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2013
킴벌리 피어스 감독, 줄리안 무어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원제 - Carrie , 2013

  감독 - 킴벌리 피어스

  출연 -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줄리안 무어, 가브리엘라 와일드, 포티아 더블데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1976년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마든 영화의 리메이크 작이다. 그래서 기본 설정이나 극의 흐름은 예전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시작 부분과 캐리의 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졸업 무도회 장면에 몇 가지 더 첨가가 되었다.

 

  영화는 자격이 없는 사람은 부모가 돼서는 안 되고, 남을 고려하지 않는 배려는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독실한 신앙을 갖는 것은 좋지만, 맹목적인 광신은 옳지 않다는 것도 넌지시 말한다. 또한 왕따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 중의 하나라는 걸 얘기한다.

 

  광신도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강요된 종교 생활로 인해 억압당하고, 모든 것에 자신 없이 사람들의 눈치만 보며 주눅 들어 사는 캐리 화이트. 기본인 사춘기 때의 2차 성징에 대해 배우지도 못한 그녀는 고등학교에 와서야 처음 생리를 시작한다. 자신의 몸에서 피가 나오는 것에 경악한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지만 다른 여자아이들의 놀림감이 될 뿐이다. 게다가 휴대전화로 녹화된 그 동영상이 이곳저곳에 퍼져 곤욕을 치른다.

 

  학교에서는 그 현장에서 캐리를 놀리고 동영상을 유포시킨 학생에게 졸업 무도회의 참가를 금지시킨다. 이에 주동자 중의 한 명인 크리스는 반발하며 캐리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반면에 또 다른 주동자인 수는 캐리에게 잘해주면서 자신의 미안함을 희석시키려고 애쓴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 토미에게 졸업 파티 때 캐리의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드디어 졸업 무도회 날. 캐리는 잔뜩 부푼 마음으로 제일 예쁜 옷을 입고 토미와 파티에 참가한다. 게다가 파티의 퀸으로 뽑히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은 크리스의 복수를 위한 음모였다. 그녀가 살면서 제일 황홀한 때를 맞이하는 순간, 복수가 완성되면서 캐리는 비참함을 맛보게 된다. 그러자 지금까지 억눌렀던 그녀의 분노가 터져 나오면서, 졸업 무도회장은 살육의 현장으로 변하게 된다.

 

  영화에서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온다. ‘캐리는 6학년 때부터 그런 대접을 받아왔잖아.’ 그러니까 고등학교 졸업반이 될 때까지 괴롭혀도 된다는 말일까? 그런 행동이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걸까? 남이 가르치지 않더라도 그 나이가 되면 옳지 않다고 생각할 능력도 없다는 걸까? 아니면 그들이 사는 동네는 그런 행동을 해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말일까? 그렇기에 크리스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는커녕, 억울하다고 앙갚음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제일 악랄한 방법으로 말이다. ‘학력은 인성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수의 쓸데없는 오지랖에는 혀를 찼다. 그녀가 진짜로 착해서 자신의 남자친구를 캐리에게 대여해준 걸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녀는 단지 그런 일을 해서 사람들의 눈에 ‘역시 수는 착한 애야.’라는 평가를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평을 들음으로 자신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음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남들의 인정을 받음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녀가 정말로 캐리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면, 남자친구를 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 먼저 다가갔어야 했다. 캐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룻밤 무도회가 아니라 친구였으니까.

 

  자기만족으로 상대방의 의사도 알아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면서 ‘난 이만큼 상대에게 양보하고 잘해줬어. 난 역시 배려심 쩔어.’라고 하는 건 폭력이다. 지독한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표현방식에 불과하다. 그래서 수의 캐릭터가 몹시 불편했다. 비극의 시작은 캐리의 엄마였지만, 완성은 수였다.

 

  영화가 예전 작품과 다른 것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후반부 캐리의 폭주 장면일 것이다. 그러니까 설정은 변하지 않는데, 화면을 뒤덮은 특수효과가 압권이었다. 특히 자동차를 치켜세우는 장면은 ‘와-’하는 탄성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쉬운 점을 고르자면 캐리가 너무 예뻤다. 그래서 마치 학교 아이들이 캐리의 비정상적인 가정환경 때문에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너무 예뻐서 못살게 구는 것 같았다. 그 부분만 빼면 영화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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