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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랭스턴 휴즈

 

아들아, 난 너에게 말하고 싶다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다는 걸

계단에는 못도 떨어져 있었고

가시도 있었다

그리고 판자에는 구멍이 났지

바닥엔 양탄자도 깔려 있지 않았다

맨바닥이었어

 

그러나 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라왔다

층계참에도 도달하고

모퉁이도 돌고

때로는 전깃불도 없는 캄캄한 곳까지 올라갔지

 

그러니 아들아, 너도 돌아서지 말아라

계단 위에 주저앉지 말아라

왜냐하면 넌 지금

약간 힘든 것일 뿐이니까

너도 곧 그걸 알게 될 테니까

지금 주저앉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얘야, 나도 아직

그 계단을 올라가고 있으니까

난 아직도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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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중독 2006-09-2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언 시집에서 봤었는데...여기 이렇게...넘 좋아요...
전 성장한 아들에게도 좋더라구요...
나중에 아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기 위해서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고파요...
 

건우는 오후 5시부터 5시50분까지 영어수업을 듣고 5시55분이면 유치원에서 연우를 찾아 셔틀버스에 자리를 잡고 엄마를 기다린다.

그런데 어제 오후 5시 20분쯤 건우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시간이면 영어학원에서 한참 수업을 들어야하는지라 발신자번호를 보는순간 사고가 났구나 싶었다.

나: 건우야 무슨 일이 있니? 이시간에 왜 집에서 전화를 하지?

건우: 엄마 제가 영어학원을 들어가면서 집에서 들고 나간 우산을 접다가 잘못해서 우산살에 손가락이 찢어졌어요.

나: 많이 다쳤니?

건우: 피도 많이 나고 멈추질 않아서 선생님이 병원가라고 하셔서 집에 왔어요. 마침 아빠가 집에 와계시니까 아빠랑 응급실에 갈거예요. 그리고 제가 오는길에 연우도 데리고 왔으니까 엄마는 그냥 집으로 퇴근하시면 돼요.

나: 많이 놀랐겠다. 그와중에 연우를 데리고 오느라 수고했네. 그럼 아빠랑 병원 잘다녀와. 연우한테는 엄마가 좀있으면 퇴근할거니까 책읽고 있으라고 얘기해주고...

 

곧장 집으로 퇴근을 해보니 연우는 혼자서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으며 잘 놀고 있었다. 워낙 혼자 책읽고 그림그리는걸 좋아하는 애인지라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건우는 제 동생이 읽고 그릴 것들을 착실히도 챙겨주고 나갔다.

 

나: 연우야, 이건 누가 다 챙겨줬어?

연우: 오빠가요...

나: 아빠가 아니고 오빠가?

연우: 아빠는 오빠손가락을 붕대로 감아주고 병원에 전화하셨구요. 오빠가 병원다녀올동안 이거 읽고 놀고 있으라고 챙겨줬어요. 사실은 나도 혼자서 찾아볼수 있는데요.

나: 오빠가 아픈데도 너를 열심히 챙겨줬구나.

연우: 그렇긴 해요. 오빠가 피를 흘리면서 유치원으로 와서 저도 깜작 놀랐어요.

나: 오빠가 너를 괴롭힐땐 미웠지만 아프니 걱정도 돼고 너를 찾으러 와줄땐 고맙기도 하고 그렇지 않니?

연우: 맞아요. 미울때도 많지만 고마울때도 있어요.

 

나: 연우야, 오빠노릇이라는게 쉽지가 않은거거든. 엄마가 봐도 오빠가 너에게 심하게 하기도 하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지만 오빠는 네게 오빠대접도 받고싶고 오빠노릇도 제대로 하고 싶은 모양이야.... 연우야, 나중에 오빠때문에 속상한 일이 생기면 한번쯤은 오빠가 내게 오빠노릇을 해준일이 있지...하고 기억해줄래?

연우: 네... 그래도 엄마도 제가 오빠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다는걸 알고 계셨나요?

나: 그럼, 엄마가 왜 엄만데.... 연우가 동생노릇하느라 힘든것도 알고 있지...

저도 인정받았다고 생각되는지 연우의 얼굴이 흐믓하다.

 

손가락이 찢어져 제법 아팠을텐데 그 와중에 연우를 챙기고 엄마에게 놀라지 말고 집으로 곧장 오라고 전화를 하는 건우는 오빠로 인정받고 싶어하며  아이에서 소년으로 진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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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1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좋은 남매가 보기좋아요^^

해리포터7 2006-09-1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전 감동했어요..건우의 듬직함에...저희아들에게 한 수 가르쳐달라고 애원하고 싶어요...어쩜 그렇게 잘 키우셨나요? 님...연우도 사랑스럽고 건우도 참 착하고...님은 부러울것이 없네요..ㅎㅎㅎ

비자림 2006-09-1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참 잘 키우셨네요^^
아이들과 자근자근 길게 이야기하는 님의 모습이 보기 좋네요.
그리고 "엄마도 제가 오빠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다는걸 알고 계셨나요?" 이 말을 하는 연우와 그 심정을 수긍해 주는 님의 모습이 참 정겨워요.
아이들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

Mephistopheles 2006-09-1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세상에서 아이들이 배려라는 것을 무가치하게 여기기 쉽상인데....
건우가 대견스럽네요...^^ 아울러 연우도 마찬가지고요...^^

건우와 연우 2006-09-1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4:6입니다. 사이좋을때가4 다툴때가 6...그래도 점점더 사이가 좋아지겠지요...^^
해리포터님/ 건우가 남들에 대한 배려를 참 잘해요. 하지만 때론 그것도 본인에겐 스트레슨가봐요. 나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사람은 왜 내게 안해주나, 이런 생각이 드는 모양이예요. 그래서 가끔 울고 들어올 때도 있어요. 그러면 솔직히 기가 막혀요. 이제 10살인데 저러고 들어오나 싶어서요...^^
비자림님/ 아이참 쑥스럽게... 님도 아이들이랑 친구처럼 재미있으시잖아요...^^ 건우랑 연우는 엄마가 마녀로 돌변하기 전까지만 친절하다고 그래요...^^
메피님/ 덕분에 건우가 친구들사이에서 인기가 좋답니다...^^ 그래도 단호함을 배워 적절한 카리스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메피님은 적절한 배려와 단호함으로 한칼 하시잖아요..부드러운 단호함이 멋있는 가을이예요...^^

춤추는인생. 2006-09-19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남매 모습 너무 좋아요..
ㅎㅎ 나도 건우같은 오빠 있음 좋겠다.ㅎㅎ

해리포터7 2006-09-1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건우가 그런생각을 하는게 당연하지요..울먹이다니 너무 섬세한 아이의 마음이군요..제아들은 그런맘이 드는데 화를 내더군요..너무 폭력적인....ㅋㅋㅋ

건우와 연우 2006-09-1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님도...싸울때가 6이라니까요...^^ 인생님껜 오빠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을것 같은데요^^

건우와 연우 2006-09-1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 ㅎㅎㅎ 저는 화를 내는게 문제해결에 더 쉽게 다가가는거라고 생각해요...^^
섭섭한데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앓고 있으면 해결이 안난다구요...^^

씩씩하니 2006-09-19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죠,,전 눈물이.나서....
딱한 녀석들,,이런 말이 제 머릿속에 떠올랐지뭐에요..
건우의 용감함을 칭찬해줘야하는대..피 흘리면서,,연우 찾고 이것 저것 챙겨주는 건우 생각하니..그냥 가슴이.......좀 아플라구해요...
암튼 건우 그만하길....건우야,참 씩씩하니..이쁘다,,,

전호인 2006-09-1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보다 영악한 것이 조금 뒤처져서 그렇지 생각은 깊게 하더라구요. 그냥 장남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니까요, 책임감! 이게 큰 아이들에게는 있습니다. 아이구 우리 건우 토닥토닥, 슥슥

조선인 2006-09-1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랑 해람이가 딱 건우랑 연우처럼만 누나노릇, 동생노릇하면 좋겠어요.

건우와 연우 2006-09-1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혼자 해버릇하니 일찍 크는걸까요. 가끔 측은하기도해요. 그래도 병원에서 두바늘 꿰메고 멀쩡해졌답니다...^^
전호인님/ 그래서 옛말에도 향만한 아우 없다고 했나봐요. 전호인님까지 격려를 해주시니 건우가 신나겠는걸요...^^
조선인님/ 물론이지요. 마로와 해람이라면 다정한 오누이가 될거예요. 위로 누나면 얼마나 살뜰히 동생을 보살피는지요. 더구나 마로가 해람이랑 노는 모습은 가끔 애틋해보이기도 하는걸요. 마로는 지금도 좋은 누나예요...^^

달콤한책 2006-09-19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나오는 건우 이야기^^ 오빠~멋져!!!

또또유스또 2006-09-1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때문에 속상할때도 있다는걸 알고 계셨나요?
오빠때문에 속상한걸 알고 계셨나요?
아다르고 어 다르다는데 우리 연우 참 이쁘게도 말합니다...
님... 연우 며눌 하게 저 주시면 안되나요?
참으로 탐나는 연우입니당...
건우이야기에 연우 칭찬만 늘어지게 했네요..
기특한 건우..(미안하다 건우야 이몬 왜이리 연우가 이쁘다냐...)

건우와 연우 2006-09-1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책님/ ㅎㅎ 얼마나 통쾌한 응원이신지요...^^
또또님/ 동생이라 오빠한테 시달리기도 하지만 연우는 뭐든 더 빨리 배우고 익히지요. 여간해서 말썽피우는법도 없고...
그래서 연우오빠라서, 가끔은 동생한테 치이는것 같아 더 애틋한 건우랍니다...^^

sooninara 2006-09-19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감동적이네요. 싸울땐 웬수였다가 세상 제일 친한 친구가 되는것이 형제인듯....엄마도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손을 다쳐서 당분간은 갑갑하겠어요.
건우야..빨리 낫거라. 연우도 오빠 말 잘 듣고^^

반딧불,, 2006-09-19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안다친거죠??
아이들이 참 그래요. 저는 몇년전에 제가 늦었는데 파랑이가 노랑이가 응가했다고
샤워기 들고 씻어줬다고 하는데 어찌나 눈물이 핑 돌던지...;;
늘상 싸우지만..어쨌든 제가 가장 잘한 것은 둘 낳은 것인가부다 한답니다..^^
건우 참 의젓하고 멋지네요. 아후...짠해라..

카페인중독 2006-09-1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막내라 맏이의 책임을 잘 몰랐었는데...예전에 어떤 꼬마 둘이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에 있었는데...동생 우산이 비뚤어지니 형이 바로 잡아 주더군요...형도 조그만 꼬마일 뿐인데... 그걸보고 어찌나 짠하던지...나이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건우도 벌써부터 너무 의젓해요...에효~ 이뻐라...

치유 2006-09-1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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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다친것인가 봐요..병원갈 정도라니..

아..아팠을텐데..동생 챙기고..

참 든든한 오빠에요..연우는 그런 오빠가 있어 참 좋겠어요..

건우나 연우나 맘쓰는 게 참 이뻐요..

님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참 기특하게 잘 키우셨구나..생각하며 혼자 흐뭇하답니다..

어쩌면 그렇게 반듯하고 우애있게 잘 크는지..^^*


2006-09-19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임이네 2006-09-20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리도 동생을 잘 돌보고 ,손도 마이 아팟을텐데 ..좋은 오빠 건우 ...
부럽다 울 꽃돌이도 너 처럼 멋지게 컸으면하는데 ...
님께서 건우와 연우를 반듯하게 직장생활 하시면서 키우셨을님 ...제가 마이 배워야겠어요 가르켜주세요 ..ㅋㅋ
건우 손 은 좀 괜찮은 지 ..아이들이 예뻐 저도 흐뭇하고 기회가 닿으면 한번 보고싶네요 ..
출근길 조심하시고 오늘도 즐거운 날 보내세요님 ^^*

건우와 연우 2006-09-20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그치요. 싸울땐 전생에 저것들이 서로 웬수였지 싶다가도 어느순간 뭐라 표현할수 없는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기도 하지요...^^
반디님/ 맞아요. 한편으론 대견하고 한편으론 짠하고...^^ 어제는 갑자기 그 손가락에서 피가 나는것 같다고 해서 부리나케 동네 소아과로 내달았지요. 땀차서 그런거라고 의사선생님이 차라리 붕대를 벗기는게 낫겠다고 벗겨버리시더군요...^^
카페인중독님/ 잘 돌봐주지 못하니 아이들이 일찍 크네요...^^ 가끔은 안됐어요...
배꽃님/ 그래도 건우랑 연우는 질투도 하고 쥐어박기도 해요...^^
그래도 결정적일때는 동지애랄까 그런걸 발휘하는걸 보면 남매가 맞긴 맞지 싶어요.^^
숨어계신님/ 당근 남기고 왔습니다...^^
꽃임이네님/ 꽃돌이가 얼마나 사근사근해보이는지,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면 분명 다정한 오빠라니까요...^^

로드무비 2006-09-2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 손은 많이 나았나요?

건우와 연우 2006-09-2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친 다음날은 피가 흐르는것 같다해서 기겁을 했는데, 아이들이라 아무는것도 빠르네요... 꿰멘 실밥이 한땀은 터졌는데도 상처가 잘붙어 있는것이 잘 가라앉을듯 해요...^^
 
 전출처 : 비자림 > 알라딘 폐인 재교육을 받았어요!

 

 

 

 

그저께 난데없이 메피스토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9월 11일 '알라딘 폐인 재교육'이 있다고 하니 신청하시압"

나는 전호인님이 출장 가서 사실 가기 싫었지만 메피스토님의 제안을 거절하면 그의 초능력에 맞아 무슨 불상사(?)가 생길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문자를 날렸다 "오우케이"

그러고 나서 전호인님께 문자를 날렸다. "강의에 대한 강의하느라 바쁘겠지만 내일 저랑 같이 갑세다. 연수 받으러"

"흠 나는 아닐텐데? 요새 좀 리뷰를 쓰고 있으니끼니,고럼. 잘 확인해보시라우요"

확인 결과 전호인님의 말이 사실이어서 나는 약간 허탈했다. 역쉬 알라딘은 리뷰를 써야 살아남는데.. 난 왜 이렇게 리뷰를 안 쓰는 불량폐인이 되어 연수를 다시 받아야  하나..

바쁜 와중에도 씩씩하게 리뷰를 올리는 씩씩하니님은 지난 주 '바른 알라딘상'까지 받았다며 금요일날 한 턱 쏘겠단다.

메뉴를 나한테 고르라고 했는데 전어구이 먹자고 할까? 청주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통기타를 들고 와서 연주도 해 준다고 해서 벌써부터 설레인다. 지난 번에 나처럼 '호호호'를 연발하는 세실님에게 내가 "'우리 호호호 자매니까 저도 닉네임 하나 만들까용 호호호 님이 세실이니 이제부터 저를 비실이라고 불러 주세용" 했더니 세실님은 좋다고 하시며 "호호호"를 연발하였는데 세실님도 온다니 사과소주도 먹어 볼까나?

거의 왕따가 된 기분으로 물만두님 서재에 갔더니 만두님은 한 손에는 보석함, 한 손에는 자료집을 들고 서 있었다. 보석함을 받은 이후로 만두님의 새로 생긴 버릇이라나 어쨌다나

그런데 무슨 일인지 서재가 웅성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새내기 연수, 알라딘 폐인 연수, 알라딘 폐인 재교육까지 하루에 한다는 것이었다.

 이 곳까지 터번을 쓰고 온 나스랄라님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고, 청초한 모습으로 서 있는 춤추는 인생님을 보며 총각들이 침을 흘리고 있었는데 바닥에 떨어진 침에 나는 하마터면 미끄러져 넘어질 뻔 하였다.

폐인 연수 와서도 님들의 사진을 찍느라 정신 없는 한샘님을 흘낏 쳐다보는데 한 쪽에선 따우님의 공예품들을 품평하느라 다들 정신 없어 보였다. 알라딘에 납품한다더니 벌써? 비누는 안 하나?

근데 강사님들은 누구실까?

중앙에 있는 빔 프로젝트를 살펴 보니 "제 1강 - 리뷰의 생활화(아영엄마), 제 2강 - 산문의 시학 (배혜경)

제 3강 -  페이퍼의 해학과 풍자(마태우스), 제 4강 - 초보 알라디너 서재꾸미기 (하늘바람)

제 5강 - 댓글의 미학(야클), 제 6강 - 마음 공부(달팽이), 제 7강 - 알라디너와 삶의 철학(발마스)

제 8강 - 페이퍼 혁명(파란 여우), 제 9강 - 햇살같은 아이 키우기와 서재놀이(조선인)

  허걱 저걸 언제 다 듣나? 고민하던 나에게 hnine님이 다가와 재교육 대상자는 1강과 6강만 이수하면 된다고 속삭여 주었다. 아휴 놀랬네. 근데 같이 온 또또유스또님은 어디 가셨나? 기침이 나온다더니 화장실 가셨나?

보온병을 들고 건우와 연우님이 다가와 유스또님과 나를 위해 유자차를 끓였다며 한 잔 권했다. 기인님은 연수 끝나고 나서 닭날개나 뜯으러 가자고 문자가 왔는데 그의 다이어트를 위해 거절할 것인가, 닭날개를 위해 동행할 것인가 잠시 갈등에 빠졌다.

사회를 맡은 모1님이 강의 시작 전에 금주의 모범 알라디너에게 주는 시상식을 진행하였다. 이것은 알라디너 자체 행사로 알라디너들의 무기명투표와 고수들의 추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1. 정겨운 얼굴상- 배꽃

2. 활기충만상 - 해리포터7

3. 유머지존상 -  메피스토

4. 가족사랑상 - 수암

5. 인기상 - 로드무비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단상으로 나가는 님들의 뒷모습을 보며 웃음 짓고 있었는데 상품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옆에 있던 날개님이 말하기를  시집, 추리소설, 만화가 들어간 종합선물세트란다.

어린왕자의 별님이 웅장한 음악을 깔아주자 각자 자신의 수준에 적합한 강의를 들으러 지기님들의 서재로 들어갔다.

파란여우님의 꼬리가 얼핏 보여 반가워 따라가던 내게 스텔라님과 푸하님, 산새아리님이 화이팅을 외치며 얼른 아영엄마님 서재로 가라고 손짓하였다. 아잉 툰으로 강의해 주면 좋겠는데!!!

 

어제의 연수로 나는 다시 심기일전하고 알라딘 생활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매주 주말엔 리뷰를 올리는 시간을 책정하여 다시 재교육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자! 아자!

  

* 해리포터7님이 재교육 이야기를 물고 늘어지셔서 한 번 또 장난 쳐 보았습니다.

  허접한 페이퍼 용서하시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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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14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 따뜻한 건우와 연우님..저도 차 한잔 줘요..점심 맛있게 드세요..

건우와 연우 2006-09-1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 드려야지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저는 어영부영 저녁이예요. 따뜻한 저녁 맛나게 드시구요. 내일 뵈어요...^^

2006-09-18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9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은 언제나 전쟁이다.

출근직전엔 건우와 연우에게 각자 가방 한번더보고 빠뜨린거 확인하라고 소리지르고  건우는 열쇠를 챙겼는지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한번 빗은 머리가 그사이 조금씩 흐트러진 연우손목을 잡아끌고 셔틀버스를 타러 간다.

연우: 엄마, 하늘은 파랗구요, 이제곧 단풍잎은 빨개질거구요,. 은행잎은 노랗게 될거예요...

나: 그래 가을이로구나.

 

그러고보니 어느새 하늘이 이렇게 파랗다.

 

나: 하늘이 바다같네...

연우: 가을이 되니 참 아름다운데요, 저는 참 쓸쓸해요...

나: 연우가 왜 쓸쓸해?

연우는 미간을 찡그리며 한쪽손을 들고 열심히 제스츄어를 취하곤 하며 제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다.

연우: 엄마 제 친구 최*가 이제 유치원에 나오지 않는대요. 걔가 성질이 좀 사나워서 어떤땐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다른곳으로 이사를 가서 어제부터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어요...

나: 많이 서운하니?

연우: 네. 어제 유치원에서 지*하고 서*하고 얘기를 해봤더니 걔들도 최*가 성질이 좀 사납긴 하지만 안나오니 쓸쓸한 기분이 든대요...

 

연우가 부쩍부쩍 크는 모양이다. 친구가 이사를 가서 심심한게 아니고 쓸쓸하다니...

연우의 인생에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헤어짐의 쓸쓸함을 추억으로 더 많이 위로받을수 있길, 가을 한켠에서 가만가만 연우의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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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1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은 연우에게도 쓸쓸함을 남기는군요.

건우와 연우 2006-09-1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애가쓸쓸하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또또유스또 2006-09-1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연우...
벌써부터 쓸쓸함을 알면 안되는데....
그러나 작년 이맘때 유스또도 쓸쓸하다고 했답니다... ^^

chika 2006-09-1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생각을 들어보면 정말 너무 깊어요..그죠? 연우의 의문을 봐도 그렇고.. ^^

2006-09-12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임이네 2006-09-1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쓸함을 아는 연우 .....^^*님 한번 연우좀 보여주세요 ,,,,넘 궁금합니다 .
님 과 연우는 이런 대화를 늘 나누는지 ...ㅋㅋ 부럼 부럼
꽃돌이는 넘 말이 없어서 그게 문제라지요 ..

Mephistopheles 2006-09-1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우의 행동과 언행을 꼬박꼬박 기록해 놓으시면
소중한 재산이 될것 같은 느낌이..^^

건우와 연우 2006-09-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님/ 유스또와 연우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맞지요...^^
치카님/ 아이들때문에 깜짝깜짝 놀라요. 어른과 생각이 다른것뿐이지, 제나름으로 생각은 다 하더라구요...^^
숨어계신님/ 네, 저도 언젠가 손 번쩍들께요...^^
꽃임이네님/ 그게참 제가 기계치라서 사진을 못찍거든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남의 힘을 빌릴려구하는데요...^^
메피님/ 그럴까요? 언젠가 연우와 저의 기념책을 조그맣게 나눠가지고 싶은데, 추억도 큰 재산이겠지요...^^

해리포터7 2006-09-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우의 말들이 .참 이쁘기도 하지 친구가 그리운마음이 예뻐요..

프레이야 2006-09-12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유치원생 연우의 감성과 표현력에 박수~~^^ 연우와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는 님의 모습이 가을 하늘 아래 싱그럽네요..

치유 2006-09-1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도 빨리 느끼고..쓸쓸함까지도 알고.....엄마 동창이 쓸쓸하지 않도록 손잡아 준다고 전해 주세요..절대 마녀라곤 하지 마시구요..ㅋㅋ

건우와 연우 2006-09-13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 그아이랑 제법 친했거든요...아이들은 비에 젖지 않고 잘 들어왔나요?
오늘도 남부지방은 비가 올지 모른다네요. 좋은 하루 되시길...
속삭이신님/ 그러게요...요즘아이들은 일찍 소녀가 되나봐요... 좀 우습고 좀 두려워요...
배혜경님/ 여유가 있을땐 조근조근 바쁘면 백발마녀로 돌변하는 엄마예요...^^ 혜경님 날씨가 참 좋죠...^^
배꽃님/ 네. 꼭 전할께요. 안그래도 컴퓨터용지에 연우의 편지가 한가득이랍니다...^^

해리포터7 2006-09-1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네 그럼요..제예상이 맞아들어서 아이들에게 미래를 예측하는 엄마가 되었답니다.ㅋㅋㅋ 님께서도 오늘하루 행복하셔요..그리고 오늘은 우산까지 가지고 갔어요..어제와 같은 사태가 발생해서요...

건우와 연우 2006-09-1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포터님은 마법사였던게야......님도 오늘 행복하세요..^^

카페인중독 2006-09-13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 돌아보면...정신적인 문제는 아이때 이미 다 겪고 고민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몸만 자란 것같은 기분이 들때가 있어요...
배운 건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뿐이고...
아...말이 또 꼬여요...흡~
그냥...아이는 세상사에 서툰 어른이라고나 할까?
연우보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____________^


비자림 2006-09-1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쓸쓸하다는 말을 구사하다니 역쉬 철학자인 게야! 호호호
우리 아들들은 가을이 되니까 잠바 입는 게 좋은가봐요^^ 아직은 안 입는데 언제 입냐고 성화네요

로드무비 2006-09-1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성질이 사납다'라는 표현에 더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는걸요.^^

건우와 연우 2006-09-14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중독님/ 세상사에 서툰 어른이라....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나이들며 는건 요령뿐이라는 말씀이 새삼 와 닿는 새벽입니다...^^
비자림님/ 가을이 되니 아이들이 가끔씩 뜬금없어지는걸요...^^ 정말 조만간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겠어요....^^
로드무비님/ 도대체 어디서 사납다는 말을 들었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전래동화에서 봤나봐요. 저도 사납다는게 조금 낯설었어요...^^
나침반님/ 아이가 크는구나 싶으니 좀 애틋하고 안됐기도 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놀려먹다가 가끔 울리기도 합니다...^^

한샘 2006-09-14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우: 가을이 되니 참 아름다운데요, 저는 참 쓸쓸해요...
연우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짠해져요. 이렇게 이쁜 연우도 이별의 쓸쓸함을 느끼는 날들이 시작되었으니...에효~ 하지만 앞으로 선한 만남의 기쁨이 있고 가만가만 딸의 손을 잡아주시는 건우와 연우님이 함께 계시니 급방긋^^ 연우에 대한 페이퍼를 인쇄하셔서 차곡차곡 노트에 남겨주시면 나중에 연우가 보고 참 좋아할 거 같아요^^사랑스러운 꼬마 철학자 연우이야기 잘 듣고 가요~

치유 2006-09-15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 2006-09-18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우 이야기 땜에 제가,,,가슴이..짠하면서도,,,,흐뭇하구 그래요..
님이 이쁘게 잘 키우셔서,,,연우가,,사람 떠남의 아쉬움도 알구,,,또 자연이 변해가는 모습도 느낄 줄 아는 이쁜 마음 가지고 자라나봐요...
연우도 님도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

전호인 2006-09-1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의외로 어른스러운 말을 날릴 때가 있져, 그럴 때 '아 이 녀석이 자라는 구나' 라고 느끼게 되더라구여. 현관을 자동도어락으로 교체하시면 열쇠관리하는 것이 부담되지 않을 텐데.........번호만 알고 있으면 되니까 너무 간편합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1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샘님/ 과분한 칭찬이세요...^^ 그렇지않아도 아이들이야기를 정리해서 나중에 남겨주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배꽃님/ 저리 예쁜 소녀의 메세지를보니 마음이 포근해요...
씩씩하니님/ 님과 가족이야기도 흐믓해요.. 행복한 냄새를 날마다 나눠주시는 님도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
전호인님/ 그렇지요...^^ 아이들은 불현듯 자라있더라구요..^^ 열쇠는 ㅎㅎ 제가 기계치다보니 자동화기계에 익숙지 않아서요...^^
 

어른을 모신다는게 썩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그간 같이 살던 어른도 아니고 갑자기 모시고 살자면 피차간에 눈치보고 참고 배려할 일이 어디 한두가지랴.

배앓아 낳고 키워준 친정부모와도 붙어있는 시간이 좀 길다 싶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말싸움이 빈번한지라, 내게도 시부모모시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은 누구보다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나없이 인생은 한시절 젊으면 나이드는 것이야 피할수 없으니, 나아닌 다른 사람의 늙음에 야박해진다면 어찌 내 늙음을 위로 받을수 있을까...

 

지난 두어주동안 건우아빠와 나는 시아버지 모시는 일로 파생된 견해차와 세대차로 인해 조심스럽게 날이 서 있었다.

부모모시는 일이야 당연한 도리이나 뜻하지 않게 고향에 남은 막내의 차지가 되어버린 의무와, 그에따른 적절한 경제적 비용과 책임의 분담을 요구하는 아랫동서에게 집안에서 유일하게 적극 동조하는 꼴이 돼버린 내가 눈에 보이지 않게 까칠한 상태를 드러내면서 건우아빠는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졌다.

아주버님댁에 다녀온 주말이후, 자식들이 생활비를 일부 나누어 정기적으로 동서에게 보내주어 최소한 노인 모시고 사는데 경제적부담까지 줄수는 없다는 내 주장은 아들며느리 사이에서는 썩 달갑지는 않으나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내부모에 대해 더 애틋한 딸들은 쉬 받아들일수 없는 눈치였다.

자식이 부모모시는거야 당연한 일인데 모시기도 전부터 돈이야기가 왠일이냐는 정서적 괘씸죄랄까...

딸들은 이문제를 두고두고 씹었고, 시간이 지나며 나이가 나보다 한참이나 위인 그들이 사실은 조금씩 위선적으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급기야 결혼 십년이 훌쩍 지나도록 한번도 내뱉지 않았던 시누이 험담을 애들아빠에게 뱉었다.

 

나: 딸들도 자식인데, 아버님 용돈 보내드린다고 생각하고  많이도 아니고 우리 하는거 반만 나누어 보내주자는게 그리 무리야...

건우아빠: 여기서 딸들도 자식이라는 말은 하면 안돼. 딸들은 아들보다 아버지에게 받은 것도 적고, 며느리인 당신이 할말은 아니라고 봐...

나: 그러게... 그렇다면 며느리가 딸에게 할말이 아니라면, 딸이 며느리에게 나는 받은것 없으니 이건 무조건 며느리끼리의 의무다 이러며 잘하네 못하네 하는 건 할말일까? 그리고, 아들이 더배우고 덜배우고의 문제는 내가 결혼하기 전의 문제야. 그렇다면 그문제는 부모님과 당신형제들이 나랑 결혼하기전에 다같이 한집에서 살고 자랄때 해결봤어야할 문제이지, 그걸 왜 지금 내가 이해해야하지?

건우아빠:...

나: 과거의 일을 이번일에 대입시키는건 웃기는 일이야. 원칙은 나에게도 남에게도 공정히 적용해야 설득력이 있지...

건우아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를수 있다는거지..

나: 가치관으로 판단할 문젤까?

건우아빠: 누나들은 아들이 자식으로서 당연히 할일에 왜 이유가 많은지 받아들일수가 없을뿐이야...

나: 그가치관엔 동의할수가 없고, 나는 친정부모도 오갈데 없으면 같이 사는게 맞다고 봐. 그리고 이럴경우 가장 약자는 노인이야. 어차피 세상이 노인이 약자로 사는 시절인데 지금 우리가 복고주의로 회귀를 한다고 아버님이 마음편할일이 아니라면 현실을 인정해야지. 그리고 내형편이 전적인 부담은 어려우니 그중 아주 일부만 도와 달라고 한것 뿐이야.

건우아빠: 제수씨 부업이라고 봐야할정도의 돈이라고 생각이 드니, 계산적이라는거지...

나: 어차피 모시고 살거면 초반에 현실적인게 낫지않아? 언제부터 얼마를 보내줄건지 서로 처음부터 짚어두면 노인 모시며 드는 비용에 혼자 속끓이며 얼굴붉힐 필요 없고. 어차피 같이 살사람이 돈때문에라도 불편한 마음이 더해지는 건 나눠주는게 당연한거 아냐? 그리고, 그게 그렇게까지 큰 비용일까? 모두들 당사자라면그돈에 그렇게 홀가분하게 시어른하고 같이 살겠다는  마음일수 있을지...좀 솔직해봐라. 말로만 우리아버지,우리아버지하며 나와 생각이 다른 며느리 괘씸하다는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거 아냐? 아버님입장이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 딴 문제던지...

 

얘기가 이쯤돼니 경상도사람도 아닌 남자가 자자는 한마디만 툭 뱉고 들어가길 두어차례...

그 두어차례이후 조심조심 날을 세운 내 눈치를 보며 그는 종종 침묵했고, 나도 덩달아 말을 걸지 않았다.

침묵을 잘 못참는 나는 평소 건우아빠가 입을 닫으면 없는 애교를 동원해 여지없이 화해를 시도했건만 이번 만큼은 꿋꿋하게 입을 닫았다.

그리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내리 이틀을 그는 술과 안주를 거하게 준비하곤 술먹자는 전화를 했다.

첫날 집에 있는 소주와 맥주 설중매에 와인까지 깡그리 비우고도 다음날 또 비슷한 양의 술을 사왔다.

비록 안주불문에 두주불사라고는 하나 이틀을 내리 마시고 난후의 머릿속과 뱃속은 가히 가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일의 원인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술자리 두번으로 공을 내게 넘겼다는 안도감까지 보인다고 생각하며, 이걸 한번 더 휘저어 하고 생각하는  내가 사특한 것일까....

세대차이인지, 그도 아니면 강가와 김가의 건너기 어려운 심연탓인지 어설픈 술로 봉합한 이 문제는 술밑으로 일단 가라앉았다.

이제 그가 내게 넘긴 공은 그냥 좋게좋게 넘기라는 것이고, 졸지에 낀세대 혹은 낀처지가 돼버린 내속만 말이 아니게 되었다.

세상엔 왜이리 일도 많고 술도 많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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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1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6-09-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야..이건 정말 그냥 술밑에 가라앉혀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
어차피 나중에 또 불거질 텐데요. 걱정입니다.
어쨌든 술로 보내셨군요.

저는 토욜은 집치우고, 사람 만나고. 일욜은 행사로 꼬박 열네시간을 밖에 있었더니
거의 죽음입니다. 피곤해요. 피곤해.

반딧불,, 2006-09-1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궁금한데요. 누가 강씨예요?? 성깔 죽인다는 잘못된 소문이 생각나서===333

또또유스또 2006-09-1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힘든 며칠을 보내셨군요...
저도 사람인지라 네부모 내부모가 엄연히 다르 답니다 ^^
그래서 아주 현실적으로 일을 처리하는게 나중에 얼굴을 붉히더라도 덜 붉히고 짧게 끝나는 것 같아요...
다만 그 일이 내 부모 때문인지 네 부모 때문인지에 따라 현실감이 더 있고 없고가 되네요 우린.. ㅎㅎㅎ 결혼 10년이 넘어도 좁힐 수 없는 건 바로 내 부모와 네부 모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북어국이라도 드시고 속도 푸시고 기분도 푸시와요...


건우와 연우 2006-09-1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어계신님/ ㅎㅎㅎ 네!! 말짱한 정신으로 조만간에 님께 떼부리며 들이대게 될지도요...^^
반딧불님/ 주말에 강행군이셨군요.... 월요일 컨디션은 괜찮으신가요? ㅎㅎㅎ저희식구중 강씨가 다수입니다...^^ 그래도 저희집은 김가가 한성질합니다...^^
또또님/ 적과의 동침까지는 아니지만 까칠한 며칠이었습니다...^^그러나 성질하나로 집안을 평정한 제게 극복못할 문제는 없다고 곱씹으며 호시탐탐 견해차를 줄여볼까 합니다...^^

해리포터7 2006-09-1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런 간떨어질뻔한 페퍼를 올리셨군요..우울하신가봐요..참 사는게 그렇지요..이런일 저런일이 다 생기니..참 어른이란거 골치아퍼요..전 한동안 고등학교시절로 돌아가는 꿈만 꿨답니다..아무생각없이 살때가 좋았어요..어서 복잡한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빌어봅니다..

춤추는인생. 2006-09-1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왜이리 일도 많고 술도 많을걸까....
님의 페이퍼에서 저는 선행학습을 많이 하네요,...
해결잘 되셔야 할텐데.... 드릴말씀이 없어 이만 물러갑니다. ;;^^

Mephistopheles 2006-09-1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풀리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관계 같아요...^^
심한 집안은 며느리가 `시'자만 들어가도 경기를 일으킨다고 하더군요..

씩씩하니 2006-09-1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힘드셨겠어요,,,
전 님이랑 같은 생각인대....왜냐하면 그런건 시작부터,,더 꼬여서 말 꺼내기 힘들기 전에 딱 마무리 짓고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이거든요...
그래야,서로 더 편한대...그게 딸,아들, 며느리..이렇게 서있는 곳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여 질 수 있나봐요..
그래서 조심스러운가봐요 이런 문제가,,,
전 님이 참 현명하게 보이는대..같은 며느리라 그런가봐요...
힘내세요,.,.화이팅~!~~

비자림 2006-09-1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려운 문제 같아요. 지난 주에 옆의 분이랑 한랭전선이 형성되어 힘드셨겠어요.
근데 님의 말이 저도 합리적이라 생각되지만 누님들에게 요구하는 건 옆의 분을 통해서 하시고 최소화시키는 게 좋을 거에요. 저희도 큰누님이 제일 부자이지만 환갑이나 뭐 이런 일 있을 때 두 아들이 다 알아서 하는 분위기랍니다. 어쨌든 잘 해결되길 빌겠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 어른이란건 책임질일의 또다른 표현이 아닐까 싶어요....그래도 전 고등학생은 싫어요. 대한민국 교육제도하에서 다시 학생하는건 정말 싫어요...^^
인생님/ 과도한 선행학습은 때로 부작용을 낳을수도 있는데...^^
살다보면 시간이 약일때도 많으니 기다려볼까요...^^
메피님/ 전 기본적으로 시집식구들을 좋아해요. 대체로 경우바르고 정확한 사람들이죠. 사실은 그래서 이정도쯤이야 하고 안이하게 생각한 측면이 크죠...^^
씩씩하니님/ 달리 표현하면 굴러온돌과 박힌돌이 느끼는 감정의 차이랄까요...^^
일단은 내가 모실 당사자가 아니니 저정도 총대는 동서보다는 내가 메주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애들아빠가 별말을 잇지 못하는건 제 말에 수긍하는 부분이 많아서이리라고 멋대로 위안을 삼습니다...^^
비자림님/ 정말 그런가봐요. 제가 평소 시누이들과 관계가 썩 좋았거든요. 그래도 일정하게 세대차이 입장차이가 존재할수 있다는걸 너무 쉽게 생각했나봐요. 결국 제 자만이 불러일으킨 문제일지도...ㅜ.ㅜ

달콤한책 2006-09-1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은 정녕 김가와 강가의 문제입니다...애초에 동일하게 느끼고 동일하게 대할 수 없는 문제이니 너무 괘념치 마옵소서...진심만이 해결책이고 제가 보기엔 님이 잘하고 계시네요^^

건우와 연우 2006-09-1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딱부러지는 말씀이 어찌나 고마운지요...저, 잘못하기만 한건 아니지요...

로드무비 2006-09-1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탤 말이 없어서 추천만......
달콤한책 님의 말씀이 특히 와닿네요.^^

건우와 연우 2006-09-14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좀 예민하고 씁쓸하지요...그래도 님의 추천에 많이 틀리진 않았노라 슬쩍 으쓱해집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15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어계신님/ 역시 예민한 문제지요...^^
입장을 바꿔 공정해지기란게 쉽지 않으니 옛말도 있는거겠지요. 역지사지하라고...
당분간 좀 기다려봐야겠어요...^^