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습관 혹은 공부하는 습관  하나. 자취를 한 지, 거의 13년이 되었는데, 그 중에서 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습관이 있다.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집에서 공부할 때, 모든 미디어를 다 틀어놓고 하는 편이다. 일단 컴퓨터를 켜고, 벅스플레이어에서 좀 마음이 안정되는 템포의 R&B를 틀어놓는다. 그 다음에 텔레비전을 틀어서,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채널로 맞춰 놓는다. 눈은 페이퍼에 가 있다. 잘 깎아놓은 2B연필로, 중요한 문장에 별 표시를 한다. 그러면서, 귀로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중계를 '본다'. 텔레비전이 '라디오'구실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잘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해, 못 챙긴 사회 이슈들을 점검해본다. 웹페이지를 클릭할 때마다, 나는 컴퓨터 특유의 탈칵 소리가 들리면, 더 마음이 안정 된다.  이런 생활이 구체적으로 자리잡은 건, 대학교 일 학년 때부터 였는데, 습관이 되니, 오히려 소음이 없으면 공부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학우가 있었는데, 그 학우의 형과 같은 버스에 타게 되었다. 도착지가 먼 거리라, 의자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은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소리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더랬다. 지금 기억으론 정확히 무슨 과인지 모르겠다. 다만, 아직도 기억하는 건, 자신은 음악과 소음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음악도 멜로디, 리듬 이렇게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부하는 과학적 기준에 부합하는 그런 특정한 소음으로 여기고, 습관적으로 분석하게 되어버린단다. 놀라운 건, 그 분은 그래서 자신에게 고요함은 자신의 연구거리가 줄어드는 의미라고 말한 것이다.  

나도 가끔 스스로를 연구거리로 삼고, 실험할 때가 있다. 하루는 정말 조용한 상태에서 공부를 해야지, 마음 먹고 연필을 잡았는데, 실패했다. 손이 나도 모르게 스포츠 채널로 가고, 인터넷 벅스플레이어로 갔다. 어쩔 때는 아예 신나는 댄스 가요를 틀어놓고, 텔레비전도 출연진들의 웃음 소리가 큰 예능 프로그램(특히,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을 틀어놓고, 공부를 한 적이 있더랬다. 또 이건 너무 소리가 컸는지, 공부가 되지 않았다.  

요즘 가장 공부가 잘 되는 조건은, 인터넷으로 장한나 베스트 콜렉션을 틀어 놓고, 텔레비전엔 CNN이나 전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스포츠만을 중계하는 스타 스포츠로 채널을 골라 놓은 때이다. 이제 이런 소음이 방해꾼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떠는 수다같다.  언젠가 메탈리카의 battery를 무한 반복 듣기로 해놓고, 무릎팍도사나 강심장,스타킹만 나오는 채널이 있어, 그것만 골라놓고 공부를 내가 계속할 수 있다면, 나는 나만의 '엠시스퀘어'회사를 차릴 방안을 강구할련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10-05-13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고등학교 때 워크맨을 엠씨스퀘어라고 불렀어요. 소음 차단용. 음악 소리는 거슬리지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그 원인을 스스로 발견하기를.

저는 초 이기적 인간이어서요, 제가 만든 소음은 하나도 안거슬려요. 아무리 커도. 그런데 다른 사람이 만드는 소음은 정말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음악을 트는 편이 더 집중이 잘 되는 거죠. 참, 이기적인 인간이죠. 꼭 소음 뿐만 아니고요, 방도, 제가 어질른 건 하나도 안거슬리는데, 남이 뭐 조금만 어질러놓으면 그게 또 그렇게 거슬려요. 참,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말이죠. ㅋ

얼그레이효과 2010-05-13 22:46   좋아요 0 | URL
웬디님, 저랑 비슷하시네요.^^;;

L.SHIN 2010-05-1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당한 소음은 오히려 집중력에 도움이 될 때가 있죠.
다른 소리입니다만,
저는..아주 시끄러운 하드/메탈 락 음악을 들으면서 꾸벅꾸벅 잘도 잔답니다.
그것도 일종의 '익숙함'과 '반복성'에서 오는 요상한 습관이 된 거 같아요(웃음)

얼그레이효과 2010-05-14 00:06   좋아요 0 | URL
shin님, 오우 메탈 음악에 주무신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밤에 혼자 잘 때,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켜 놓고 자는 버릇은 있는 것 같네요. 일종의 알람 기능으로 쓰기도 한답니다. 눈 뜨면 뉴스 이런 식으로. (웃음)

Alicia 2010-05-1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은소리에 민감해요. 특히 전자제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음을 싫어해요.
그러니까 도서관에서 문자찍는 소리 노트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이런거요.
그런데 밖에서 농구하면서 소리지르는 거, 음대 성악과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이런건 괜찮아요.ㅎㅎ

얼그레이효과 2010-05-15 00:10   좋아요 0 | URL
저랑 어떤 면에선 '소리 취향'이 비슷하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