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칼럼> 왜 질투할까
남녀 사이에서 질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흔한 일이다. 연인 사이에서 상대가 다른 이성으로부터 온 전화를 웃으며 받으면 질투를 느끼고, 상대가 다른 이성에게 조금만 친절해도 질투를 느낀다. 부부 사이에서도 질투가 일어난다. 아내는 길 지나가는 여자를 유심히 쳐다보는 남편에게서 질투를 느끼고, 남편은 어느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아내에게서 질투를 느낀다. 이럴 때 질투는 그만큼 상대방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 준다. 그리고 또 무엇을 확인하게 해 줄까.
김형경은 ‘사람풍경’이란 저서에서 “질투심의 심리적 배경에는 ‘사랑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라고 썼다. “평범한 여자는 항상 남편을 질투하지만 미인은 결코 그렇지 않다(와일드)”라는 말도 바로 ‘자신감 없음’이 질투의 감정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뜻한다.
질투심을 잘 나타낸 작품으로 ‘오셀로’(셰익스피어 저)가 있다. 오셀로는 용감한 장군이긴 하지만 젊지도 않고 ‘얼굴이 검고 입술이 두툼한’ 추남이다. 그런 그가 권세가의 딸인 젊고 아름다운 데스데모나와 결혼한다. 이야고는 자신이 원하던 부관의 자리를 오셀로가 캐시오에게 주자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를 파멸시키려고 마음먹는다. 그래서 오셀로에게 데스데모나와 캐시오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일을 꾸민다. 그리하여 오셀로는 이야고에게 속아, 자신이 아내에게 준 손수건을 캐시오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거 삼아 아내의 부정을 확신하며 아내를 목 졸라 죽인다. 뒤늦게 오셀로는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자살하고 만다.
여기서 오셀로가 질투심을 갖게 된 이유에도 ‘자신감 없음’이 한몫하고 있다. 오셀로는 중년의 흑인 남자이고, 데스데모나는 젊은 백인 처녀였던 것. 만약 그 반대로 오셀로가 미남의 젊은이이고, 데스데모나가 나이 든 추녀였다면 결과는 좀 달랐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게 질투를 없애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하겠다. 자신이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질투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가치 있다는 느낌, 자신이 소중하다는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 김형경 저, <사람풍경>, 148~149쪽.
질투심을 극복하는 데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의 노력이다. 상대방에게서 완전한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 어떠한 감정이나 행위도 무시되지 않고 받아들여진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질투심이 극복되므로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좋다고 한다. - 같은 책,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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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질투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 상대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것은 둘 다 상대의 태도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 알랭 드 보통 저, <불안>,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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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시각은 일찍이 쿨리(미국의 사회학자)에게서도 볼 수 있다. 쿨리에 따르면, 우리의 자아개념은 다른 사람들의 인식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러므로 타인의 눈을 통해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단 둘의 관계인 남녀 사이에 있어서는 더욱, 상대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자신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자신에 대한 ‘자신감 있음’ 또는 ‘자신감 없음’은 상대에게 달렸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고 해도, 또 아무리 평소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어느 부분에선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설령 약점이 없다고 해도 자신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질투는 누구에게나 사라지기 어려운 감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남녀 사이에서 약간의 질투는 관심이 있다는 증거라는 점에서 기분 좋게 봐 줄 수 있지만, 만약 질투가 지나쳐서 상대를 피곤하게 한다면 둘의 관계는 나빠진다는 것이다. ‘오셀로’처럼 질투가 이성의 작동을 멈추게 하여 큰 불행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질투를 경계하는 다음의 명언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질투는 사랑을 계속해서 살린다는 구실 아래 사랑을 죽이는 용이다.”(H. 엘리스)
“질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 가운데 하나지만 부도덕과 불행의 가시를 품고 있다.”(쇼펜하우어)
모든 인간관계는 권력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한 쪽이 강자라면 한 쪽은 약자가 된다. 예를 들면 연인관계에서 전화를 많이 거는 쪽이나 만나자는 말을 많이 하는 쪽이 약자가 된다. 질투의 측면에서 보면 질투를 많이 하는 쪽이 덜 질투하는 쪽보다 약자가 된다.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상황에 따라 뒤바뀔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만약 남녀 사이에서 한 쪽이 질투심이 생겼다면 그것을 무조건 상대에게 표출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질투를 한다는 것은 첫째, 자신의 ‘자신감 없음’을 상대에게 드러내는 것이고, 둘째, 자신이 약자임을 시인하는 것이며, 셋째, 그것으로 인해 둘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질투할 시간에 차라리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자신을 더 좋아할까’, 하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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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셰익스피어 저, <오셀로>
김형경 저, <사람풍경>
알랭 드 보통 저,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