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의 성차별
박은하 지음 / 소통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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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속의 성차별

박은하 지음 / 소통


“남자가 차도 쪽으로 걸어야지. 사랑하는 여잘 지켜주잖아, 라고 말하는 것도 성차별?”


광고는 오늘날 대중의 행동과 유행의 문화를 만들기도 할 만큼 그 영향력이 크다. 여러 광고 중에서도 특히 텔레비전 광고는 매일 접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우리가 텔레비전 광고를 별 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정신세계는 분명, 광고의 어떤 면을 닮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나 광고를 보는 사람이나 모두 올바른 광고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제목에 끌려 구입한 책인데, 사고 보니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부분적으로 고쳐서 낸 책이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책이다. 텔레비전 광고를 1980년대, 1990년대, 2006년 등 세 시기로 나누어 성차이어와 성차별어를 각각 찾아 구분하였고, 그것들에 대한 설문지를 만들어 수용자들의 인식 정도를 파악하였다. 수용자들이 얼마나 성차이어와 성차별어를 인식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성인 등 총 240명에게 설문지를 주고 질문에 응답하도록 하여 그 결과를 분석하였다.


‘성차이어는 남성과 여성이 다르듯 성에 따른 언어 사용이 다를 수 있다는 맥락에서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차별어는 성차이어와 달리 일상에서 별다른 의식 없이 언어를 사용하다가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p235>’고 저자는 말한다.


여 : 윤선생은 자기 힘으로 할 수 있게 해 주니까. 영어가 습관이 되더라고요.<윤선생영어교실 광고, 2006>


위의 밑줄 친 말처럼 여자의 말인지 남자의 말인지 알 수 있는 것이 성차이어다.


이와 다르게 성차별어란 한 성의 어떤 행위들을 다른 성의 같은 행위들과 관련하여 특징짓고 제한하기 위해 사용되는 언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여 : 애들 건 엄마가 직접 골라줘야 안심이잖아요.<음료 카프리썬 광고, 2006>


위와 같이 일과 관련하여 성 역할을 차별적으로 묘사한 경우, 성차별어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선 성차별어의 분석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놓았다.

1) 일과 관련하여 성 역할을 차별적으로 묘사하기

2) 여성의 외모를 강조하고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기

3) 남녀의 행동이나 성품을 차별적으로 묘사하기

4) 여성을 비하하여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우리는 성차별어를 얼마나 판가름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동네 슈퍼 박 사장님, 편의점 김 양아!’라는 광고 사례를 보고 성차별이라고 떠올릴 수 있을까. 우선 여기서 남자에겐 ‘사장님’이라고 하고 여자에겐 ‘양’자를 붙여 남녀의 신분 차이를 드러낸 점에서 이것은 명백한 성차별어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박 사장님’이란 호칭에서 우린 왜 박 사장이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을까 하는 점이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것은 바로 ‘남자를 부를 때는 공적인 호칭을 잘 사용하나 여자를 부를 때는 이름이나 사회적인 신분을 나타내는 직위로 호칭하지 않는 경향<p205>’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사람(남자, 여자)을 나타낼 때 주로 남자를 대표로 해서 표현<p221>’되기 때문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여자가 하는 일에 대해선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남자가 차도 쪽으로 걸어야지. 사랑하는 여잘 지켜주잖아.” 라고 남자가 여자에게 말한다면 성차별일까? 여기서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안전하게 하기 위해 인도 쪽으로 걷게 하고 남자인 자신이 차도 쪽으로 걷는 것, 그 자체는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그런데 여자를 보호해야 할 약한 대상으로 생각하고 그런다면 문제가 된다. 여성을 남성보다 약한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남성이 보호자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데, 이는 곧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차별이 되는 것. 자신이 누구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면 그 인간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평등관계가 아닌 상하관계가 될 터, 이것은 가부장제와 다를 바가 없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보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듯이 성차별어에 대한 인식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남성들의 성차별 인식 부족으로 인해 그 피해자는 여성일 수밖에 없음을 말해 준다.


여자가 살림만 잘 하면 됐지.

너는 여자인데 제사에는 뭐 하러 끼냐?

여자가 뭐 하러 (밤늦게) 싸돌아 다니냐?


이런 말들을 하는 남성들로 인해 여성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은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성차별이 없는 사회, 즉 남녀평등이 실현되는 사회가 되면 남자에게 불이익이 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남자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남녀평등은 여자만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남자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 그러므로 여성 해방이 아닌, 양성 모두의 해방이라는 것. 한 가지의 예를 들면, 한 가정의 경제상태의 모든 책임을 남성에게만 부담하게 하는 세상이 아닌, 남성과 여성이 함께 공평하게 책임을 지는 세상이 된다면 남성들의 무거운 어깨가 지금보다 가벼워지지 않겠는가. 또 하나, 여성이 불평 없이 행복해야 그 옆에 있는 남성도 행복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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