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부한다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과시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주눅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공부한다는 것을 정상과 비정상의 양분된 구획 속에서 모호한 감정으로 바라보는 자들은 차라리 상대하지 않겠다. 차라리 내가 적대로 삼는 것은, 겸양된 자세와 오만한 태도를 모호하게 감춘 공부하는 사람들이, 공부하는 존재, 고민하는 존재인 스스로에 대해 지나치게 시니컬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공부하고 있음을 공유하는 사태에 대해, 그것 자체를 오만함으로 연결짓는다. 그들에게 겸손은 공부하는 사람이, 공부한다는 것을 감춘다는 자세에 기인한다고 믿는 것인데, 나는 그 자세에 동의하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동의하는 것은, 내가 공부하는 것 자체에 대한 열의와 신념만큼, 그것에 반대되는 입장을 유연하게 수용하고, 다시 고민해보는 태도이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늘 격문의 태도로 글을 써 왔다. 매번 선언하고, 매번 좌절하고, 매번 재선언하면서, 시대와 함께 했다. 그는 정말 영화를 위해 죽을 수 있을까? 난 정말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나는 정말 공부를 위해 죽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유감이나, 쉽게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입술에서 어떤 말 한 자라도 꺼내기 위해, 매번 선언하고, 매번 좌절하고, 매번 재선언을 할 수밖에. 

공부의 상처는 내 몫이나, 

공부의 열매는 '당신'의 것이기를. 

결국 그것이 내겐 '진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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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7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가 무대위에서 죽고싶고, 운동선수가 필드에서 죽고싶듯이...공부를 위해서 죽을 수 있진 않겠지만, 죽을때까지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실것 같다는 생각이....
ㅋㅋ아녜요?

얼그레이효과 2010-05-22 13:36   좋아요 0 | URL
그러면 좋지요^^ 근데 언젠가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고향으로 돌아가려합니다.

조선인 2010-05-1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의 열매가 당신의 것이기를... 그 격언을 잊고 살았네요. 반성합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5-22 13:37   좋아요 0 | URL
저도 스스로 생각하지만, 실천이 쉽지가 않네요. 언젠가 나도 모르는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리길 희망하며 공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