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논문을 준비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건, 사실 '무엇을 더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뺄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내 결과물이 주위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건, '뺄셈'의 위력을 스스로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만두피 안에, 고기도 넣고, 이런 저런 야채도 넣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지만,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건, 그런 욕심이 누군가 나의 만두를 젓가락으로 찝었을 때, 쉽게 부숴질 것 같다는 예상이다.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 흉내를 내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 졸업논문을 가득 채운 분위기를 표시하는 한자를 꼽으라면, '無'가 될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뺄셈이 그동안 내가 준비한 것들을 다 무너뜨리는 것 같아도, 요즘은 그런 쓰라림이 이상하게 좋다.
변태는 화려하지 않다. 지극히 기본/근본적인 것이 변태적이다. 내가 준비하는 성과물에 바라는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