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3) 운동회의 풍경이 달라진 이유
한 일간지(조선일보, 1월 4일)에 의하면 앨빈 토플러, 존 나이스빗 등 저명한 미래학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세계미래학회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2010년 이후의 미래전망 10’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머지않은 미래에 휴대전화를 통한 ‘길거리 이상형 찾기’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원하는 이성의 외모나 취향을 휴대전화에 입력해 놓으면 유사한 프로필을 갖춘 이상형의 위치를 휴대전화가 찾아 통보해 준다는 것이다.”
이미 휴대전화는 우리의 삶의 풍경을 많이 바꿔 놓았다. 예를 들면 휴대전화로 인해 길거리의 공중전화가 없어졌고 손목시계의 사용이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만나는 약속도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 비하면 불확실하게 약속을 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그 한 예로 ‘그 부근에 도착하면 전화해’하는 식의 말로 약속을 하는 것이다.
휴대전화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 중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나는 운동회 풍경을 꼽겠다. 언제부턴가 초등학교 운동회의 풍경이 달라진 것이다. 피자나 치킨을 파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교문 앞에서 자신의 가게 명함(또는 광고지)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다. 교문을 들어서는 학부모들 대부분은 당연한 듯 그것을 받아든다. 운동회 점심시간이 되면 그 명함(또는 광고지)을 보고 피자나 치킨을 주문하기 위해서다.
초등학교 운동회는 아이들의 학부모들이 학교로부터 초대되어 학부모와 아이들이 운동 경기나 놀이를 함께하며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이다. 아이들의 잔칫날인 셈이다. 이런 날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점심시간을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준비한다. 그것이 과거에는 엄마의 정성이 들어 있는 김밥이었다면 이제는 휴대전화로 주문하는, 남이 만든 피자와 치킨인 셈이다. 그것들은 음료까지 함께 배달이 되기 때문에 물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이제 김밥 대신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 오는 학부모들
그래서 아예 김밥을 준비하지 않고 운동회에 오는 학부모들을 이미 볼 수 있는데, 앞으로 김밥 준비를 따로 하지 않는 어머니들이 점점 늘어갈 것을 예견하게 된다. 이제 직접 재료를 구입하여 김밥을 싸는 어머니의 정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소지품을 통해 음식 배달이 가능해진 까닭인데, 그것은 바로 ‘휴대전화’다.
운동회날 학부모들의 행동양식이 변하고 점심 메뉴가 변한 것은 젊은 세대의 먹거리 문화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휴대전화의 대중보급이 이루어짐으로써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그것의 기능이 편리하기 때문인데 이 편리함이 우리의 삶의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엔 휴대전화를 통한 ‘길거리 이상형 찾기’가 활성화된다고 하니, 또 어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질까. 나는 이런 변화가 가끔 두렵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편리함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지금의 세상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 두려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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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세계미래학회가 전망한 2010년 이후의 세상
1. 길거리에서 이상형 찾아주는 휴대전화 등장
2. 3차원 프린터로 물건 제작
3. 뇌 신경세포 신호를 이용한 텔레파시 대화
4. 기술개발 관련 문제를 입력만 하면 컴퓨터가 자동 해결
5. 바다에 땅을 만드는 기술로 초소형 국가 등장
6. 젊은이는 독서량 늘고 노인은 게임에 빠져
7. 암모니아, 새로운 자동차 연료로 각광
8. 친환경 생체연료로 조류 약진
9. 태양열 반사 거울 같은 ‘과격한’ 온난화 대책 속출
10.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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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간지에는 휴대폰으로 표기되었으나 이것은 잘못된 표기 같아서 ‘휴대전화’로 고쳐 썼음. 한글과 영어의 합성어인 휴대폰보다는 한글로 ‘휴대전화’, 또는 영어로 ‘핸드폰’으로 쓰는 게 옳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