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칼럼> 방법이 중요하다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언젠가 오랜만에 만난 선배에게 젊어진 것 같단 인사를 했더니, 그분이 기분 나쁜 표정을 보여 당황한 적이 있다. 나는 젊어 보인다며 기분 좋게 해주려 했는데, 그 선배는 ‘내가 그만큼 늙었다는 말이냐’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말 한 마디로 낭패를 보았다.


‘예뻐졌네’하는 말도 듣기 따라서는 ‘예전엔 예쁘지 않았다’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 말을 잘 가려서 해야 될 듯싶다. 말을 건넨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말의 뜻을 오해할 일은 생기지 않을 테지만, 우린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마음만큼이나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어느 날, 우리 집 우편함에 어떤 봉지가 들어 있어서 꺼내 보았다. 거기엔 글씨가 씌어 있었는데, 아파트 주변에 쥐들이 많으니 이 쥐약을 곳곳에 뿌려 놓아 쥐들을 잡자는 내용이었다. 귀찮은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동네를 위한 일이므로 그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이웃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봉지를 들고 그 약을 어디에 뿌리는 것이냐고 묻기 위해 경비원 아저씨를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경비원 아저씨가 내가 들고 있는 쥐약 봉지를 보더니 화가 난 얼굴로 소리쳤다. 쥐약을 함부로 뿌리는 사람 때문에 어제 개 한 마리가 죽었다면서 도대체 어디서 이런 걸 보내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차 싶었다. 길에 쥐약을 뿌리는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이란 걸 난 왜 생각 못했는지 모르겠다. 좋은 이웃이 되려다가 나쁜 이웃이 될 뻔한 내 마음을 그 아저씨는 알 턱이 없을 게다.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도 ‘방법’이 중요하다.


“말(馬)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좋은 광주리로 말똥을 받고, 큰 대합 껍질로 말 오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말 등에 모기가 앉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말 등을 때렸습니다. 놀란 말이 재갈을 벗고 야단하는 바람에 ‘말 사랑하던 사람의’ 머리를 깨고 가슴을 받았습니다. 말을 사랑하는 뜻은 극진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이었습니다.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 장자 저, <장자> 중에서.


어떤 어머니는 자식에게 지극한 사랑을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아들을 또는 딸을 마마보이 또는 마마걸을 만들어 버려서 주위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호의에도 사랑에도 중요한 건 그것을 나타내는 좋은 ‘방법’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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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손가락은 장작을 지피는 일을 할 뿐, 불이 전해지면 그 불은 꺼짐을 모릅니다. - <장자> 163쪽, 현암사.


당신은 호랑이 키우는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아시지요? 호랑이에게 먹이를 산 채로 주지 않습니다. 먹이를 죽일 때 생기는 사나운 노기를 염려해서입니다. 또 먹이를 통째로도 주지 않습니다. 먹이를 찢을 때 생기는 사나운 노기를 염려해서입니다. 호랑이가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를 잘 알아서 그 사나운 노기를 잘 구슬리는 것입니다. 호랑이가 사람과 다르지만 저를 기르는 사람에게 고분고분한 것은 기르는 사람이 호랑이의 성질을 잘 맞추기 때문입니다. 호랑이가 살기를 드러내는 것은 그 성질을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 <장자> 202쪽, 현암사.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의 다리 위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장자가 말했습니다. “피라미가 나와서 한가롭게 놀고 있으니 이것이 물고기들의 즐거움이겠지.” 혜자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나?” 장자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 <장자> 368쪽, 현암사.


저에게 누군가가 좋은 책을 열 권만 뽑으라면 서슴지 않고 그 중 한 권으로 장자가 쓴 <장자>를 뽑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글을 쓰면서 <장자>의 글을 많이 인용하기도 하였는데, 앞으로도 인용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장자>에는 깊은 의미를 가진, 생각할 거리의 글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글도 많기에 마음이 더 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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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저, <장자>를 소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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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좋은 글이군요. 꼭 장자라는 책을 사볼래요. 지나가는 사람입니다.

페크pek0501 2010-05-20 18:49   좋아요 0 | URL
댓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지리진 2010-08-11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허억.. 선생님~ 장자였어요?? 전 왜 노자를 샀을까요?? ㅠ.ㅠ
선생님께서 가장 권해주고 싶다던 철학서... ㅠㅠㅠ 초간 노자 양방웅 도서출판 예경 구입해버렸어요~ 헐. 그리고!! 남교수님 책 샀답니다~ 항상 끼고 다니면서 읽을 거에요!! 추천해주신 책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면서 벼락같이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그동안 바보같이 답답할만큼 꽉 막혔었다는 생각이요!ㅜ 편협하고 생각이 좁았단 사실을요..ㅜㅜ 하아..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지난 주에 선생님께서 하신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과 이해에 대한 말씀들... 그 땐 무슨 도덕관과 상식 따위를 생각하면서 "이해 절대 불가"란 신념을 꼿꼿이 세웠는데... 이 세상에서 무수히 일어나고 있는 일들, 나나 내 친구들에게 어쩌면 사고처럼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폭을 가져야 겠어! 란 생각이 불현듯 든 거에요!! 그런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한 생각과 관심 어쩌면 제가 좁쌀만큼이나마 가질 수 있는 이해와 공감 등이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고, 문화 경제 정치에 대한 이해의 장을 넓힐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페크pek0501 2010-08-12 12:45   좋아요 0 | URL
ㅋ 전 장자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다음으로 노자입니다. 두 권 다 좋아요.
공자나 맹자에 비해 좋던데,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진님의 댓글에 답글을 쓰다가 글이 길어져서 아예 페이퍼에 글을 올렸어요.
단상(9)<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글입니다. 보시길...

진지리진 2010-08-1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그동안 드러나는 뭔가에 대해 다소 가식적일 정도로 그럴 듯해 보이거나 괜찮아 보이면 되겠지했는데, 그보다는 인간 그 자체(자연스러움과 본성 등등)에 대한 이해...도 아니겠죠~ 제 수준에선, 뭐랄까~ 그 자체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이고 안목적 매커니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남교수님 칼럼에서처럼... 어쩌면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에서조차 권선징악 사필귀정 류의 도덕적 국수 자락을 뽑아 지성을 배불리거나, 내 상식에선이란 서두로 운운하는 제 뇌의 오만한 식성과 착각어린 상상적 비만에 대해 재고찰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봐야 겠어요!!
요즘...무더위에 태풍까지... 이사 준비로 바쁘실텐데~ 더구나 손가락 마비 마법에 걸리는 논문 쓰는 와중에도 우리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정말 고맙고 감사해요~ 쌤께!!^^

페크pek0501 2010-08-12 12:46   좋아요 0 | URL
진님처럼 젊은 사람과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저로서도 즐거운 일입니다. ㅋ

진주 2012-10-3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슬플까요..

페크pek0501 2012-11-01 21:3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왜 슬프실까요?
드릴 말씀이 없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주 2012-11-1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ㅎㅎ 죄송해요 그때의 마음만 담아두고 갔네요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의 부분을 읽고
저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과 저를 모르면서 막말하는 인간들이 생각이 났어요.
저는 그들을 존중해줬지만 돌아오는건 상처뿐이더군요.. 물론 이야기를 해주어도 못알아듣는 인간들 때문에 속상했어요. 제 후배들과 옆사람들도 같은 피해를 보더라고요. 친해지고 싶어도 그렇게 사람을 대하니 참 그들이 이젠 짜증나고 싫어요

페크pek0501 2012-11-16 20:30   좋아요 0 | URL
의사소통, 이것 참 어렵지요.
죄송할 것까진 없습니다. 오히려 댓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했던 걸요.
오래전에 쓴 글인데, 저도 님 덕분에 다시 읽어 봤답니다.
날짜를 보니까 2년도 더 된 글이네요.
오래전의 글도 읽어 주시는 분이 계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