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최종 투표율 25.7%로 개표가 무산되며 무상급식정책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는 올해부터 중학교는 내년부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게 된다. 현행 무상급식은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1개구가 4학년에 무상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중략) 오세훈 시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이 33.3%에 미달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 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시장직을 걸었다.”(NEWSEN뉴스엔, 2011. 8. 25.)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르면 내일, 늦어도 오는 28일까지 시장직 사퇴 시기 등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보입니다.”(YTN, 2011. 8. 25.)


오세훈 시장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보며, 오세훈 시장에게 지금 필요한 건 훗날을 기대하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퇴하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1. 패배할 땐 웃기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늘 과묵한 내가 갑자기 즈베르꼬프하고 격투를 벌인 일이 있었다. 하루는 그가 휴식 시간에 친구들과 미래의 정부(情婦)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햇볕을 쬐고 있는 강아지처럼 들뜨기 시작하더니, 자기는 영지 마을의 계집애들을 하나도 그냥 놔 두지 않겠다, 그건 - droit de seigneur(귀족의 권리)이므로 만약에 농부들이 건방지게 반항한다면 그 따위 텁석부리 악당들은 모조리 곤장을 먹인 후에 인두세를 곱절로 물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얼빠진 동료들은 모두 박수갈채를 보냈지만 나는 달려들어 격투를 벌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마을 계집애들과 그 아버지들을 동정해서가 아니라 이런 풋내기에게 모두들 박수를 보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운 좋게 이겼지만, 즈베르꼬프는 바보이긴 해도 쾌활하고 활달한 성격이었으므로 허허 웃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실은 나의 승리도 완전한 것은 못 되었다. 마지막으로 웃은 것만큼 그가 덕을 본 셈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저,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이 글은 상대의 웃음 때문에 자신이 완전한 승리자가 되지 못함을 말하고 있다. 상대편에서 보면 그 웃음 때문에 완전한 패배자가 될 뻔한 것을 면한 것이다. 그 웃음이란 바로 마음의 여유인 것이다. 즈베르꼬프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 네가 이겼다. 네가 이겼다고 인정해 주지. 그런데 그게 뭐 대단한 건가.”


그런 마음의 여유가 ‘허허’ 웃게 만든 것이리라.


(혹시 여러분은 누군가로부터 창피를 당하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에 처했을 때 그래서 패배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 때,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뛰면서 그 상대에게 분노를 느껴 화를 벌컥 낸 적이 있는가? 그럴 땐 화내는 대신 시치미 떼고 웃어 버리자. 오히려 그것이 자신을 초라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인지 모른다.)


2. 꿈을 웃으며 바라보기


내게도 꿈이 있다. 책을 내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내가 꿈꾸어 오던 일이다. 하지만 난 서두르고 싶지 않다. 내 능력이 아직 멀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꿈은 그저 그것을 가지고 있는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을 때 행복하다는 생각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꿈을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행복하다’가 된다.


설령 내가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불행해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꿈은 갖고 있는 그 자체로써 충분히 행복을 선사하니까. 꿈을 향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 년 뒤에 책을 내든 십 년 뒤에 책을 내든 언제 내면 어떠한가, 또 책을 내지 못하면 어떠한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게 이런 여유가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생활의 발견>에 있는, 임어당의 이 말씀이 맘에 든다.




“인간이 꿈을 꾼다고 하는 것은 필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으나 자기 꿈을 웃으며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 아닐까?”


임어당 저, <생활의 발견>에서.



성적 비관으로 자살하는 학생, 인기가 떨어졌다고 해서 우울증을 앓는 연예인, 사퇴로 인해 인생이 끝났다고 여기는 정치인, 그들은 자기 꿈을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해서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어떠한 좌절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해 하지 않고 자기의 꿈을 웃으며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은 느긋하다. 느긋해서 불행에 빠지지 않는다. 오세훈 시장도 그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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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도스토예프스키 저, <지하생활자의 수기> 

임어당 저,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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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08-29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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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늘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다음의 시가 마음을 끌어 훔쳐 왔습니다. 그대로 옮깁니다.

지금은 머릿속에서 온갖 꽃들이 시드는 오후다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이상한 말들을 중얼대는 오후다
몇 시인가 시계를 들여다 보니
고요와 소요가 정확히 반으로 나뉘는 시간이다

(이상하게 말하기, 부분) - 눈앞에 없는 사람 ㅣ 심보선 지음

새 글도 없는데, 계속 들어오시는 방문자님들을 위해 올린 글입니다.
(이 시라도 읽으면 좋으실 것 같아서...) 어느 블로거님의 리뷰에서 가져왔는데, 옮긴 것에 대해 그 분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 시를 보고 감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