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SE (2disc) - [초특가판]
조나단 드미 감독, 안소니 홉킨스 외 출연 / KRCnet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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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ilence of the Lambs , 1991

  감독 - 조나단 드미

  출연 -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스콧 글렌, 앤소니 힐드

 

 

 

 

  여성들만 납치해 피부 조직을 잘라내고 죽이는 연쇄 살인마가 등장한다. 이에 FBI에서는 훈련생인 스탈링을 한니발 박사에게 보내 조언을 구하고자 한다. 영화 ‘레드 드래건 Red Dragon , 2002’의 마지막 장면에서 젊은 여성이 한니발 박사를 면회 왔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바로 이 영화와의 연결 고리를 위한 것이었다. 물론 이 작품이 훨씬 먼저 나왔지만 말이다.

 

  크로포드가 왜 훈련생인 스탈링을 한니발 박사에게 보냈는지는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 전편에서 보면 윌 그레이엄 같은 유능한 요원도 그에게 휘둘려 고생했는데, 어째서 실전경험 하나 없는 그녀를?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스탈링을 총애해서 승진시키고 싶었거나, 버린 카드 취급하는 걸지도 모른다. 유능한 요원을 잃기보다는 수습생을 희생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을지도. 그렇게 보면 참 나쁜 사람이 된다, 잭 크로포드는.

 

  영화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FBI가 잡으려는 연쇄 살인마 사건과 그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한니발 박사 사건이 그 두 가지이다. 그 중심에는 스탈링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 영화가 그냥 사건 해결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니발 박사와의 대화를 통해 스탈링은 연쇄 살인마 버팔로 빌의 정체에 한 발짝씩 접근하고, 어린 시절 받은 상처까지 치유 받는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사건을 해결하여 정식 요원이 된다. 어떻게 보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녀가 조언자의 도움으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위기를 잘 헤쳐 나와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일종의 성장 영화 같았다.

 

  한니발 박사는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원장 칠튼 박사를 교묘히 이용하여 탈출에 성공한다. 연쇄 살인마의 범행도 끔찍하지만, 한니발 박사가 벌이는 탈주극은 더 잔인했다. 그런데 피로 물든 천사 이미지의 시체와 배경에 흐르는 고전 음악은 의외로 잘 어울렸다.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 그의 개인적인 취향이 잘 드러나 있었다. 그러니까 음, 그의 탈주 장면으로 한니발 렉터라는 인물에 대한 인상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번에 본 '레드 드래건 Red Dragon , 2002'에서보다 더 확실했다. 처음 볼 때는 고상하고 지적이지만, 그 한 꺼풀 밑에는 차가운 잔혹함이 숨어있었다. 절대로 일시적인 충동으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싹한 느낌을 준다. 계산적이며 이성적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요리한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문득 한니발 박사에게 스탈링은 어떤 존재일지 의아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창살을 사이에 두고 서류를 전달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 때 그의 손가락이 스탈링의 손가락을 훑는데, 어쩐지 두 사람의 진한 키스 장면을 본 착각이 들었다. 탈출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어쩐지 이용해먹기 쉬운 FBI 연습생으로 보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연정을 품은 것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흐음, 모르겠다. 하여간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던 존재일 거라 생각한다.

 

  헐, 연쇄 살인마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이 한니발 박사에 대해서만 떠들었다. 뭐 그 살인마는 지성이나 교양은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그냥 정신 이상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좀 안타깝기도 했다. 그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짓을 벌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아주 잠깐, 0.0001초 스치고 지나갔다. 선택의 기회도 없이 다른 사람이 정해준, 정작 본인은 원하지 않는 길을 살면서 느꼈던 압박감과 죄책감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게 아닐까? 누군가 옆에서 그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줬다면, 그런 짓을 하기 전에 적절한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 많은 희생자들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그나저나 이 영화의 후반부는 진짜 사람 똥줄 타게 만든다. FBI 특수 부대와 스탈링이 각각 다른 곳을 추적하는데, 두 상황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특수 부대원들이 허탕을 쳤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스탈링은 위험에 빠진다. 즉, 그녀를 도울 지원군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 꺼진 지하실에서 특수 안경을 낀 범인과의 일대일 대결! 스탈링의 거친 호흡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진짜 이 영화는 두 탁월한 연기자 때문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레드 드래건'보다 이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 이건 명작이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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