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드래곤 - 할인행사
브렛 래트너 감독, 에드워드 노튼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Red Dragon , 2002

  감독 - 브렛 래트너

  출연 - 안소니 홉킨스, 에드워드 노튼, 랄프 파인즈, 하비 키이텔

 

 

 

 

  얼마 전에 감상을 올린 '맨 헌터'의 2002년 리메이크 작이라고 해도 괜찮을까?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먼저 만들고 나중에 만든 것이니까, 그냥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고 하는 게 더 나을까?

 

  어차피 같은 소설을 바탕으로 했기에, 사건의 전개나 인물 설정은 비슷하다. 그런데 지난 번 영화보다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더 재미있었다. 시간은 몇 분 차이로 이번 작품이 더 길었지만 말이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다. 음, 아무래도 세 사람의 주연이 적절하게 극을 나눠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FBI 요원인 윌 그레이엄과 이빨 요정이라 불리는 연쇄 살인마 그리고 감옥에서 거의 모든 열쇠를 지고 희희낙락하고 있는 한니발, 이 세 사람이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게 영화 지분을 나눠가지고 출연하고 있으며 이들의 긴장감이 영화 내내 적절하게 흐르고 있었다.

 

  예전 작품에서는 한니발 박사가 너무 적게 나와서 왜 그 사람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확실히 보여줬다. 영화 도입부에 윌 그레이엄이 한니발이 식인 연쇄 살인마라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돌변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숨기고 있던 악마성이 200% 드러났다. 그리고 그런 악함은 그가 죽은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상처로 남을 것 같았다. 이번에 그가 고른 희생자는 바로 윌 그레이엄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빨 요정에게 윌의 처리를 맡겼다. 이빨 요정은 자신이 숭배하는 대상이 시킨 명령이니 충실히 지키기로 맹세했고 말이다.

 

  그런 관계도가 명확히 그려지니, 왜 이빨 요정이 윌 그레이엄에게 집착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가족에게서 부정당한 그에게, 자신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준 유일한 사람이 한니발이었던 것이다. 또한 범죄계의 대부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 부탁을 하니 무한한 영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빨 요정이 어린 시절 어떤 일을 당했는지 과거 회상 장면으로 나오는데, 참 마음이 아팠다. 어린 시절 가장 가까운 혈육에게서 끊임없이 모욕적인 말을 듣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기에 그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서 사랑받기를 갈구했다. 그런 모순된 심리 상태가 결국 그의 정신을 좀먹고 이성을 잃게 만든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살인범은 살인범. 어린 시절의 학대가 원인이 되었다고 해도,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건 정당화 되지 못한다.

 

  예전 영화와 결말 부분이 좀 달랐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두 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내내 지루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절대로 '맨 헌터'보다 자극적이고 잔인한 영상이 더 많아서 그런 건 아니다. 예전 영화에서는 이빨 요정이 신문 기자를 잡아서 묶어놓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강력 본드로 맨살을 의자 손잡이에 붙여버렸다. 그 뿐인가? 전에는 그냥 말로만 넘어갔던 장면들이 고스란히 화면에 보였다. 이빨 요정이 피해자들을 사후에 또는 생전에 어떻게 난도질을 했는지에 대한 과정 샷인데, 어, 좀 많이 잔인했다. 그래서 전에는 말로만 언급하고 넘어갔나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때는 허용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왜 일까? 그때보다 지금 사람들이 잔인함에 더 오래, 더 많이 노출이 되어 익숙해지고 무뎌진 걸까? 세월의 흐름이란 어쩐지 무섭다.

 

  엔딩장면을 보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과연 윌 그레이엄의 가족, 부인과 어린 아들은 그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온가족이 다 이빨 요정과 한니발의 덫에 걸려서 평생 지울 수 없는 끔찍한 기억에 괴로워하는 건 아닐까? 아, 그래서 다음 이야기인 '양들의 침묵'에는 윌 그레이엄이 안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치유하느라 다른 일을 돌볼 여력이 없으니까.

 

  신문 기자로 나왔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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