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목요일 녹음. 6월 26일 토요일 방송. 내가 처음 작성해 본 YTN 라디오 방송 대본 전문.  

(손 아나운서와 함께 방송함)

  1. 손영주 아나운서) 이번 주에 살펴볼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요.

얼그레이) 네. 이번 주 함께 살펴 볼 프로그램은 북 칼럼니스트 차미령 씨가 진행하는 ‘YTN 지식카페 - 라디오 북클럽’인데요. 예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학업 외에 책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기도 하구요, 또 평소 책 읽는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차미령 씨가 소개하는 책과 그 관련 내용이 주는 의미들을 주목하게 되더라구요. 

2. 손) 네. 그렇군요. 김신식 씨가 책 만드는 일을 직접 하고 계시고 또 독서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하시니, 이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의미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얼그레이) 네. 도그지어(Dog's ear)란 표현을 손영주 아나운서도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에 소중한 깨달음을 주는 글귀가 있으면, 그 페이지 윗 모서리를 살짝 접잖아요. 그때 그 모양이 강아지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도그지어’란 표현을 쓰는 데요. <지식카페 - 라디오 북클럽>이 기본적으로 이런 ‘도그지어’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이런 책 속 글귀들이 특히 진행자의 목소리를 통해 라디오로 전달되니, 좀 색다른 문화적 의미 같은 게 전달되는 느낌이더라구요. 가령, 소개된 책이 이미 읽었던 것이었을 때, 진행자의 목소리로 그 이야기가  재현되니, 그때 읽었던 책 속 이야기들의 의미가 정말 이런 것이었구나, 다시 돌아보게 되는 효과도 스스로 체험하게 되었어요. 그런 체험이 또 한 권의 책을 온전히 내 책으로 소화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구요.

 

 

3. 손) 음. 네 방금까지 대답을 정리해보면, 어느 정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의견일 수 있겠는데요. 혹시 바쁜 일상으로 독서를 자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질 수 있는 다른 의미들도 있을까요.

 

얼그레이) 사실 모니터를 하면서 그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단순히 책을 읽었다, 안 읽었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책 속 이야기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 안에서 어떤 가치들을 전하고, 새로운 의미를 제공하는 걸까. 방송이 그런 계기들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유익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책의 선정 기준이 ‘무엇무엇이 선정한 필독도서’ , ‘무슨 언론이 선정한 추천도서 리스트’ 이런 것에서 벗어나, 가끔은 시의성에 맞는 책 속 내용이 소개되는 방송분을 들으면, 책 선정에 대한 나름 섬세함도 느껴지더군요. 예를 들어, 요즘 남아공 월드컵이 화제잖아요. 6월 17일에 방송된 “로벤섬 수용소 정치범들의 축구경기”는 불안한 치안 문제와 아프리카라는 지역에 대한 차별적 인식으로 남아공에서 월드컵을 한다는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다른 시선을 생각해 볼 수도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단순히 책의 내용에 걸쳐져 있는 도덕적, 교훈적 의미라고 할까, 그런 것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서 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기도 하구요. 그래서 우리네 일상을 좀 더 편하게 또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책을 읽어야 한다, 아직 그 책을 읽지 못했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우리 시대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신 분들에겐,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 생각도 해봤습니다.

4. 손) 네. 지금까진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 부분들을 이야기해 봤는데요. 좀 아쉬운 부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얼그레이) 네.  방송 분량이 제가 한 번 시간을 재어 보니까, 대략 3분 정도 되던데요.  짧은 시간동안 진행자의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지는 방송이다보니, 소개된 책 속 이야기들의 의미가 간결하게 전달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조금은 더 친절하고 세세한 방송이 되면 어떨까 생각을 했어요. 사실,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그저 그렇게 스쳐가는 형태의 방송으로 인식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바로 이런 맥락 안에서 자리 잡은 것인데요. 물론 홈페이지 게시판에, 방송분에 나온 책 속 내용들이 그대로 나와 있긴 하지만, 많은 청취자들이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대부분 그 내용을 다시 찾아보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랬을 때, 왜 오늘 이 책을 진행자가 소개시켜주고자 하는 걸까, 좀 더 깊이 생각을 해봐야 하는 에세이나 소설 내용이 있을 때, 진행자가 이 책 속 내용을 소개하면서, 분명하게 제안하고 싶은 의미들이 궁금한데, 이것을 방송 안에 좀 더 섬세하게 녹여낼 수는 없을까. 그런 아쉬움 혹은 기대감이 동시에 들었답니다.

 

 

5. 손) 음, 의견을 들어보면, ‘집중된 청취’에 대해 본 프로그램의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같이 고민할 수 있겠는데요. 혹시 김신식 씨가 애청자로서 모니터를 하시면서 그런 대안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신 적도 있는지요.

얼그레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프로그램의 형식을 생각해보면, 책이라는 문자 언어를 라디오라는 ‘구술 언어’로 접하는 것이잖아요. 그랬을 때, 듣는 입장에선, 자연스레 소개된 책의 내용을 머릿속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는데요. 그런 상상을 도울 수 있는 라디오 특성에 맞는 효과가 더 도입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물론 진행자께서 책 속 내용을 딱딱하게 전달하지 않으려고 상황에 맞게 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대화 형식’으로 꾸며본다든지, 아니면 책을 통해 상상되는 장면을 청취자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그려볼 수 있는 다른 배경음의 필요성 같은 것도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책의 내용을 더 친근하게 상상할 수 있는 음악, 그리고 책의 조화라고 할까요.

 또, 이 프로그램의 주요 컨셉을 보여주는 타이틀이, <라디오 북클럽>인데요. ‘라디오’와 ‘북’의 의미들을 살리고 있는 반면, ‘클럽’의 의미와 그 맥락을 청취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가, 좀 아쉬운 생각을 할 때도 있었어요. ‘클럽’이라는 컨셉에서 필요한 건, 어떤 공통된 주제, 또 좋아하는 공통된 가치 안에서, 클럽 안에 모인 사람들이 특정인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을 벗어나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데 있다고 보는데요. ‘라디오 북클럽’이라는 컨셉의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보다 ‘참여와 장려’의 공간이 프로그램 안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6. 손)  ‘참여와 장려’. 매체와 그것을 접하는 개인의 관계를 구성하는 데, 요즘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좋은 키워드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기존 프로그램 형식에 젖어든 분들이 김신식 씨가 제안하신 그런 ‘참여와 장려’의 공간을 쉽게 생각하는 건 또 어렵고 낯설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요. 좀 더 세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면요. 

 

 

얼그레이) 네. 가령 매달 한 주를 ‘청취자의 주간’으로 정해서, 프로그램을 즐겨듣는 청취자가 직접 소개하는 책과 그 관련 사연들을 직접 낭독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죠. 이런 참여를 통해, 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지 않는 비전문가의 입장에 있는 시민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편하게 생각하는 삶의 이야기들을 책 속 구절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구요. 또, 이미 소개된 책 가운데, 청취자 자신이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기존 방영분과는 다른 느낌과 시선으로, “아, 소개되었던 그 책에 이런 의미도 있을 수 있겠구나”하는 다른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만들어본다는 것이죠.

또, 보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지금 게시판에 만들어진 ‘참여마당’도 청취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책과 관련된 이야기, 서로의 삶을 나누는 커뮤니티로 그 기능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요. 아직은 극히 적은 수의 분들이 자신이 읽은 책의 인상 깊은 구절이나, 소개해주길 바라는 책 제목을 이야기하는 걸 봤는데요. 아무래도 이런 활동들을 보다 적극적이고 자신 있는 쪽으로 도모하려면, 청취자 자신의 목소리가 직접 반영된 그 경험들을 본 프로그램이 실현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이 기회를 통해 제안을 드려 봅니다.

 

 

7. 손) 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ytn 지식카페 - 라디오 북클럽> 게시판에 있는 프로그램 소개란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어요.

“ 뉴미디어가 전해주는 정보도 가치 있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이와 활자로는 흉내내기 어려운 뉴미디어만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책이 아니고서는 누릴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 무언가'는 좀더 깊이 있고, 좀더 여유로우며, 좀더 인간을 생각에 잠기도록 이끕니다.“

 

 본 프로그램을 청취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싶은 건, 책이라는 올드 미디어와 함께 라디오 자체도 올드 미디어인데,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우리가 놓칠 수 없는 예전 미디어가 주는 소중한 가치들이 있다는 프로그램의 목적을 좀 더 청취자들과 함께 나누려면, 그런 미디어가 갖는 존재의 특성들을 돌아보는 낭독의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져야 겠단 생각을 했어요. 즉, 오늘날 과연 책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는다는 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이런 질문들을 진행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고민할 수 있는 책들이 있다면, 또 무엇일까, 하는 것들이요. 그릇과 내용으로 비유를 하자면, 지금까진 그릇에 담긴 내용에 대한 부분들이 많이 방송이 되었는데요. 가끔은 그 내용을 담는 그릇 자체의 특징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보다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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