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후기> ‘희생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를 쓰고 나서




1. ‘희생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라는 칼럼에 대하여


내가 이 칼럼을 쓰게 된 동기는 큰애가 수시모집에서 불합격한 소식을 들었을 때 엄마로서 갖게 된 내 마음가짐이 묘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어머니도 어떤 대가를 바라고 뒷바라지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자식이 잘 되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어머니로서 해야 할 일에 충실했을 터이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수고한 것에 대해 나쁜 결과가 나오게 되면 그것에 초연하기 힘들 것 같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래서 이 칼럼을 쓰게 되었다.


아이의 뒷바라지를 위해 일터에서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어머니들이 많이 있다. 백화점에서 또는 식당에서 그들과 마주칠 때마다 경의를 표하게 된다. 백화점 판매직에서 일하는 어느 사십대 주부로부터, 하루 종일 서서 근무를 하여 다리가 아프고 발이 퉁퉁 붓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그 앞에서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도 삶의 불평이 없진 않지만 그 어떤 불평도 그 앞에선 한낱 투정일 것 같아서.


이 칼럼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기러기 아빠’의 가정이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 다음으로 ‘기러기 아빠’의 이야기를 넣었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가정을 해체하고 부부가 떨어져 산다는 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들이 바란 만큼 그 결과가 나온다면 그 어려운 삶에 대해 보람을 느낄 테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얼마나 마음에 타격이 클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기러기 아빠에 대해서 쓰자니 내가 알고 있는 다른 경우의 예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어느 부부 이야기 둘을 가져와 썼다. 하나는 알뜰한 아내의 불행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늦둥이를 낳은 아내의 불행한 이야기이다. 이것은 내가 그들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다. 이 이야기로 ‘그 상대는 자신의 희생을 바라지 않더라’라는 메시지를 살릴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기러기 아빠의 이야기로 돌아와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넋두리를 경계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여기까지는 아주 짧은 시간에 쉽게 썼는데, 결말이 잘 써지지 않아 여러 번 고쳐 썼다. 주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주제를 제목으로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제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개가 나왔다.


주제 1 : 희생했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의 착각이다.

주제 2 : 상대는 내게 희생하길 강요하지 않았다.

주제 3 : 희생의 선택은 자신에게 있다.

주제 4 : 희생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이 중에서 ‘희생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를 주제로 생각하기로 하고 이것을 제목으로 정하였다. 따라서 이 칼럼의 맨 끝 문장도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다.


도스토예프스키(소설가)는 “자기를 희생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라고 하였다. 누군가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이 행복을 불행으로 맞바꾸지 않으려면, 그 결과에 실망이 되는 일이 있더라도 그 탓을 상대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으므로. - 나의 글 ‘희생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중에서 끝부분.


이 글은 자신이 희생한 결과에 대해 불평을 갖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쓴 게 아니라, 그런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썼다. 자신의 희생에 대해선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덜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생각을 바꾸면 행복한 길을 향해 걸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2. 글쓰기에 대하여


글을 써 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글이란 게 얼마나 수학적인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한 문장의 길이가 너무 짧아서도 길어서도 안 되며, 한 문단의 길이가 너무 짧아서도 길어서도 안 된다. 또 같은 낱말을 많이 중복해서 써도 안 되며, 낱말은 다르되 같은 의미의 문장을 중복해서 써도 안 된다. 같은 의미의 문장이 각각 다른 문단에 있을 경우엔 한 문단 안에 몰아넣고 중복되는 것은 빼 버려야 한다.


문장과 문장의 연결, 문단과 문단의 연결도 자연스럽도록 신경 써야 한다. 서로 유기적 관계에 놓이도록 써야 좋은 글이다. 낱말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해야 한다. 문장의 뜻을 살리기 위해 가장 적확한 낱말을 찾아 써야 하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의무에 가깝다. 이를 위해 나는 국어사전을 옆에 두고 글을 쓰는 습관이 있다.


알면 알수록 글쓰기가 쉬워지는 게 아니라 점점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것이 글쓰기의 매력이다. 글 쓰는 일이 쉽다면, 그래서 누구나 쉽게 잘 쓸 수 있다면 아마 난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글의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기에 나로서는 글쓰기가 하나의 ‘도전’이다. 도전하며 사는 삶의 좋은 점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에 빠지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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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밤바 2010-03-1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러 문장을 리듬감 있게 하려 애씁니다. 헌데 쉽지 않네요. 생각의 실타래가 지나치게 엉켜있을 땐 특히 심해지더라고요~^^;;

페크pek0501 2010-03-11 13:14   좋아요 0 | URL
대단합니다. 리듬감까지 염두에 두고 글을 쓰시다니... 전 아직 그런 경지에... ㅋ


좋은 글은 저절로 리듬감 있게 읽게 돼요. 좋은 글을 소리내어 읽어보면 그걸 느끼게 되죠. 왠지 잘 안 읽혀지는 글이 있는데, 그건 못쓴 글이죠. 최명희의 <혼불>이란 작품이 리듬감 있다는 평을 받아요. 그의 글은 곡만 붙이면 그대로 노래가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가장 좋은 문체는 간결체라고 합니다. 많은 유명 작가들이 동의했어요. 그래서 전 길게 써진 문장이 있으면 많이 자르는 편입니다. 그것이 읽는 독자들도 편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