 된다는 말일까? 그런 행동이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걸까? 남이 가르치지 않더라도 그 나이가 되면 옳지 않다고 생각할 능력도 없다는 걸까? 아니면 그들이 사는 동네는 그런 행동을 해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말일까? 그렇기에 크리스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는커녕, 억울하다고 앙갚음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제일 악랄한 방법으로 말이다. ‘학력은 인성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수의 쓸데없는 오지랖에는 혀를 찼다. 그녀가 진짜로 착해서 자신의 남자친구를 캐리에게 대여해준 걸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녀는 단지 그런 일을 해서 사람들의 눈에 ‘역시 수는 착한 애야.’라는 평가를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평을 들음으로 자신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음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남들의 인정을 받음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녀가 정말로 캐리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면, 남자친구를 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 먼저 다가갔어야 했다. 캐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룻밤 무도회가 아니라 친구였으니까.

 

  자기만족으로 상대방의 의사도 알아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면서 ‘난 이만큼 상대에게 양보하고 잘해줬어. 난 역시 배려심 쩔어.’라고 하는 건 폭력이다. 지독한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표현방식에 불과하다. 그래서 수의 캐릭터가 몹시 불편했다. 비극의 시작은 캐리의 엄마였지만, 완성은 수였다.

 

  영화가 예전 작품과 다른 것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후반부 캐리의 폭주 장면일 것이다. 그러니까 설정은 변하지 않는데, 화면을 뒤덮은 특수효과가 압권이었다. 특히 자동차를 치켜세우는 장면은 ‘와-’하는 탄성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쉬운 점을 고르자면 캐리가 너무 예뻤다. 그래서 마치 학교 아이들이 캐리의 비정상적인 가정환경 때문에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너무 예뻐서 못살게 구는 것 같았다. 그 부분만 빼면 영화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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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포 미
마이클 그린스팬 감독, 케이티 캐시디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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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Kill for Me , 2013

  감독 - 마이클 그린스판

  출연 - 케이티 캐시디, 트레이시 스파이리다코스, 도날 로그, 애덤 디마르코

 

 

 

 

  집을 빌려 같이 살던 친구 나탈리의 실종과 폭력적인 전 남자 친구의 집착으로 힘들어하는 아만다. 새로운 룸메이트로 들어온 후배 헤일리는 그런 그녀를 무척 따랐다. 우연히 전 남자 친구가 아만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헤일 리가 목격하게 된다. 반항하는 아만다와 그녀를 지키려는 헤일리 그리고 두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전 남자친구. 그 와중에 헤일리는 그만 그를 죽이게 된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아만다에게 헤일리는 시체를 치우자고 제의하고, 자기 아버지의 농장에 파묻어버린다.

 

  이후 헤일리는 아만다에게 자기가 그녀의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니, 이제 그 보답으로 자기 아버지를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만다에게 집착을 하면서 명령조로 지시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를 죽이러 갔던 아만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는데…….

 

  미국 드라마를 자주 본 사람이면 ‘아!’하면서 기억할 배우가 아만다 배역을 맡았다. 얼굴이 낯익어서 누군가 검색해봤더니 ‘애로우’와 ‘하퍼스 아일랜드’에서 나왔었다. 얼굴도 예쁘장하고 다양한 배역을 많이 맡았던 배우이다. 그리고 헤일리 배역을 맡은 배우도 꽤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두 배우가 애매모호한 동성애적 장면을 보여줄 때는 화면이 참 예뻤다. 무엇보다 둘의 키스신이 참 화끈했다. 키스와 애무 정도의 단계에서 영상이 바뀌었지만, 다음 장면을 보면 그 사이에 뭔 일이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했다. 흐음, 두 사람 다 남자에게 상처받은 과거가 있으니, 서로의 아픔을 잘 알고 보듬어준다는 설정인가보다. 그야말로 동병상련!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둘 사이에 애정이 싹튼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다음 둘의 행동을 보면, 한 명은 좋아하는 것 같은데 다른 한 명은 후회하는 것 같았다. 그럼 그냥 즐기기만 한 건가……. 그럼 동병상련이 아닌데? 뭐지? 그냥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해도, 갑자기 동성과 섹스를 할 수 있는 건가? 그럼 그녀는 양성애자? 하지만 그런 힌트는 전혀 없었다. 그냥 관객을 위한 서비스 장면이었나 보다.

 

  영화는 내용을 조금 꼬아놓았다. 아무래도 마지막 반전을 주기 위해서였나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범인인 듯 범인 아닌 범인 같은 너’라고 하면 될까? 이 사람도 범인같이 보이게 하고, 저 사람도 의심가게 만들어 놓고, 요 사람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 그러다가 결국 한 사람으로 마무리를 지었지만, 흐음.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그가 왜, 언제부터 그랬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하긴 여주인공에게만 초점을 맞추었지, 다른 사람에게는 그리 관심을 주진 않은 것 같다.

 

  감정적 흐름에 관한 부분이 많이 아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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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드래곤 - 할인행사
브렛 래트너 감독, 에드워드 노튼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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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ed Dragon , 2002

  감독 - 브렛 래트너

  출연 - 안소니 홉킨스, 에드워드 노튼, 랄프 파인즈, 하비 키이텔

 

 

 

 

  얼마 전에 감상을 올린 '맨 헌터'의 2002년 리메이크 작이라고 해도 괜찮을까?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먼저 만들고 나중에 만든 것이니까, 그냥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고 하는 게 더 나을까?

 

  어차피 같은 소설을 바탕으로 했기에, 사건의 전개나 인물 설정은 비슷하다. 그런데 지난 번 영화보다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더 재미있었다. 시간은 몇 분 차이로 이번 작품이 더 길었지만 말이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다. 음, 아무래도 세 사람의 주연이 적절하게 극을 나눠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FBI 요원인 윌 그레이엄과 이빨 요정이라 불리는 연쇄 살인마 그리고 감옥에서 거의 모든 열쇠를 지고 희희낙락하고 있는 한니발, 이 세 사람이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게 영화 지분을 나눠가지고 출연하고 있으며 이들의 긴장감이 영화 내내 적절하게 흐르고 있었다.

 

  예전 작품에서는 한니발 박사가 너무 적게 나와서 왜 그 사람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확실히 보여줬다. 영화 도입부에 윌 그레이엄이 한니발이 식인 연쇄 살인마라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돌변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숨기고 있던 악마성이 200% 드러났다. 그리고 그런 악함은 그가 죽은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상처로 남을 것 같았다. 이번에 그가 고른 희생자는 바로 윌 그레이엄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빨 요정에게 윌의 처리를 맡겼다. 이빨 요정은 자신이 숭배하는 대상이 시킨 명령이니 충실히 지키기로 맹세했고 말이다.

 

  그런 관계도가 명확히 그려지니, 왜 이빨 요정이 윌 그레이엄에게 집착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가족에게서 부정당한 그에게, 자신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준 유일한 사람이 한니발이었던 것이다. 또한 범죄계의 대부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 부탁을 하니 무한한 영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빨 요정이 어린 시절 어떤 일을 당했는지 과거 회상 장면으로 나오는데, 참 마음이 아팠다. 어린 시절 가장 가까운 혈육에게서 끊임없이 모욕적인 말을 듣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기에 그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서 사랑받기를 갈구했다. 그런 모순된 심리 상태가 결국 그의 정신을 좀먹고 이성을 잃게 만든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살인범은 살인범. 어린 시절의 학대가 원인이 되었다고 해도,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건 정당화 되지 못한다.

 

  예전 영화와 결말 부분이 좀 달랐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두 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내내 지루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절대로 '맨 헌터'보다 자극적이고 잔인한 영상이 더 많아서 그런 건 아니다. 예전 영화에서는 이빨 요정이 신문 기자를 잡아서 묶어놓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강력 본드로 맨살을 의자 손잡이에 붙여버렸다. 그 뿐인가? 전에는 그냥 말로만 넘어갔던 장면들이 고스란히 화면에 보였다. 이빨 요정이 피해자들을 사후에 또는 생전에 어떻게 난도질을 했는지에 대한 과정 샷인데, 어, 좀 많이 잔인했다. 그래서 전에는 말로만 언급하고 넘어갔나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때는 허용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왜 일까? 그때보다 지금 사람들이 잔인함에 더 오래, 더 많이 노출이 되어 익숙해지고 무뎌진 걸까? 세월의 흐름이란 어쩐지 무섭다.

 

  엔딩장면을 보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과연 윌 그레이엄의 가족, 부인과 어린 아들은 그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온가족이 다 이빨 요정과 한니발의 덫에 걸려서 평생 지울 수 없는 끔찍한 기억에 괴로워하는 건 아닐까? 아, 그래서 다음 이야기인 '양들의 침묵'에는 윌 그레이엄이 안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치유하느라 다른 일을 돌볼 여력이 없으니까.

 

  신문 기자로 나왔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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